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 디자인, 이탈리아 남부 작은 도시를 관광객으로 들끓게 하다

서울디자인재단 주관 제2회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대상에 이탈리아 ‘카운트리스 시티스’ 선정

등록 : 2021-03-11 16:37 수정 : 2021-03-12 12:54

크게 작게

서울디자인재단 주관 국제 디자인상

‘일상 행복 도시’ 사례 찾아 확산 목표

99개 작품 접수, 1회 때 비해 32%↑

다국적 심사위원 화상회의 통해 선정


‘낡은 마피아 도시’에서 청년들 떠나자

2010년 한 부부, 반쯤 버려진 건물 사

예술센터 개원 뒤 10여년 디자인 사업


청년 돌아오고 상가 등 문 열어 ‘북적’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남부 작은 도시 파바라에서 진행된 도시재생 예술 프로그램의 모습.

‘마피아의 본거지에서 문화예술 중심지로.’

지난 8일 발표된 ‘제2회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대상 수상작인 ‘카운트리스 시티스’(Countless Cities) 프로젝트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한 말이다. 이번에 제2회째를 맞은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운영 주체인 서울디자인재단(최경란 대표이사)이 주관하는 국제적인 디자인상이다. 서울디자인재단이 주관하는 이 상은 디자인 기획을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 ‘일상이 행복한 도시’를 창출하는 사례를 찾아내어 널리 확산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2019년 제1회 때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케이프타운에서 출품한 ‘두눈 프로젝트’가 대상과 함께 상금 1억원을 받았다. 케이프타운에서 20㎞ 떨어진 빈민촌인 ‘두눈 지역’에서 마약과 범죄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위해 컨테이너 등으로 도서관과 운동센터를 짓는 프로젝트다.

제2회째인 올해 대상을 받은 ‘카운트리스 시티스’는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의 한 작은 마을인 파바라에서 진행된 프로젝트다. 1회 때와 마찬가지로 디자인 기획을 통해 낡은 도시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도시 파바라는 ‘전방’ ‘봄’ 등을 뜻하는 아랍어 ‘fawwarah’에 어원을 둔 데서 알 수 있듯이 중세 때 아랍과의 무역으로 번창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19세기에 들어와서는 쇠퇴한 무역을 대신하여 마피아가 자리잡으면서, 마피아 본거지로 악명 높은 도시가 됐다. 20세기에 들어와서도 혼란이 계속돼 1948년에는 파바라 시장이 괴한에게 암살당하기도 했다. 또 2010년 1월에는 도심의 한 건물이 무너져 여자 어린아이 두 명이 사망하기도 하는 등 낡은 도시의 대명사가 돼버렸다.

이 반쯤은 버려진 도시에 변화의 기운이 일기 시작한 때는 2010년 6월이다. 공증인과 변호사 등의 일을 하던 안드레아 바르톨리, 플로린다 사이에바 부부가 도심의 낡은 건물을 사들여 예술센터로 개조한 뒤 문을 연 것이다.

‘팜 컬처럴 파크’라는 이름의 이 미술 전시, 커뮤니티 공간은 이후 파바라에서 진행된 갖가지 예술 프로젝트의 구심점 구실을 했다. 팜 컬처럴 파크는 첫 번째 전시 주제를 아프리카의 도시들로 삼는 등 전세계의 도시재생 문제 등에 관심을 가졌다. 이에 따라 전시 참가 작가들도 이탈리아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세계 각국 작가들이 포함됐다. 팜 컬처럴 파크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아이들을 위한 건축학교’(SOU) 운영, 다감각 정원 ‘지기자기’ 개발과 운영 등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는 사업을 계속 개발해왔다. 그리고 2019년 6월 이런 역량을 모아 전세계 도시의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모아내는 비엔날레 ‘카운트리스 시티스’를 열게 된 것이다. 사진·설치작품 등 다양한 형식으로 세계 도시 문제를 다룬 카운트리스 시티스는 올해 3월26일 제2회 행사를 앞두고 있다. 개최지는 물론 파바라다.

반쯤 버려졌던 건물에서 2010년 개조된 뒤 미술 전시, 커뮤니티 공간으로 변신해 파바라 도시재생의 구심점이 된 ‘팜 컬처럴 파크’.

팜 컬처럴 파크의 이런 새로운 시도는 낡은 노인 도시 파바라를 크게 변화시켰다. 우선 젊은이들이 돌아왔다. ‘낡은 도시’가 싫어 떠난 젊은이들이 ‘새로운 문화 도시’를 찾아 다시 발길을 파바라로 돌렸다. 젊은이가 늘어나자 도시에는 각종 상점과 가든 바 등 문화·상업시설도 늘어났다. 그리고 마침내 파바라는 관광객이 연 10만 명 방문하는 관광도시로 변신했다. 팜 컬처럴 파크는 이런 디자인 기획 활동을 통해 앞으로 30년 동안 파바라 시민을 현재의 3만2천 명에서 5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말 그대로 디자인 기획이 쇠퇴하는 도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어준 것이다.

창조도시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심사위원장인 찰스 랜드리는 “팜 컬처럴 파크는 예술의 영감을 받은 디자인 재생사업을 통해 도시 전체를 재활성한 놀라운 사례”라고 설명했다.

2010년부터 팜 컬처럴 파크 운영을 맡아온 안드레아 바르톨리는 대상 수상 소식에 “마피아로 낙후됐던 도시가 공동체적 연대로 젊은이를 위한 도시가 됐고, 사람들의 꿈을 실현한 작은 공동체는 새로운 도전을 그려내고 있다”며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의 상금 1억원은 앞으로 공공 공간, 미래 세대 교육,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거주지를 만들어가는 데 투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2회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에는 세계 31개국에서 99개 프로젝트가 접수됐다. 이는 총 75개 프로젝트가 출품된 2019년과 비교해 32%가 늘어난 수치다.

서울디자인재단은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운영·심사과정과 관련해 이순종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5개 대륙 12명 전문가가 총 10회 운영위원회를 열고 그 과정에서 찰스랜드리 등 5명의 심사위원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후 찰스 랜드리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심사위원들이 온라인 화상회의로 여러 차례 토론 과정을 거친 뒤 대상 수상작을 선정했다고 한다.

최경란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는 “코로나로 인해 서로를 마주 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금이야말로 시민의 주체적인 참여와 협력을 통해 행복한 일상을 가꾸는 사람 중심 도시를 디자인해야 하고 이를 위해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논의가 간절히 필요한 시점”이라며,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가 세계 도시의 디자인전문가, 지자체, 도시민들의 활발한 협업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팜 컬처럴 파크를 세우고 도시재생 비엔날레 ‘카운트리스 시티스’를 주도하는 안드레아 바르톨리.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