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들, 자기네 학교 교문을 새로 꾸미다

강북구 삼양초등학교 교문 개선 프로젝트

등록 : 2016-05-04 15:21 수정 : 2016-05-0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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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삼양초등학교 어느 교실, 비장한 표정으로 머리를 맞댄 이들이 있다. 6학년 5반 담임 배성호 선생님과 서울시립대 도시디자인 프로젝트팀 ‘디자인어스’의 팀원들은 앞에 수북이 쌓인 그림을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학교가 교문을 개선하기로 하면서 아이들의 의견을 모아 보기로 한 것. 기발한 아이디어 가득한 교문 디자인 공모전 이야기를 배성호 교사가 전한다.

 

서울 삼양초등학교 정문 공모전에 100여편 넘는 작품들이 모였다. 공모작에는 교문 외형뿐 아니라 교문을 구성하는 여러 의미들을 담은, 아이들의 유쾌한 상상력이 빛나는 작품들이 많다.

아이들과 더불어 특별한 일을 하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학교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정문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의 주인공이지만 정작 보호받고 교육받아야만 하는 대상으로 여겨졌다. 이런 관점을 유쾌하게 뒤집으며 아이들이 직접 학교 정문 디자인에 참여해, 스스로의 힘으로 학교 환경을 바꿔나가는 중이다. 이런 과정이 아이들을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게 해 줄 것이라 기대한다.

 서울 삼양초등학교 교문은 폭이 좁다. 또한 정문 주변은 지금 경전철 공사를 하느라 체험학습이 있는 날은 학교로 버스가 드나들기도 쉽지 않다. 이런 문제들을 안타깝게 여긴 학교 동문 선배들은 후배들을 위해 새 교문을 지어 주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밌는 제안들이 나왔다. 교문을 전문가를 비롯한 어른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아이들의 생각을 담아 만들자는 의견이었다. 열린 마음으로 제안을 받아 주신 교장 선생님을 비롯해서 항상 다양한 가능성을 몸소 보여 주고 가르침을 주는 어린이 친구들 덕분에 제안은 현재진행형으로 이뤄지고 있다.

 새 정문 공사를 앞두고 연 공모전에 100여편이 넘는 공모 안이 모였다. 이 안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이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생각과 만날 수 있다. 단순히 드러나는 교문 외형만이 아니라 교문을 구성하는 여러 의미들을 담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유쾌한 사회적 상상력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양초가 삼각산의 양지바른 곳이라는 뜻을 살리고 이 교문에 학교 마크와 시계를 그려 넣은 작품에서부터 우리 학교는 우리 손으로 만든다는 뜻으로 형상화한 교문 모양, 현재 교문을 직접 측정해 정밀하게 새로운 안을 기획한 안과 교문에 대한 기존의 상식을 깨뜨리며 경사가 심한 학교 공간에 새로운 방식으로 교문을 구성한 작품 들이 한데 모였다.

 사실 일련의 공모 안들이 모이면서 이를 총괄하는 처지에서 행복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저마다 개성을 지닌 안들 중 선뜻 최종 안을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교문 설계를 위한 최종 안 선출은 이번에 제출된 안들을 가지고 바로 결정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공모 안들은 일단 여러 학생들의 독립적이고 일차적인 의견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이 안들을 마련한 100여명의 학생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교문을 진정으로 학교 구성원들이 더불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준비 중이다.

 이런 과정은 작년부터 우리 학교 아이들과 함께 학교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며 새로운 가능성을 알려 준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디자인어스 동아리 학생들의 도움말과 참여가 있어 가능했다. 이제는 20여편 정도로 추린 공모 안을 가지고 학생, 교직원, 학부모와 더불어 교문을 함께 만드는 새로운 도전을 할 예정이다.

올 여름방학을 목표로 한 새로운 교문 만들기 프로젝트는 과연 어떤 결실을 맺을까? 단순히 드러나는 결과만이 아니라 목표에 이르는 과정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며 진선진미를 말씀하셨던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을 새기면서, 아이들과 새로운 교문을 만들어가는 행복한 도전을 기대해 본다.

글·사진 배성호 서울 삼양초등학교 교사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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