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 수렴·대변’이 지방의회 존재 이유다

기고 ㅣ 조재학 지역리더십센터 함께이룸 대표

등록 : 2021-01-28 16:57 수정 : 2021-03-1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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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과천시의회는 2019년 4월 ‘과천시의회 회의 규칙’을 개정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계수조정회의를 모두 공개하고 있다. 시민 누구나 회의를 방청할 수 있으며, 생방송과 회의록을 볼 수 있다. 사진은 2019년 12월‘2020년 예산 심의’ 모습.

구의회는 1만 명 이상의 주민이 투표로 선정한 참예예산사업을 13.6%(전액 삭감 2건 포함) 삭감했다. 큰 폭의 예산 삭감이었지만 이를 의결한 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회의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어느 구의원도 삭감 이유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주민들의 공익활동을 위한 ‘공익활동 지원 조례’가 구의회에서 9 대 10으로 부결됐다. 19명의 구의원 중 10명이 공동발의하여 상임위까지 통과한 ‘민주시민교육 조례’는 본회의에서 10명의 의원에 의해 갑자기 보류됐다.

모두 지난해 연말 여대야소(15 대 4)의 은평구의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과정에서 항의하는 주민들의 1인 시위, 기자회견, 항의 방문 등이 잇따랐고, 주민들은 지방의회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것이 은평구만의 일인가?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사안을 통해 지방의회의 역할에 대한 문제 제기가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주권재민을 천명하고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했다. 일상에 바쁜 국민을 대리하고 대표하기 위해 선출직 대표자를 뽑는다. 지방의원 역시 주민들에 의해 선출된다. 모두 민의를 잘 수렴하고 대변해달라는 뜻이다. 그것이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이다. 지방의회의 기능은 행정부에 대한 견제에도 있지만, 근본적인 기능은 주민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주민 뜻을 반영하는 데 있다. 주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지역 현안을 함께 토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의원 개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민의를 반영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 개인기에 맡길 일이 아니다.

지방의회의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례들이 있다. 경기도 과천시의회는 2019년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계수조정회의를 모두 공개하고 있다. 시민 누구나 회의를 방청할 수 있으며, 생방송으로 중계하고 회의록도 공개한다. 본예산만이 아니라 추가경정예산 심사 과정도 공개한다. 이는 과천시의회가 2019년 4월 ‘과천시의회 회의 규칙’을 개정한 데 따른 것이다. 규칙 제69조(예산안의 심의) 2항에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계수조정 회의는 공개한다는 문구를 새로 넣었다. ‘위원회 소속 위원이 요청하고 출석위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는 경우에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지만, 과천시의회 계수조정회의는 예외 없이 공개하고 있다.

미국 뉴저지의 버건카운티 의회는 매주 한 차례 열리는 주민공청회를 통해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의견을 듣고 토론을 벌인다. 공청회 4일 전에 안건이 공개되며, 주민 발언은 철저하게 보장된다. 참여자가 많으면 1인당 3분 이내로 발언을 제한해 공정한 기회를 만든다. 공청회를 통해 수렴된 주민 의견은 의원들과 행정 수반이 협의해 사안을 하나씩 처리한다. 회의 결정 사항은 공청회에 참석한 주민들에게 전달한다. 주민이 낸 동물 서커스를 금지해달라는 요구를 수렴해 이를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서대문구의회는 2019년 11월 본회의장에서 ‘공무국외출장 주민보고회’를 열었다. 국외 출장에서 얻은 경험과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정책안을 구의원들이 직접 주민들에게 상세히 알리고 주민들과 토론했다. 보고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해외 사례의 적용 방안과 의원들의 공무국외출장 전반의 개선 방안을 질의하고, 의원들로부터 하나하나 설명을 들었다.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지방의회를 만드는 것은 의원들의 역할이자 주민 몫이기도 하다. 의원들은 자신의 권한이 어디에서 비롯한 것인지를 성찰하고 실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주민들은 맡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고 의회의 변화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권한과 책임은 동전의 양면이다. 권한 없는 책임이란 있을 수 없으며, 책임이 따르지 않은 권한은 위험하다. 지방의원의 부정적 행태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현실에서 주권자인 주민의 역할이 소중하다.


조재학 지역리더십센터 함께이룸 대표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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