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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서 필수재는 삶에 꼭 필요해 가격이 오르거나 내려도 수요가 쉽게 변동하지 않는 재화로서, 쌀 등을 단골 예시로 든다. 도시철도는 시민이 생업, 학업 등을 영위하는 데 필수재 중 하나다. 철도 교통의 중요도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서울에서 철도 교통의 수송분담률은 40%에 육박한다. 버스 25%, 택시 6%대와 견주어 독보적이다.
그러나 아직도 서울 시내 약 36%는 철도 서비스 불모지다. 행정동 424개 가운데 170개(약 40%)는 10분 안에 지하철역 접근이 어렵다. 반면 지하철역이 3개 이상 몰려 있는 지역은 103개(약 24%), 심지어 5개 이상인 행정동도 24개(5.6%)에 이를 정도로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앞으로 10년간 서울 철도 교통 청사진을 담은 ‘제2차 서울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이 ‘균형 발전’에 초점을 맞춘 이유다. 서울시는 철도망이 이끄는 ‘균형 발전’ 실현을 위해 이번 계획에 두 가지 의미 있는 변화를 꾀했다. ‘서울형 지역균형발전지표’와 ‘공공 재정 투입’이다.
먼저 대도시인 서울 실정을 평가하기에 한계가 있는 중앙정부의 평가 지표를 조정해 ‘서울형 지역균형발전 평가 지표안’을 마련했다. 기존 지표의 ‘지역낙후도’ 평가 항목 중 의사 수, 제조업 종사 비율, 도시적 토지 이용 비율 항목은 없앴다. 이들 잣대로 서울과 지방 소도시를 비교한다면 서울은 늘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대신 지하철 접근성과 밀집도를 평가 항목으로 추가했다. 실제 지역별로 철도 이용 여건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교통 시설이 편중되어 있지는 않은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마련한 지역균형발전 지표를 이번 철도망 계획 노선안 선정에 반영했다. 대표적인 노선안이 강북횡단선이다. 강북 동서 간 이동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노선으로서 이전 철도망 계획에서도 여러 차례 검토되었으나, 기존 지표로 선정되기에 경제성 제약이 있었다. 강북횡단선은 제2차 계획에서 완화된 경제성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지역균형발전 점수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두 번째는 ‘공공 재정 투입’이다. 도시철도와 같은 대규모 공공 인프라 사업은 ‘타당성’을 따져 추진 여부를 판단한다. 철도 건설로 통행 시간이 절감되는 것은 물론, 교통사고나 주차 비용, 환경오염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 등을 수치로 표현한 사회적 편익이 그 기준이다. 하지만 인프라 사업을 민간이 주도할 경우 사업 추진 여부를 가르는 잣대는 ‘수익성’이 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재정 투입으로 ‘타당성’과 ‘수익성’의 괴리를 메울 계획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해 현재 민자로 추진되는 사업은 예정대로 추진하되, 민간 사업자의 관심을 받기 어려운 교통 소외 지역에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해 서울시가 공공 부문으로서 책무를 다한다는 방침이다.
시민 공유형 재정 사업이라는 새로운 재원 조달 모델도 검토하고 있다. 민자 사업으로 추진하는 경우 구축비의 50% 정도를 민간 사업자가 분담하는데, 이를 시민 펀드 형식으로 전환해, 시민이 직접 참여해서 도시철도를 건설하는 방식이다. 민자 사업 시 개발업자들에게 보장되던 수익률을 다수의 시민에게 환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서울시가 발표한 계획이 실제 공사를 시작해 운영되기까지는 많은 절차가 남아 있다. 시간도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계획이다. 분명한 것은 서울시가 도시철도망 구축의 패러다임 전환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것이다. 경제 논리에 좌우됐던 노선 계획 수립 절차를 타파하고, 철도 시설이 도시의 고른 발전을 선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과거 사람이 많고 경제활동이 활발해야 철도가 놓이는 구조는 결과적으로 철도망의 빈익빈 부익부를 낳았다. 서울시는 순서를 바꿔 철도가 사람을 불러모으고 경제 활성화를 이끄는 새 시대를 열고자 한다. 서울시의 비전이 실현되면 이전까지 추상적으로 여겨졌던 도시철도의 ‘사회적 편익’이란 개념도 구체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결과’로 바뀔 것이다. 서울시가 제2차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으로 보여준 과감한 결단이 의미 있는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많은 시민의 지지를 바란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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