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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이상 끈 재건축 관련 집단민원
양쪽 여러 차례 면담 뒤 원만히 해결
양천구 옴부즈만 그간 18건 민원 처리
유 변호사, 시흥시서 옴부즈만 경험
지난 15일 양천구청 3층 옴부즈만실에서 유상진 변호사가 민원인을 상담하고 있다. 양천구 제공
“아, 네! 그럼 최종적으로 정리해주신 거군요. 잘됐네요!”
지난 15일 양천구청 3층 옴부즈만실에서 성혜경 주무관이 반가운 전화 한 통을 받았다. 6개월 넘게 끌어온 재건축 관련 집단민원이 성공적으로 해결된 것이다. 조합 쪽이 민원을 낸 이웃 아파트에 요청한 자료를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성 주무관은 담당 옴부즈만 유상진(45) 변호사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유 변호사의 얼굴이 환해졌다.
양천구는 지난 4월부터 옴부즈만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옴부즈만은 주민의 고충을 듣고 이를 해결한다. 주로 행정기관의 부당하거나 소극적인 처분으로 피해본 주민들이 대상이다. 현재 옴부즈만 3명이 주 3회 하루씩 나눠 오후 시간에 업무를 본다. 전직 감사관·경찰 서장, 그리고 유 변호사가 함께 일한다.
고충 민원 처리 기간은 대개 한 달이고, 길어도 두 달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유 변호사가 이번에 맡았던 재건축 집단민원처럼 예외인 경우도 있다. “이해관계자가 많고 사안이 복잡했어요. 게다가 재건축조합과 이웃 아파트 주민들을 포함해 서로 불신이 깊어 문제를 푸는 데 무척 힘들었어요.” 지난해 목3동에 목 제1주택재건축정비사업이 시행되면서 민원이 제기되었다. 재건축될 아파트에 새로 도로를 놓을 계획이었는데, 이웃 아파트 주민들이 자신들의 생활권과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철회해 달라 했다. 이미 사업 인가와 분양 승인까지 난 사업에 대한 민원이라 양천구청으로서는 아주 난감했다. 당사자인 재건축조합은 보행자 도로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허가가 난 대로 도로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국민권익위 결정도 받았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5월 말 이웃 아파트 주민대표들이 구청 옴부즈만실을 찾았다. 유 변호사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구청 주택사업팀장을 만나 전반적 사항을 검토한 뒤 현장 조사에 나섰다. 아파트 주민들과 세 차례, 재건축조합과 두 차례 면담한 뒤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던 주장들이 협의체 구성으로 풀리기 시작했다. 지난 10월21일 ‘옴부즈만 민원조정 협의체 회의’에서 조합 쪽이 보행도로 폭을 좁히고, 앞으로 이웃 아파트의 생활권에 문제가 생기면 적극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민원인들이 갈등을 넘어 손을 잡던 순간, 가슴이 벅찼어요.” 양천구 옴부즈만단은 그간 고충 민원 18건을 처리했다. 9건은 시정 권고, 2건은 제도 개선, 7건은 조정을 이끌었다. 민원 분야는 교통이 7건으로 가장 많고 건축·주택이 4건, 환경, 일자리·경제, 과세, 위생 등이 뒤를 이었다. 옴부즈만 활동의 대상 기관은 구청, 보건소, 동주민센터, 구시설관리공단 등이다. 유 변호사는 옴부즈만 제도의 가장 큰 장점으로 민원인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그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것을 꼽는다. “개별민원이든 집단민원이든 자리를 바꿔놓고 자신들의 고충을 충분히 듣고 존중해달라는 요구에서 출발해요.” 양천구에서는 옴부즈만 활동 사례가 쌓여가지만 조례 제정의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서울 자치구 9곳(강동, 강북, 구로, 관악, 마포, 서대문, 성동, 양천, 은평)이 옴부즈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개는 자치구 조례에 기반을 둔다. 양천구는 의회가 조례 제정을 하지 않아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하고 있다. “조례가 있으면 법적 조직으로 권한도 명시할 수 있는데 못하고 있고, 민원으로 해당 부서와 충돌이 있을 땐 근거 조례가 없는 게 논란이 되기도 해요.” 옴부즈만 제도 취지는 행정기관에서 생긴 문제를 해당 기관이 풀기 어렵기에 독립성 있는 조직을 만들어 풀자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대체로 제도에 공감하지만 일부는 불편해한다. 자신의 판단을 평가받는 일이니 잘잘못을 떠나 거북할 수 있다. 하지만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옴부즈만 제도가 소통·공감·참여의 ‘엄마 행정’에 걸맞은 제도라고 확신한다. 옴부즈만 제도를 민원인들에게 알리고 직원들 교육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주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주요 채널’로 운영한다는 것이 김 구청장의 생각이다. 경기도 안산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유 변호사는 금요일마다 양천구의 옴부즈만으로 활동한다. 유 변호사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걸 즐긴다.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뒤 국책연구소에서 국제관계 연구를 하다 40대에 변호사가 된 그의 첫 선택은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였다. 변호사 업무를 하기 전 행정 현장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사건이 많고 인력이 부족해 서면 심사가 대부분이라 아쉬워하던 참에 시흥시 옴부즈만 ‘호민관’ 공모에 지원했다. 2년의 호민관 임기를 마치고 변호사 개업을 했다. 양천구에서 옴부즈만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또 주저없이 지원했다. 유 변호사는 전국지방자치단체옴부즈만협의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새해엔 옴부즈만 제도 확산을 위한 일에 힘을 더 보태려 한다. 그에게 옴부즈만 활동은 무엇보다 보람 있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고충 민원 처리 기간은 대개 한 달이고, 길어도 두 달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유 변호사가 이번에 맡았던 재건축 집단민원처럼 예외인 경우도 있다. “이해관계자가 많고 사안이 복잡했어요. 게다가 재건축조합과 이웃 아파트 주민들을 포함해 서로 불신이 깊어 문제를 푸는 데 무척 힘들었어요.” 지난해 목3동에 목 제1주택재건축정비사업이 시행되면서 민원이 제기되었다. 재건축될 아파트에 새로 도로를 놓을 계획이었는데, 이웃 아파트 주민들이 자신들의 생활권과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철회해 달라 했다. 이미 사업 인가와 분양 승인까지 난 사업에 대한 민원이라 양천구청으로서는 아주 난감했다. 당사자인 재건축조합은 보행자 도로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허가가 난 대로 도로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국민권익위 결정도 받았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5월 말 이웃 아파트 주민대표들이 구청 옴부즈만실을 찾았다. 유 변호사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구청 주택사업팀장을 만나 전반적 사항을 검토한 뒤 현장 조사에 나섰다. 아파트 주민들과 세 차례, 재건축조합과 두 차례 면담한 뒤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던 주장들이 협의체 구성으로 풀리기 시작했다. 지난 10월21일 ‘옴부즈만 민원조정 협의체 회의’에서 조합 쪽이 보행도로 폭을 좁히고, 앞으로 이웃 아파트의 생활권에 문제가 생기면 적극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민원인들이 갈등을 넘어 손을 잡던 순간, 가슴이 벅찼어요.” 양천구 옴부즈만단은 그간 고충 민원 18건을 처리했다. 9건은 시정 권고, 2건은 제도 개선, 7건은 조정을 이끌었다. 민원 분야는 교통이 7건으로 가장 많고 건축·주택이 4건, 환경, 일자리·경제, 과세, 위생 등이 뒤를 이었다. 옴부즈만 활동의 대상 기관은 구청, 보건소, 동주민센터, 구시설관리공단 등이다. 유 변호사는 옴부즈만 제도의 가장 큰 장점으로 민원인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그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것을 꼽는다. “개별민원이든 집단민원이든 자리를 바꿔놓고 자신들의 고충을 충분히 듣고 존중해달라는 요구에서 출발해요.” 양천구에서는 옴부즈만 활동 사례가 쌓여가지만 조례 제정의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서울 자치구 9곳(강동, 강북, 구로, 관악, 마포, 서대문, 성동, 양천, 은평)이 옴부즈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개는 자치구 조례에 기반을 둔다. 양천구는 의회가 조례 제정을 하지 않아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하고 있다. “조례가 있으면 법적 조직으로 권한도 명시할 수 있는데 못하고 있고, 민원으로 해당 부서와 충돌이 있을 땐 근거 조례가 없는 게 논란이 되기도 해요.” 옴부즈만 제도 취지는 행정기관에서 생긴 문제를 해당 기관이 풀기 어렵기에 독립성 있는 조직을 만들어 풀자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대체로 제도에 공감하지만 일부는 불편해한다. 자신의 판단을 평가받는 일이니 잘잘못을 떠나 거북할 수 있다. 하지만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옴부즈만 제도가 소통·공감·참여의 ‘엄마 행정’에 걸맞은 제도라고 확신한다. 옴부즈만 제도를 민원인들에게 알리고 직원들 교육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주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주요 채널’로 운영한다는 것이 김 구청장의 생각이다. 경기도 안산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유 변호사는 금요일마다 양천구의 옴부즈만으로 활동한다. 유 변호사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걸 즐긴다.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뒤 국책연구소에서 국제관계 연구를 하다 40대에 변호사가 된 그의 첫 선택은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였다. 변호사 업무를 하기 전 행정 현장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사건이 많고 인력이 부족해 서면 심사가 대부분이라 아쉬워하던 참에 시흥시 옴부즈만 ‘호민관’ 공모에 지원했다. 2년의 호민관 임기를 마치고 변호사 개업을 했다. 양천구에서 옴부즈만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또 주저없이 지원했다. 유 변호사는 전국지방자치단체옴부즈만협의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새해엔 옴부즈만 제도 확산을 위한 일에 힘을 더 보태려 한다. 그에게 옴부즈만 활동은 무엇보다 보람 있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