우리 동네 이 사람

낮잠대회·뒹굴뒹굴 영화제…“잘 노는 것도 청년 문화”

21~22일 ‘강동구 청년주간 행사’ 주관 청년마루 상일센터 권순우 센터장

등록 : 2017-09-14 14:50

크게 작게

톡톡 튀는 아이디어 프로그램이 가득

강동구 청년들의 복합문화공간

도전적 삶 살다 새로운 청년문화

강동구 안팎 확산에 심혈 기울여

지난 11일 강동구 상일동 첨단업무단지에 있는 ‘청년마루 상일센터’에서 권순우 센터장(왼쪽에서 세번째), 강동구 청년정책팀 임세영 주무관(왼쪽에서 네번째)이 청년공간 매니저들과 함께 오전 업무 시작에 앞서 힘찬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강동구 제공

‘낮잠대회?’

오는 21~23일 강동구 상일동 ‘청년마루 상일센터’에서 열리는 ‘강동구 청년주간 행사’ 프로그램 중 하나다. ‘청년의 온도’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낮잠대회’ 외에도 ‘뒹굴뒹굴 영화제’나 전자게임인 ‘카트라이더 대회’도 눈에 띈다. 물론 ‘인공지능 시대 청년의 삶과 사랑’ 같은 진지한 강연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로 프로그램이 짜여 있다.

이는 모두 이번 행사 주관을 맡은 청년마루 상일센터 권순우(31) 센터장을 비롯한 4명의 청년공간 매니저 작품이다. 권 센터장은 “너무 사회가 각박하다 보니 청년들이 낮잠 자면 뒤처진다는 생각을 갖는다”며 “낮잠대회는 상징적으로라도 ‘열심히 일한 청년들, 당당하게 쉬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12월22일 상일동 첨단업무단지에 문을 연 청년마루 상일센터(youthmaru.co.kr)는 지난해 10월17일 문을 연 성내센터에 이어 강동구가 두번째로 만든 청년들의 복합문화공간이다. 총 84평 넓이의 이 공간은 지난 8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창업과 취업’에 대한 컨설팅과 교육을 해오면서도 ‘새로운 청년문화를 만드는 진원지 구실’도 하고 있다. 센터에서 매달 6개씩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의 범위를 취업준비생을 포함해 직장인, 경력단절여성과 주부 등으로 넓히고, 청년문화도 취업준비뿐만 아니라 관계 맺음, 독서모임, 놀이 등으로 확대해가고 있는 것이다. 권 센터장은 “각종 조례 등에 의하면 만 39살까지가 청년”이라며 “현재 취업만이 청년문화인 듯 여기는 것은 청년문화의 내용이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상일센터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우리 회사 예체능’을 보자. ‘우리 회사…’는 점심시간에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종이비행기 날리기, 다트 대회 등을 진행하는 것이다. 날마다 30~50명의 직장인 청년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 게임에 참여할 정도로 열기가 높다. 이 프로그램은 취업준비생뿐 아니라 격무에 시달리는 직장인도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청년임을 환기시킨다.

사실 권 센터장은 ‘경쟁사회 한국’에서 지극히 도전적 삶을 살아왔다. 권 센터장은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한 대학 3학년 때인 2010년 이미 자신이 운영하는 ‘공부방’을 갖고 월 4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낮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밤에는 공부방에서 초·중등생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학교에서 커리어 관련 수업을 듣던 중 대학생 커리어 교육 컨설팅 기업 이사이자 대학 겸임교수에게 먼저 무급 인턴을 하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리고 8개월 무급 인턴, 8개월 ‘80만원 유급 인턴’을 거쳐 졸업과 함께 그 회사의 정식 직원이 됐다. 5년 뒤인 지난해 초에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교육컨설팅업체인 ‘45도랩’을 창업했다.

권 센터장이 지난해 하반기 강동구로부터 상일센터 운영을 제안받았을 때, 사실 45도랩 창업멤버들은 만류했다고 한다. 아직 회사가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되었고, ‘새로운 청년문화를 만드는 것’은 너무 큰 과제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권 센터장은 ‘지속적 도전과 더 큰 목표’를 위해 상일센터 운영을 맡기로 결심했다 한다. 어쩌면 도전적으로 살아온 권 센터장이기에 “자신의 모델만이 청년의 모든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더욱 폭넓게 청년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게다.

권 센터장의 현재 ‘도전 목표’는 강동구에서 싹트고 있는 이런 새로운 청년문화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미 동대문구를 비롯해 대구광역시, 전남 순천시, 전북 완주군 등에서 관계자들이 상일센터를 방문하는 등 전국 여러 지자체가 관심을 보인다. 권 센터장은 지난 8월 중순에는 순천시로 1박2일 출장을 가 ‘청년공간 조성을 위한 시민공감 토크쇼’에 참여하기도 했다.

“전국의 청년공간을 운영하는 공간매니저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 중입니다. 청년마루 상일센터 같은 공간이 전국에 들어서면, 강동구의 청년들과 순천시나 완주군 청년들의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면서 우리나라 청년들의 고민과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청년문화를 꿈꾸는 도전하는 청년’의 꿈이 청년마루 상일센터에서 날마다 조금씩 더 영글어가고 있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