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동의 전망 좋은 서울

서울 남동부에서 광활한 서울을 바라보다

강남구 대모산에서 서초구 구룡산까지 걸으며 본 전망

등록 : 2017-10-2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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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쪽으로 흘러드는 한강과

서쪽으로 흘러가는 한강

한눈에 볼 수 있어

구룡산 정상에서 본 서울. 사진 왼쪽에 남산, 오른쪽에 아차산이 있다. 그 사이에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이 보인다.

서울 남동쪽에 솟은 대모산과 구룡산에서 서울을 바라본다. 불국사에서 대모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첫번째 전망대를 지나면 바로 두번째 전망 좋은 곳인 헬기장이 나온다. 구룡산 정상에도 전망대가 있다. 구룡산에서 서쪽으로 내려가는 길에 대모산과 구룡산에 있는 전망 좋은 곳 중 가장 광활한 서울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을 만난다. 서울 동쪽으로 흘러드는 한강과 서쪽으로 흘러가는 한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대모산 전망 좋은 곳에 올라

대모산에서 구룡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서울시 강남구와 서초구 경계다. 대모산은 강남구 관할이고 구룡산은 서초구 관할이다.


서울 남동쪽에 솟아 동서로 뻗은 대모산과 구룡산 능선을 따라 걸으며 서울의 풍경을 즐긴다. 대모산 등산로 들머리는 여러 곳이다. 그중 불국사를 지나 정상으로 올라갔다. 불국사는 고려시대인 1353년에 진정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밭 갈던 농부가 땅속에서 돌부처를 발견하고 마을 뒷산에 모셨는데, 진정국사가 그곳에 절을 짓고 ‘약사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불국사’라는 이름은 조선 말 고종이 지었다고 한다.

대모산 불국사

불국사에서 대모산 정상으로 올라간다. 대모산 정상 200~300m 전에 첫 번째 전망대가 나온다. 절벽 바위 위에 지은 전망대에 서면 서쪽부터 관악산, 우면산, 여의도 일대, 안산, 남산, 인왕산, 북악산, 북한산이 펼쳐진다. 대모산 자락 푸른 숲과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 단지가 경계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눈에 밟힌다. 아파트와 빌딩은 강남구 도곡동과 대치동, 서초구 양재동 일대로 퍼져나간다.

대모산 정상은 나무에 가려 전망이 좋지 않다. 정상 전에 있는 헬기장이 두번째 전망 좋은 곳이다.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이 멀리 동서로 펼쳐졌다. 동쪽에서 흘러드는 한강 물줄기가 송파구 잠실 앞으로 굽이치며 흐른다. 그 물줄기 북쪽에 아차산이 또렷하게 솟았다. 한강 가에 자리잡은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 주경기장이 강물에 뜬 커다란 배처럼 보인다.

대모산에서 구룡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걷다

대모산 헬기장에서 구룡산 정상 방향으로 길머리를 잡는다. 능선을 타고 내려가던 길은 구룡산 정상으로 향하면서 다시 오르막으로 바뀐다.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에 구룡산과 대모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실록에 따르면 청계산의 한 맥이 동쪽으로 들어와서 구룡산이 되고, 돌아서 대모산의 주봉이 되었다. 1420년 태종 이방원은 대모산에 들러 수릉(임금이 죽기 전에 미리 마련해두는 임금의 무덤)을 둘러보았다. 실록은 당시 태종의 모습을 ‘상왕이 말에서 내려 이리저리 바라보면서 오랫동안 탄식하고 돌아왔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 태종은 1422년 그곳에 묻혔다. 능 이름은 헌릉이다. 현재 헌릉에는 태종과 왕비 원경왕후 민씨가 나란히 누워 있다.

헌릉

세종대왕의 능도 대모산 자락에 있었다. 예종 원년에 지금의 자리인 여주로 옮겼다. 헌릉 서쪽에 중종의 첫 계비 장경왕후 윤씨의 능이 있었는데, 중종 32년에 현재의 서삼릉으로 옮겼다. 대모산 자락 북쪽에는 세종대왕의 아들인 광평대군 묘역이 있다. 대모산은 예로부터 그렇게 명당을 품고 있는 산으로 여겼다. 대모산이라는 이름도 조선시대 태종이 지었다고 전한다.

구룡산에서 광활한 서울을 바라보다

구룡산 정상 전망대에 서면 안산, 남산, 인왕산, 북악산,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아차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차산 동쪽 한강 물줄기도 보인다. 서울 남동쪽 서초구, 강남구의 아파트 단지와 빌딩이 만드는 도심의 이미지가 구룡산과 대모산 자락 푸른 숲의 이미지와 대조적이다. 멀리 송파구와 강동구 일부도 눈에 들어온다.

대모산 전망 좋은 곳에서 본 전망보다 풍경이 더 넓게 펼쳐졌다. 시야각도 더 넓어졌다. 도시 위에 열린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그림처럼 드리웠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많아 전망대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산에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서쪽으로 걸었다.

한강의 다리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 지나온 산길과 전망 좋은 곳에서 보았던 풍경을 마음에 쌓으며 산을 내려가는데 뜻밖의 풍경을 만났다. 오래된 측량시설물이 있는 곳에서 바라본 풍경에 심장이 뛴다. 1000만의 사람을 품고 사는 도시, 서울의 광활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대모산과 구룡산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전망이다.

지금까지 지나온 대모산 전망 좋은 곳과 구룡산 정상에서 보았던 모든 풍경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관악산과 북한산이 서울의 남과 북에서 어떻게 마주 보고 있는지, 북한산에서 불암산 사이에 도봉산과 수락산이 어떤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는지, 아차산 줄기가 어디에서 한강을 만나는지, 조선시대 한양도성 성곽이 이어졌던 북악산·인왕산·남산·낙산이 북한산의 품 안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서울의 동쪽에서 흘러든 한강이 강동구와 송파구 앞을 지나는 모습이 멀리 보인다. 서울의 한복판을 흘러 서쪽으로 향하는 한강 물줄기가 다시 보이기 시작하는 지점은 동작대교부터다. 동작대교를 지나 한강대교, 한강철교, 원효대교, 마포대교, 서강대교, 양화대교, 성산대교, 가양대교, 방화대교, 신행주대교를 지나는 한강의 물줄기가 또렷하다.

풍경에 취한 사이 해가 저문다. 관악산 정상 연주대에서 흘러내린 능선 뒤로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노을빛이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의 가슴을 붉게 물들인다.

글·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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