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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형 조식 사업, 영리 목적으론 어려워
지역의 사회적기업 ‘이그린’과
금천지역자활센터가 함께 참여
내년 특구 지원 끝나…크라우드펀딩 기대
지난 5월28일 오전 8시께 조식 급식이 이뤄지고 있는 독산로 한울중 가사실에서 조정옥 금천구사회적경제특구추진단 사무국장이 강기현군의 식판에 국을 떠 주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지난 5월28일 금천구 독산로 한울중학교 운동장은 이른 아침부터 아이들이 피구 경기를 하느라 시끌벅적 활기가 넘친다. 예닐곱 아이들이 1층 교무실 옆 가사실로 달려간다. 가사실에서는 아침 급식이 한창이다. 배식 담당자가 반갑게 아이들을 맞는다. 아이들은 차조밥에 북엇국, 제육볶음, 숙주나물, 김치, 요구르트를 식판에 받아와 자리에서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며 맛나게 먹는다. 아침밥 먹기를 신청한 아이 20여 명이 잇따라 들어온다. 그간 아침밥을 거의 먹지 않았던 강기현(13)군은 “학교에서 아침밥 먹으면서부터 오전 수업에 집중이 잘된다”고 한다. 체력도 좋아졌단다. 한 번에 50~60개밖에 못하던 줄넘기도 이젠 100개를 거뜬히 한다. 강군은 밥과 제육볶음을 한 번 더 듬뿍 떠 와서 먹는다.
한울중학교의 급식형 조식지원사업은 금천구 사회적경제특구추진단(추진단)이 진행한다. 지역의 사회적기업 ‘이그린’과 금천지역자활센터가 함께한다.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추진단의 조정옥(42) 사무국장은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6학년, 4학년, 2학년 네 아이의 엄마이다. 결혼 전엔 방송작가로 일했다. 출산하면서 10년 가까이 육아에 전념했다. 2012년 무렵 사회적 경제를 알게 됐다. 사회적 경제 중간지원조직에 둥지를 틀었다. 금천구의 서울시 사회적 경제 지역특화사업(이후 생태계 조성 사업) 사무국과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으로 일했다. 지난해부터는 추진단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추진단은 사회적 경제를 통해 지역 학교가 안고 있는 고민을 함께 푸는 파트너가 되려 했다. 먼저 지역 주민들의 교육 욕구가 강하다는 데 주목했다. 34개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욕구 조사를 했다. 이를 토대로 사회적 경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연구했다. 교육(진로 체험, 동아리 활동 등), 먹거리, 교복을 사업 아이템으로 정했다. 사회적경제기업, 지원 조직, 학교, 행정 등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었다.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주는 사업도 이 회의에서 논의했다. 현재 지역의 학교 두 곳을 사회적경제협동학교(자유학년제, 대안교실)로 지정해 운영하고, 조식 사업은 초등학교·중학교 각 네 곳에서 한다.
사실 현재의 급식형 조식지원사업의 구조는 영리기업이라면 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이른 새벽에 130인분가량을 만들어 아침 7시 30분 전에 학교 8곳에 배달해야 한다. 학교마다 평균 15인분으로 주문량이 많지 않고, 급식형이라 배식 담당자도 있어야 한다. 배달비용과 인건비를 고려하면 수익이 나기 어려운 구조다. 조정옥 국장은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그린과 금천지역자활센터는 먹거리 사업 경험이 많다. 이그린은 취약계층과 급식 사각지대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먹거리(반찬과 반조리 식품) 방문배달 서비스를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금천자활센터는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바우처로 밥을 사먹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해왔다. 신정희 이그린 대표는 “지역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보람에 어려운 여건에서도 이어간다”고 말했다. 조정옥 국장은 지난해엔 자녀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학부모회장을 맡았다. 덕분에 아이들과 학교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게 되어 사회적 경제를 통해 도울 방법을 찾았다. 엄마들과 반찬 동아리 활동을 일주일에 한 번씩 했다. 교육복지 대상 아이들에게 줄 밑반찬을 만들었다. “식자재를 이그린에서 받았어요. 이그린이 어떤 가치로 운영되는지 동아리 엄마들에게 설명해줬지요.” 소비자인 엄마들의 목소리를 사회적기업에 전해줄 수 있는 점도 좋았단다. 내년이면 사회적경제특구 사업에 서울시의 예산 지원이 끝난다. 추진단은 사업을 이어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역 지(G)밸리의 아이티(IT·정보기술)기업들의 후원을 끌어내볼까 고민 중이다. 이달 말까지 펼치는 조식지원사업 크라우드펀딩에도 기대가 크다. “펀딩 목표 금액(300만원)을 넘기면 좋겠지만 결과보다 시도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봐요.” 크라우드펀딩이 성공하면 청소년 아침밥 먹기 캠페인도 더 하려 한다. 조정옥 국장은 사회적 경제가 더 따뜻하고 더 좋은 동네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2012년 처음 사회적 경제를 알게 되면서 가슴이 설鳴 한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경제를 주민들에게 알리고, 기업들이 서로 협업할 수 있게 돕는 ‘사회적 경제 활동가’. 조 국장이 네 아이를 키워가며 즐겁게 이뤄가는 목표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사실 현재의 급식형 조식지원사업의 구조는 영리기업이라면 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이른 새벽에 130인분가량을 만들어 아침 7시 30분 전에 학교 8곳에 배달해야 한다. 학교마다 평균 15인분으로 주문량이 많지 않고, 급식형이라 배식 담당자도 있어야 한다. 배달비용과 인건비를 고려하면 수익이 나기 어려운 구조다. 조정옥 국장은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그린과 금천지역자활센터는 먹거리 사업 경험이 많다. 이그린은 취약계층과 급식 사각지대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먹거리(반찬과 반조리 식품) 방문배달 서비스를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금천자활센터는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바우처로 밥을 사먹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해왔다. 신정희 이그린 대표는 “지역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보람에 어려운 여건에서도 이어간다”고 말했다. 조정옥 국장은 지난해엔 자녀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학부모회장을 맡았다. 덕분에 아이들과 학교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게 되어 사회적 경제를 통해 도울 방법을 찾았다. 엄마들과 반찬 동아리 활동을 일주일에 한 번씩 했다. 교육복지 대상 아이들에게 줄 밑반찬을 만들었다. “식자재를 이그린에서 받았어요. 이그린이 어떤 가치로 운영되는지 동아리 엄마들에게 설명해줬지요.” 소비자인 엄마들의 목소리를 사회적기업에 전해줄 수 있는 점도 좋았단다. 내년이면 사회적경제특구 사업에 서울시의 예산 지원이 끝난다. 추진단은 사업을 이어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역 지(G)밸리의 아이티(IT·정보기술)기업들의 후원을 끌어내볼까 고민 중이다. 이달 말까지 펼치는 조식지원사업 크라우드펀딩에도 기대가 크다. “펀딩 목표 금액(300만원)을 넘기면 좋겠지만 결과보다 시도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봐요.” 크라우드펀딩이 성공하면 청소년 아침밥 먹기 캠페인도 더 하려 한다. 조정옥 국장은 사회적 경제가 더 따뜻하고 더 좋은 동네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2012년 처음 사회적 경제를 알게 되면서 가슴이 설鳴 한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경제를 주민들에게 알리고, 기업들이 서로 협업할 수 있게 돕는 ‘사회적 경제 활동가’. 조 국장이 네 아이를 키워가며 즐겁게 이뤄가는 목표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