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브루클린? 확실히 다른 ‘성동구’ 만들게요”

다선의 힘, 구정의 완성ㅣ정원오 성동구청장

등록 : 2018-11-22 15:03 수정 : 2018-11-2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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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서 69.5% 득표율 기록

정부 부처 대국민 서비스 종합평가 1위

4년간 성동구 역동적 성장 달성 지역

2번째 임기 중 ‘스마트 포용도시’ 꿈꿔

전국 첫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 제정

올 9월 상가 임대차보호법 법제화 토대

상대적 낙후 지역 도시재생으로 개발

“주민이 뽑은 가장 친절한 목민관” 자부


성동구 청사 1층 로비는 도서관이나 대형 서점의 로비를 방불케 한다. 잘 건축된 북카페 같기도 하다. 정원오 구청장의 아이디어로 올해 1월 조성한 ‘성동 책마루’는 청사의 유휴 공간을 주민들이 책을 벗 삼아 소통하고 힐링할 수 있는 공유 서가로 탈바꿈시켰다. 하루 평균 1천여 명의 주민들이 휴식 공간이자 약속 장소로 이용한다고 한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금호동 성동구청 독서당 인문아카데미센터 1층도 지난 3월부터는 북카페 형태의 ‘독서당 책마루’로 새로 꾸며 문을 열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정원오(50) 성동구청장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받은 69.5%의 득표율은 문재인 바람을 고려하더라도 후보자에 대한 신뢰 없이는 나오기 어려운 ‘표심’이다. 정 구청장은 “저 자신도 믿을 수 없었다”며 “성동을 가장 잘사는 동네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믿어주고 공감한 결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성동구는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처음 한 정부 부처 대국민 서비스 종합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7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설명하는 ‘팩트’일 것이다. 두 번째 임기에 정 구청장이 지향하는 성동은 ‘스마트 포용도시’. 첨단기술이 삶의 질을 떠받치고, 구성원들이 차이를 넘어 서로를 끌어안는 도시를 꿈꾼다. “스마트 포용도시가 되려면 사회적 약자들이 일할 기회가 많아야 한다. 지방정부가 그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돼주어야 한다. 지금 안 되면 다음 임기까지 이 약속은 계속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69.5%의 놀라운 지지도가 오히려 부담스럽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가?

“이 자리를 빌려 주민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선거가 끝나고 당선을 축하하는 어느 단체의 현수막(펼침막)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서울 최고 득표를 만들어주었으니 서울에서 가장 잘사는 구로 만들어달라.’ 주민들은 표로 권리를 행사하고 당연히 권리만큼 요구한다는 걸 느끼며 새삼 더욱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지난 4년간의 성동을 정리해본다면?

“그 기간 성동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한 지역이다. 낙후된 구도심에서 문화예술 중심지로 도약했던 뉴욕 브루클린에 빗대어 성동을 ‘한국의 브루클린’이라 이르는 사람들도 생겼다. 구민의 30년 염원인 삼표레미콘 공장 이전을 확정했고, 인문계 고등학교 유치로 주민들의 교육 갈증을 풀었다. 지속가능한 일자리 2만5천 개 창출 목표를 2만9천 개로 초과 달성했다. 청년소셜벤처 육성, 성동 책마루 도서관 등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혁신 정책도 추진했다. 성동이 지금과 같은 즐거운 변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민선 6기에 추진한 다양한 정책 사업을 민선 7기로 이어가 ‘확실히 다른 성동구’를 만들어 보이겠다.”

성동구는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국회에서 관련 입법도 이뤄졌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지난 9월 국회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됐다. 계약갱신청구권이 10년으로 연장됐고, 권리금 보호 기간이 6개월로 늘어나 임대료 때문에 쫓겨날 걱정 없는 일차적인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 법제화를 최초로 시도한 게 2015년 우리 구가 전국 최초로 제정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였고, 3년 만에 전국적으로 법제화가 이뤄졌다. 취임 직후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지방정부협의회를 구성해 공청회도 열고, 중앙정부에 촉구도 해왔던 저로서는 감개무량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지방정부에 젠트리피케이션 예방을 위한 도시계획 권한을 부여하는 ‘지역상권 상생 발전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법적으로 골목상권, 지역상권을 보호하는 근거를 만들자는 거다. 이 법이 만들어지면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법적 토대는 어느 정도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도시의 혁신, 스마트시티>란 책을 썼다. 재선 임기 동안 만들려는 성동의 미래상을 그린 것 같다.

“유엔이 제시한 포용도시란 개념에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것이다. 이 ‘스마트 포용도시’가 제가 그려 보이는 성동의 미래상이다. 포용도시의 핵심은 사회적인 이유로 소외되거나 배척받는 이가 없어야 한다는 거다. 문제는 그런 포용도시로 가려면 상당히 큰 비용이 드는데, 이런 재원의 한계 안에서 최대한의 포용도시를 만들기 위해 제가 제시하는 방안이 스마트 기술의 활용이다. 스마트 기술을 잘 활용하면 복지 비용이나 인력을 많이 절감하면서 효과는 배가될 수 있다. 첨단기술을 잘 활용해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사회적 약자 보호를 확대해나가자는 것이다.”

재선 임기에 계획하고 있는 주력 과제는 어떤 것이 있는가?

“앞에서 설명한 ‘스마트 포용도시’가 큰 틀의 과제이고, 지역 현안으로는 사근동, 용답동, 송정동, 마장동 등 상대적 낙후 지역을 성수동처럼 도시재생 방식으로 활성화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금호동에 가면 인도도 확보 안 된 도로가 여러 이해관계 때문에 20~30년째 그대로 있는데, 제가 아이디어를 내서 지금 도로 확장이 거의 완성 단계에 들어가 있다. 주민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그리고 성동구의 숙원 사업인 삼표레미콘 공장 이전과 그 자리에 포스코과학문화미래관을 유치하는 사업이 있다. 이런 것들이 저의 2차 임기 중 큰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회장을 맡았는데,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가?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활동을 일컬어 사회적 경제라고 하는데, 요즘은 ‘사회연대경제’라고 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사회적 경제활동이 일자리의 평균 6% 정도를 차지하는데, 우리나라는 0.3% 수준으로 미약하다. 그래서 이걸 지역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해 협의회를 만들었다. 전국 38개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고 있는데, 이번에 제가 네 번째 회장을 맡았다.”

회장을 맡은 게 성동의 사회적 경제활동이나 청년 소셜벤처 육성 등의 성과를 평가받은 것 같다.

“아무래도 제가 사회적 경제 쪽에 관심을 갖다 보니 성동구에서 여러 가지 사업과 지원이 활성화됐다. 지난 임기 동안의 노력으로 이런 사업이 굉장히 커졌고, 이제는 사회적 경제의 중심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다. 대학과 연계한 교육과 취업·창업 지원, 경력단절여성들의 코딩 교육 등은 벌써 3~4기째 이어지고 있다. 성동은 사회적경제기금이 만들어져 기금이 집행되는 몇 안 되는 기초단체 중 하나다. 이런 노력이 있다 보니 자연스레 이번에 성동구에 회장 자리를 맡긴 게 아닌가 한다.”

 

구청장 경험으로 현 단계에서 지방자치에 대해 조언이나 주장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지역의 문제를 주민과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재정분권이 필수다. 지방이양 일괄법을 연내 제정하는 것으로 목표 삼고 있는데, 이 법에 따라 향후 제정될 자치입법에 재정분권 의지를 확실히 담아낼 필요가 있다.”

앞으로 3선을 마쳐도 50대 나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정치적 포부를 키워가기 좋은 조건에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성동구에 올 때 가진 포부는 딱 하나, 성동구를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게 유일한 꿈이고 목적이다. 그걸 이루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 구청장직을 잘 수행해야 한다. 그냥 하는 소리겠지, 여기는 분들도 있었겠지만 4년 전 성동구는 지금보다 훨씬 낙후된 이미지였다. 그런데 많은 주민이 삶의 질이 좋아진 것을 피부로 느끼고, 성동구에 사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씀해준다. 그것만으로도 저는 절반을 했다고 본다. 앞으로도 성동구가 서울에서 가장 살기 좋은 구가 되는 게 저의 정치적 꿈이고 비전이다. 그 일이 끝나면 좀 쉬면서 다음 일을 생각해보겠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구청장으로서 “주민들에게 드릴 말씀”을 한 가지 덧붙였다.

“아시다시피 지난해 정부 부처 대국민 서비스 종합평가에서 성동구청이 전국 1위를 해 대통령상을 받았다. 민원서비스 종합 1위는 주민들이 뽑은 가장 친절한 목민관 1위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행정가로서 이게 가장 자랑스럽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성동구민들에게 전하고 싶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지방선거 서울 최고 득표율…임종석 실장 보좌관 출신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회장(2018)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와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지방정부협의회 회장(2015) △민선 6기(2014) 성동구청장 △임종석 의원 보좌관(2000~2008),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보좌진협의회장 △양천구청장 비서실장(1995)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1989) △전남 여수고,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1968년 전남 여수 출생, 부인 문혜정씨와 1남 1녀

정원오(50) 성동구청장은 지난 6월 민선 7기 지방선거에서 25개 서울 구청장 가운데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가 얻은 69.5%는 역대 성동구청장 선거 최고 득표율 55%보다 거의 15%포인트를 웃도는 것이었다. 4년 전 역대 성동구청장 중 가장 젊은 나이(47살)로 당선한 그는 사회적 경제와 소셜벤처 육성 등으로 성동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제정해 상생 경제의 틀을 갖추는 등 초선 같지 않은 역량을 과시했다. 최근에는 38개 지방정부로 구성된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청와대가 실시한 전국 행정부 대국민 서비스 평가에서 전국 1위를 한 것도 성동구이다. 그의 높은 득표율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보여주는 성과들이다.

정 구청장은 ‘586’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뛰어든 1987년 6월항쟁의 현장은 그의 “심장을 격동시키며 인생의 목표와 삶의 태도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맹렬 운동권이 된 정원오는 1989년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권한대행)이 되면서 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 전국대학생대표협의회(전대협) 등에서 “세상을 바꾸는 일의 선두에 섰다.” 수배 상태이던 1993년 25살에 군에 입대하는 것으로 학생운동을 정리하고, 1995년 양천구청장 비서실장을 맡으며 제도 정치권에 들어왔다. 2000년 16대 총선(성동구)에서 당선한 전대협 선배 임종석(현 청와대 비서실장) 의원의 보좌관이 되면서 성동구 지역정치와도 인연을 맺었다. 임 의원 보좌관 8년 동안 당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보좌진협의회 회장을 했다. 2014년 민선 6기 성동구청장 출마 때는 인지도가 낮아 고전이 예상됐으나, 국회의원 보좌 활동에서 쌓은 정책 마인드와 소통 능력을 발휘하며 50.1%의 득표로 성동구의 역대 가장 젊은 구청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입법부 대신 단체장으로 정치에 진출한 데 대해 “비록 권한은 작지만, 자기의 생각을 정책으로 구현하고 주민을 위한 결과를 바로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제 성격과 역량에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학생운동을 같이했고, 의원 시절 보좌했던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존재에 대해서는 “솔직히 말해 (그가 청와대에)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도움이된다. (웃음) 그러나 하는 일의 차원이 달라 도움을 주고받을 게 없었다”고 했다. 정 구청장은 지난 4년 동안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기초단체장 공약이행 평가 최우수상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나를 있게 한 사람

아버지, 어머니“수배 시절 무조건 감싸주던…”

부모란 자식의 흠이나 허물을 덮어주며 곱게 보이게 싸주는 보자기 같다고 한다. 학생운동 하는 자식이 빨갱이 소리를 들을 때도, 수배를 당해 도망 다닐 때도 한마디 내색하지 않고 나를 믿어주고 감싸주셨다. 군대 시절 돌아가신 아버지, 고향에 계신 어머니, 생각만 해도 한없이 작아지는 아들이 된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삽화 김경래 기자 kkim@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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