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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 셔클은 은평뉴타운 안에서 앱 호출을 받아 합승택시 형태로 운행한다. 시범을 거쳐 운행 6개월에 받은 셔클의 성적표는 양호한 편이다. 이용자들은 편리성과 안전성에서 좋은 평가를 했다. 앞으로 지속모델 찾기 등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 9월9일 오후 은평뉴타운 제각말 5단지 끝자락에 사는 김유민씨가 셔클을 탄 뒤 진관3로에서 내리고 있다.
부르면 오는 수요응답 합승택시형, 은평뉴타운서 운행 6개월 맞아
현대차 실증사업, 편리·안전성 ‘우수’ 정류장·요금제·배차 보완
‘동네에서 셔~클’
은평구 진관동 은평뉴타운에선 지역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대형승합차 ‘셔클’을 만난다. 셔클은 셔틀과 서클의 합성어다. 셔클은 현대자동차의 수요응답(이용객 수요에 따라 운행하는) 기반 교통수단이다. 경로가 비슷한 승객을 함께 이동시키는 ‘라이드폴링’ 서비스이기도 하다. 이용자는 생활 반경 2㎞ 안팎에서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 자가용, 버스, 택시 대신 셔클을 탈 수 있다.
셔클은 노선버스와 콜택시의 중간형태다. 택시보다는 저렴하고 버스보다는 더 빠르고 편안하게 승객을 이동시켜준다. 노선버스와 다른 점은 호출해 부르고, 정해진 노선이 없으며 좌석을 지정받는 것 등이다. 현대차가 개발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실시간 최적 경로 운행, 합승, 승객의 자동 착석과 하차 인식 등이 이뤄진다. 현재 은평뉴타운과 세종시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은평 셔클은 은평뉴타운 안에서 앱 호출을 받아 합승택시 형태로 운행한다. 현대차가 마카롱 택시업체인 케이에스티(KST)모빌리티와 협업해 추진하는 실증사업이다. 지난해 초 3개월 동안 시범(베타) 서비스를 거쳐 올해 3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형승합차(쏠라티) 6대를 기사 14명이 2교대제로 운행한다. 운행시간은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다.
은평 셔클 기사가 하차 가상정류장으로 차를 붙이고 있다
요금제엔 세 유형이 있다. 월 6만7천원에 하루 4패스(탑승권)를 쓸 수 있는 베이직과 가족 한 명을 더해 월 11만7천원에 하루 20패스를 이용할 수 있는 플러스가 있다. 이동때마다 패스를 구매하는 라이트는 월 3700원(11월까지 1천원으로 할인)에 1회 2천원 정도로 패스를 쓰고, 출퇴근 시간에는 탄력요금(2천~3천원)이 적용된다.
은평뉴타운 제각말 5단지 끝자락에 사는 김유민(21)씨는 “버스보다 요금은 좀 비싸지만 편리하고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셔클 이용 소감을 말했다. 그는 3월 2주간의 무료 이용 기간에 가족과 셔클을 타봤고, 최근 라이트 요금제에 가입했다. 스마트폰에서 셔클 전용 앱을 내려받은 뒤 신용카드를 등록하고 승인받았다.
9월9일 오후 김씨는 진관3로에 있는 병원에 가기 위해 셔클을 이용했다. 셔클 앱에서 서비스 지역을 은평으로 정한 뒤, 도착지를 검색해 선택했다. 탑승자 수를 표시하고 도착시각과 탑승 장소를 확인한 뒤 호출하기를 눌렀다. 좌석 번호와 목적지까지 예상 소요시간이 나오면서 셔클 탑승 장소로 이동하라는 문구가 뜬다. 핀 모양을 클릭하면 정류장 위치를 확대해 볼 수 있다.
셔클 앱의 초기와 호출 화면
탑승 장소인 아파트 정문 도로까지 걸어 5분 정도 걸렸다. 3분가량 기다리니 셔클차량이 눈앞에 멈췄다. 아이보리색과 하늘색, 빨간색이 섞인 3호차다. 차량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차 안은 15인승을 11인승으로 개조해 넉넉했다. 운전석 옆 좌석 뒤쪽에 수납공간이 있다. 큰 짐을 둘 수 있을 정도로 넓다. 김씨는 배정받은 맨 뒤쪽 좌석에 앉았다. 옆은 카시트 좌석이다. 차 안 모니터엔 좌석배치와 탑승자 아이디, 하차 예정 시간이 떴다. 좌석마다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는 유에스비(USB) 포트가 갖춰져 있다. 김씨는 “어디에서 타고 내려야 할지 정류장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호출 뒤 대개 3~5분 안에 오는 등 서비스가 이전보다 많이 나아진 것 같다”고 했다.
대형승합차 쏠라티 15인승을 11인승으로 개조한 차량 내부는 넓고 쾌적하다.
5만8천여명이 사는 은평뉴타운엔 마을버스가 없다. 지웰테라스, 우물골, 폭포동 등 도로에서 안쪽으로 쑥 들어간 곳들은 지선버스를 타러 가는 거리, 기다리는 시간, 목적지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만만찮다. 택시를 타기엔 거리가 짧고, 자주 이용하기엔 비용부담도 있다. 자가용이 없거나 운전이 어려운 청소년, 고령층, 주부들의 불편은 더 크다.
“셔클은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신도시 주민들이 편안하고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게대중교통의 틈새를 채우는 역할을 한다”고 김수영 현대차 엠시에스(MCS·Mobilityand Connected Service) 랩 실장이 설명했다. 현대차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제도를 활용해 추진하고 있다. 택시형 수요응답 이동수단으로 허가를 받아 기존 버스 정류장은 이용할 수 없다. 가상정류장은 도로교통법 기반으로 화이트 리스트를 만들어 운영된다.
“대중교통 틈새 채우는 역할…지자체·운수업체와 연계해 가야”
청년은 요금, 노인은 진입 벽이 부담
현장 상황 반영해 시스템 보완해야
현대차, 데이터 쌓고 지속모델 모색
시범을 거쳐 운행 6개월을 맞은 은평 셔클의 성적표는 양호한 편이다. 지난해 주민 400명을 대상으로 한 3개월의 시범 기간엔 모두 1만5천 건 정도 이용했고 일평균 755㎞를 운행했다. 자가용 대신 셔클을 이용했다는 응답이 약 30%로 나타났다. 근거리 이동에 자가용 이용을 줄이는 효과를 확인한 셈이다.
정식 서비스 6개월 동안엔 6만3천여명이 이용했다. 월정액 재결제율이 평균 88% 정도로 꽤 높았다. 이용자 10명 중 7명은 여성이다. 40%가량이 40대이고 30대, 20대, 50대가 뒤를 이었다. 시범 때부터 셔클을 운행해 온 조판기 운전기사는 “특히 외곽 쪽에 있는 주민, 청소년들이 꾸준히 이용하며 좋아한다”고 전했다. 할머니가 손주를 어린이집에데려다주려 매일 아침 이용하기도 한단다.
대학생인 김씨는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점에 후한 점수를 줬다. 그는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을 자주 간다. 대개 집에서 10여분 걸어 버스 정류장에 가서 평균 10분 정도 버스를 기다린다. 노선 따라가다 보면 15분은 걸린다. 셔클은 집에서 출발할 때 앱으로 부르면 대개 5분 안에 집 가까운 곳에서 탈 수 있고, 지하철역까지도 5분 남짓 걸린다. 시간을 절반 정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셔클 운전기사인 조씨는 안전운행을 강점으로 꼽았다. 금융사를 퇴직한 뒤 지난해 1월 택시기사 자격증 딴 조씨는 셔클 운행을 위해 케이에스티모빌리티의 마카롱택시 소속으로 사전 교육을 받았다. 운행일정이 짜여 있고 휴식시간도 하루 70분 보장받는다. 실명 확인을 한 회원이 이용하고 차 안 안전사고까지 보장받는 보험도 가입돼 있다. 조씨는 “일정이 빡빡하지만 휴식시간이 정해져 있고, 정해진 지역 안에서 운행해 사고 위험이 적은 편”이라며 “안전운행을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좋다”고 했다.
현대차는 그간 이용자들의 불편사항 등 피드백을 반영해 보완해왔다. 김 실장은 “정류장 위치, 배차 로직 등 앱을 5주마다 업데이트하며 내비게이터도 기능을 고도화해왔다”고 했다. 앱에서 지도로 셔클 탈 곳을 볼수 있고 셔클의 이동 경로도 확인할 수 있게됐다. 승차 시간, 목적지까지 가는 데 걸리는시간, 하차 시간 등도 볼 수 있고, 도착 예정시간도 맞춰졌다.
남아 있는 개선점은 어떤 게 있을까? “한번 탈 때 요금이 2천원을 넘으면 부담스럽다”든지 “지하철, 버스 등 다른 대중교통으로 환승할 수 있으면 좋겠다” 등 젊은층 이용자의 목소리가 있다. 스마트폰 앱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에겐 진입 장벽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씨도 “엄마가 동네 안에서 이동이 많아 셔클을 이용하면 좋겠는데, 앱사용을 어려워해 아쉽다”며 고령층 사용에 대한 배려가 있길 기대했다.
운행을 맡은 운전기사들은 현장 여건을 반영한 개선이 원활하게 이뤄지길 기대했다. 조씨는 “출퇴근 시간 주요 경로에서 떨어진 곳에서 호출하면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등의 문제점이 있는데 에이아이로 경로를 도출하기 때문에 막히는 길이라도 에이아이가 정하는 대로 운행해야 한다”고 애로점을 말했다. 조씨는 “운행하면서 생기는 문제점이 신속히 개선되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주관기관인 현대차는 실증사업에서 얻은 데이터와 이용자 반응을 통해 셔클 서비스를 개선하고 지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노선버스 대체로 접근하는 세종시나 경기도처럼 준공영제를 확산 모델로 제안하는 것도 모색하고 있다. 김 실장은 “셔클은 일상의 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지자체, 기존 운수업체들과 연계해 효율적인 방안을 찾는 기반이 될 수 있다”며 “2024년까지 실증을 거쳐 대안을 찾아가려 한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