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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4년
다문화 아이들에게 한글 가르쳐
“사회복지 분야 진출하게 되면
구로마을대학 활동이 도움될 것”
지난 10일 구로3동 구로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움틈교실에서 구로마을대학 학생활동가 김노을(가운데)씨가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한국어 공부를 돕고 있다.
김노을(24)씨는 구로마을대학의 학생 활동가이다.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 4학년인 그는 아동·청소년 복지에 관심이 많다. 아이들의 순수함이 좋아서다. 고등학교 때부터 보육원 등에서 봉사활동도 많이 했다. 대학 전공 선택으로도 이어졌다. 지난해부터는 구로마을대학 학생 활동가로 참여하고 있다.
구로마을대학은 서울시 캠퍼스타운 조성 사업의 하나로 성공회대가 지난해 7월 시작했다. 캠퍼스타운 조성 사업은 대학가를 청년일자리 창출과 지역재생을 아우르는 곳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2016년 12월 1차로 13개 대학이 선정되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성공회대다. 성공회대는 지역사회의 공동체성을 만들어 가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구로마을대학’으로 사업명을 붙였다. 구로 지역에서 마을문화 육성과 다문화 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김씨가 참여하는 다문화 지원프로그램은 ‘움틈교실’ 청소년의 한국어 교육 지원이다. 움틈교실은 구로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센터가 학교 밖 중도입국 청소년(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가 부모의 사정에 따라 한국에 들어와 살고 있는 9~24살 이하)을 위해 연 한국어 교육과 진로직업체험 프로그램이다. 학생 활동가 15명이 매주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4시간씩 다문화 청소년들의 한국어 공부를 돕는다. 먼저 한국에 온 부모가 불러 입국한 다문화가정 청소년 중에서 한국말이 서툰 아이들이 대상이다.
김씨는 매주 화요일마다 활동가 4명과 함께 9명의 다문화 중도입국 청소년(15~18살)의 한국어 공부를 돕고 있다. 오전 한국어 강의 땐 보조강사 일을 하고 오후에는 복습을 도우며 일상 대화를 나눈다. 이들 학교 밖 중도입국 아이들의 한국어 구사 능력에는 차이가 꽤 난다. 잘하는 애는 지루해하고 ‘ㄱ, ㄴ’도 모르는 아이는 따라가기조차 힘들어한다. 그가 맡은 아이 가운데 조동욱(17)군이 있다. 조군은 한국에 온 지 100일이 채 되지 않는다. 중국 지린성에서 할머니·할아버지와 살다가 한국에 살고 있는 부모가 불러 서울로 왔다. 몇 번 한국을 다녀가기는 했지만 막상 살 생각을 하니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친구도 없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두려웠다. 움틈교실을 다니면서 걱정을 한결 덜었다. 나이가 비슷한 대학생 형, 누나들이 한국어 공부도 도와주고 한국 생활에 대해 알려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조군이 김씨를 만난 건 대여섯 번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조군은 김씨를 잘 따른다. 차분하게 한국어 공부도 잘 봐주고, 자신들의 일상 얘기도 잘 들어주기 때문이다. 조군은 아직 한국어가 서툴러 대화가 쉽지 않다. 한국말 잘하는 친구들의 통역 도움을 받지만 힘들 때가 많다. “노을 형 덕분에 한국에 관심도 생기고, 한국말도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한다. 김씨도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지난해 구로마을대학에서 다문화, 인권, 인터뷰 방법 등을 배웠다. 중도입국 청소년의 욕구를 조사해 그들을 어떻게 도울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워크숍에도 참여했다. 이전과 달리 다문화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생겼고 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먼저 다가가게 되었다. “졸업 뒤 아동청소년의 사회복지 현장에 가면 다문화가정 아이들도 만날 수 있는데, 구로마을학교에서 쌓은 경험이 도움될 것 같다”고 김씨는 말한다. 올해 구로마을대학의 다문화 지원 프로그램에는 지역 주민들도 참여하고 있다. 다문화 지원팀을 이끌고 있는 남일성 성공회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다문화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학교를 넘어 지역 주민에게까지 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로구는 다문화 가정이 많은 자치구이다. 구 차원에서 다문화서포터즈단을 통한 한국문화 체험, 또래 친구 만들기 사업, 장학금 지원 등의 중도입국 청소년을 위한 사업을 추진한다. 지난해 구로마을대학 개소식에서 이성 구로구청장은 “지역의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이웃으로, 좋은 사회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성공회대, 서울시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씨가 활동하는 움틈교실에 온 친구들 가운데 부모에게 등 떠밀려 온 애들도 적잖다. 이들은 한국어 배우기에 관심도 없고 흥미를 느끼지도 못한다. 김씨는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이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거라 생각한다. “처음엔 한국어 공부를 봐주는 것만 하다 이제는 ‘농구 하자’ ‘게임 하자’ ‘너구리 카페 가보자’고 얘기할 정도로 가까워지고 있어요.” 아이들이 고민이 생기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댈 수 있는 친구가 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글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김씨는 매주 화요일마다 활동가 4명과 함께 9명의 다문화 중도입국 청소년(15~18살)의 한국어 공부를 돕고 있다. 오전 한국어 강의 땐 보조강사 일을 하고 오후에는 복습을 도우며 일상 대화를 나눈다. 이들 학교 밖 중도입국 아이들의 한국어 구사 능력에는 차이가 꽤 난다. 잘하는 애는 지루해하고 ‘ㄱ, ㄴ’도 모르는 아이는 따라가기조차 힘들어한다. 그가 맡은 아이 가운데 조동욱(17)군이 있다. 조군은 한국에 온 지 100일이 채 되지 않는다. 중국 지린성에서 할머니·할아버지와 살다가 한국에 살고 있는 부모가 불러 서울로 왔다. 몇 번 한국을 다녀가기는 했지만 막상 살 생각을 하니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친구도 없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두려웠다. 움틈교실을 다니면서 걱정을 한결 덜었다. 나이가 비슷한 대학생 형, 누나들이 한국어 공부도 도와주고 한국 생활에 대해 알려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조군이 김씨를 만난 건 대여섯 번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조군은 김씨를 잘 따른다. 차분하게 한국어 공부도 잘 봐주고, 자신들의 일상 얘기도 잘 들어주기 때문이다. 조군은 아직 한국어가 서툴러 대화가 쉽지 않다. 한국말 잘하는 친구들의 통역 도움을 받지만 힘들 때가 많다. “노을 형 덕분에 한국에 관심도 생기고, 한국말도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한다. 김씨도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지난해 구로마을대학에서 다문화, 인권, 인터뷰 방법 등을 배웠다. 중도입국 청소년의 욕구를 조사해 그들을 어떻게 도울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워크숍에도 참여했다. 이전과 달리 다문화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생겼고 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먼저 다가가게 되었다. “졸업 뒤 아동청소년의 사회복지 현장에 가면 다문화가정 아이들도 만날 수 있는데, 구로마을학교에서 쌓은 경험이 도움될 것 같다”고 김씨는 말한다. 올해 구로마을대학의 다문화 지원 프로그램에는 지역 주민들도 참여하고 있다. 다문화 지원팀을 이끌고 있는 남일성 성공회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다문화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학교를 넘어 지역 주민에게까지 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로구는 다문화 가정이 많은 자치구이다. 구 차원에서 다문화서포터즈단을 통한 한국문화 체험, 또래 친구 만들기 사업, 장학금 지원 등의 중도입국 청소년을 위한 사업을 추진한다. 지난해 구로마을대학 개소식에서 이성 구로구청장은 “지역의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이웃으로, 좋은 사회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성공회대, 서울시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씨가 활동하는 움틈교실에 온 친구들 가운데 부모에게 등 떠밀려 온 애들도 적잖다. 이들은 한국어 배우기에 관심도 없고 흥미를 느끼지도 못한다. 김씨는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이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거라 생각한다. “처음엔 한국어 공부를 봐주는 것만 하다 이제는 ‘농구 하자’ ‘게임 하자’ ‘너구리 카페 가보자’고 얘기할 정도로 가까워지고 있어요.” 아이들이 고민이 생기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댈 수 있는 친구가 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글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