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마음 공감하기 7년 “90%가 만족”

49명 단원이 자원봉사

‘2017년 강동구민 대상’ 수상

다른 시·구에서도 상담 의뢰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냐는 말에 사춘기 여자아이들은 금방 눈물을 흘려요.”

8년째 상담사로 재능기부 활동을 해온 김자영(57·천호동) 강동구 자기주도학습지원센터 에듀봉사단 고문은 지난 5월24일 “아이들은 누군가 자기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해주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동구는 2010년 말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최초로 자기주도학습지원센터를 세웠다. 이곳에서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에듀봉사단이 진로·진학·자기주도학습 상담과 멘토링 활동, 프로그램 모니터링, 행사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에듀봉사단은 자기의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상담과 다양한 인성·적성 검사를 해서 자신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찾도록 도와준다. 현재 총 49명인 단원들은 대부분 전·현직 교육 분야 종사자로 2011년부터 지난 3월까지 학생과 학부모에게 총 4600여 건을 상담했다. 에듀봉사단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1월에는 ‘2017년 사회발전·봉사 부문 강동구민 대상’을 받았다.

에듀봉사단이 이렇게 유명해진 데는 김자영 고문의 역할이 컸다. 에듀봉사단이 만들어진 2011년에 팀장을 맡았다가 봉사단의 규모가 커지자 2013년부터는 단장을 맡았다. 지난해 2월에는 4년간 맡았던 단장직을 김미경(54·고덕동)씨에게 넘기고 고문으로 한발 뒤로 물러섰다. 김 고문은 “상담을 받은 학부모와 학생들은 90%가 넘는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며 “속마음을 툭 터놓고 얘기할 수 있고,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함께 찾아줘서 학교생활도 충실히 하게 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자기주도학습센터는 예약 상담만 하다 지난해부터는 센터 건물 3층에 상시 상담을 할 수 있는 ‘도란도란 상담카페’를 열었다. 상담 신청 없이도 평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카페에 오면 상담할 수 있다. 김 고문은 상시 상담을 시작한 뒤로 지방에서 오는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소문이 나자 강동구 이외 지역에서도 상담을 받으러 온다. 가깝게는 이웃 광진구나 송파구에서도 찾아오고 멀게는 천안, 강릉, 진주에서도 온다.”

이렇게 상담 활동이 인기를 끄는 까닭은, 무료인데다 자원봉사 상담사들의 전문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에듀봉사단 단원 중에는 교사 출신이 많다. 또한 학습 관련 상담이 많아서인지 학습·진로·진학과 관련 높은 진로 상담, 심리 상담, 학습 코치, 어린이안전지도사, 미술치료사, 목공예, 건축 설계 등 다양한 자격증을 가진 분들이 많다. 김미경 단장은 “자격증이 많으면 진로 상담하는 데 요긴하다. 상담사들이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해당 분야에 대해 좀더 전문적이고 자세하게 설명해 진로를 선택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자격증도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상담 활동을 하다보니 필요해 하나씩 따게 됐다. 김미경 단장은 “닫힌 마음을 가진 아이들을 상담하다보니 아이들 마음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서 미술심리치료사 자격증을 따게 됐다”며 “아이들을 상담하는 게 봉사로 그치는 게 아니라 나도 배우는 계기가 돼 보람이 크다”고 한다.

센터는 상담 못지않게 멘토스쿨 운영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금까지 총 3150쌍의 멘토-멘티를 이어줬다. 총 3개 팀으로 이뤄진 멘토링팀은 한 팀에 담당 상담교사 5~6명과 멘토·멘티 각 30명으로 이뤄져 있다. 멘토는 강동구의 고등학교에서 추천받은 고3 학생들이고, 멘티는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다. 멘토와 멘티는 학습 조직이 아니라 서로의 인성을 성장시키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만들며 배려하는 법을 주로 배운다. 윤현주(44·천호동) 전 멘토링팀장은 “요즘은 한자녀 가정이 늘어나 아이들이 외로움을 타는 경우가 많다. 멘토링 활동으로 부모님도 몰라주는 자신의 마음을 또래 언니나 형들이 알아준다는 데서 큰 위로를 받는 모습을 자주 본다”고 했다.

에듀봉사단원들은 지난해 3월 우리마지교육협동조합도 만들었다. 2012년부터 에듀봉사단 활동을 해온 이연희(54·고덕동) 진학팀장이 조합대표를 맡았고, 조합원 26명 모두가 에듀봉사단원이다. 진로·진학·자기주도학습 코칭과 컨설팅을 주로 하는데, 구청에서 위탁받은 자기주도학습 수업을 한다. 이 대표는 “에듀봉사단원 한명 한명의 재능이 아까워 조합을 만들었는데, 에듀봉사단과 협동조합이 윈윈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의 고민은 진로에만 국한되지 않고 교우 관계나 부모 갈등 등 다양하다. 김자영 고문은 친했던 같은 반 친구가 자살해 힘들어하던 학생을 상담해준 일을 떠올렸다. 김 고문은 “울면서 전화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차분하게 상담해줬는데, 2년 뒤 3학년이 된 학생이 다시 찾아와 당시 큰 위로가 됐다며 고마워했다”고 한다. 그는 “이럴 때마다 기쁨도 크고 봉사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며 밝게 웃었다.

강동구 에듀봉사단원들은 “누군가에게 도움되는 일을 해 행복하다”며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이 다른 곳으로 빨리 확산되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