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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분쟁 해결, 구로구는 쉽다

부동산 안심거래 서비스 잇따라 제안한 봉하덕 구로구 주무관

등록 : 2017-11-2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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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안심지킴이에 이어

임대차 분쟁 상담서비스 실시

봉 주무관, 부동산 업무만 22년

상담전화 하루 10통 이상. 수시 출동

지난 10일 구로구 부동산정보과 봉하덕 주무관(사진 가운데)이 고척동 현대부동산중개사무소에서 임대차 분쟁 전문상담관인 박병오 대표(맨 오른쪽)와 함께 상담에 참여 하고 있다. 책상 위에 직원현황판과 큐아르 코드가 보인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계약해지 3개월 전에 알려주겠다고 새 주인이 한 말을 녹음해뒀으니, 잘 얘기해 이사비를 받는 게 좋겠어요.” 지난 11일 구로구의 임대차 분쟁 전문상담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병오 현대부동산중개사무소 대표가 전세 문제로 고민하는 주민에게 도움말을 해준다. 계약 기간 중간에 주인이 바뀌었는데, 새 주인이 갑자기 두 달 안에 나가달라고 해 걱정하는 얘기를 듣고 의견을 준 것이다. 구로구에는 20명의 공인중개사가 재능기부로 지난 3월부터 임대차 분쟁 전문상담 서비스를 주민들에게 해주고 있다.

지난해부터 구로구는 ‘부동산 안심 지킴이’ ‘안심 부동산중개사무소’ 등의 부동산 관련 서비스를 잇따라 실시하고 있다. 부동산정보과의 봉하덕(47) 주무관이 임대차와 관련해 갈등을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서비스를 제안하고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있다. “구청이 직접 나서서 주민들의 고충을 듣고 해결 방안을 연결해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부동산 안심 지킴이 서비스는 임대차와 관련한 각종 정보를 안내하는 서비스이다. 임대 계약을 한 뒤와 계약 만료 100일 전, 두 차례 유의사항과 관련 정보를 문자로 보낸다. 올해부터는 주거지나 직장 근처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찾아 분쟁 전문상담관의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안심 부동산중개사무소는 불법 중개를 막기 위해 부동산중개사무소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온·오프라인으로 실시간 공개하는 서비스다. 구로구의 800여 곳 중개사무소에 사진이 포함된 직원 현황판을 걸고, 중개업소 정보가 담겨 있는 큐아르(QR) 코드도 붙이고 있다. 중개사무소 밖에 붙어 있는 큐아르 코드를 휴대전화로 찍으면 중개사무소 근무자 정보뿐만 아니라, 개별공시지가 등 부동산 정보 열람, 중개수수료 같은 것을 미리 볼 수 있다. “안심 지킴이 서비스는 지난해 서울시 민원행정대상 우수상을 받았고, 안심 부동산중개사무소 서비스는 올해 서울창의상을 받아 외부 평가도 좋습니다.”

봉 주무관은 기술직(지적직) 공무원으로 부동산 업무를 22년째 했다. 지난해 초 구로구로 전근 온 뒤 다른 지자체 서비스들을 지역 실정에 맞게 보완해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앞서 임차인에게 문자서비스를 제공한 자치구가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겪었던 점을 보완해 전산부서와 협업해 자체 개발을 했어요. 예산도 아낄 수 있었죠.” 중개사무소 안에 직원현황판을 제공하는 다른 자치구의 사례에서 중개사무소 밖에서도 확인할 수 있게 큐아르 코드를 연계했고, 구청 담당 부서의 전화번호를 넣어 주민들이 바로 연락할 수 있게 만들었다.

주민들의 서비스 이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개월간 2500여건의 사전 알림서비스가 이뤄졌다. 임대차 분쟁 상담은 하루 평균 대여섯 건 있다. 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보일러 고장 수리비 문제로 집주인과 다퉜던 주민이 분쟁상담관의 도움으로 원만히 해결돼 고맙다고 인사해온 적도 있어요. 구청이 나서서 주민들과 같이 고민해주니 해결 방안을 찾는 게 수월해진 것 같아요.”

안심 부동산중개사무소 서비스는 실시 7개월간 중개분쟁 신고로 긴급출동도 90번 했고 행정조처도 80여건 이뤄졌다. 직원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은 중개원과 계약을 해 만일의 경우에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상사도 막고 있다. “오피스텔 월세 계약을 하러 중개사무소를 찾은 주민이 자격증 없는 중개보조원과 계약을 할 뻔했는데 직원현황판을 보고 구청 상담콜센터에 연락해 피해를 피할 수 있었어요.”

이들 서비스를 시행하면서 봉 주무관은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중개사무소가 새로 개업하거나 사무소를 옮길 때마다 직원현황판과 큐아르 코드를 새로 만들어야 하고, 임대차 분쟁 상담 전화도 하루에 10통 이상 받고 수시로 현장 출동도 해야 한다. “구청 권한 밖의 역할을 요구하는 난감한 경우도 있지만, 당사자들을 설득해 문제를 잘 풀었을 때 고생한 보람을 느껴요.”

봉 주무관은 고등학교 땐 문학도였다고 한다. 담임선생님의 추천으로 지적학과로 진학해 졸업 뒤 건설회사에 입사했지만 6개월 만에 그만두고 공무원이 되었다. 부동산 업무는 어느새 그의 천직이 되었다. 대학 때 딴 공인중개사 자격증으로 봉 주무관은 은퇴 뒤에는 마을부동산을 운영할 계획이다. “복덕방이 복(福)과 덕(德)을 주는 공간(房)으로 거듭나 부동산 거래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법률적 도움은 물론 누구나 믿고 찾을 수 있는 마을 사랑방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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