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만들어서 일자리 문제도 마을에서 같이 풀어요”

인터뷰 | 김성우 천왕마을손길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등록 : 2021-12-16 16:49 수정 : 2021-12-1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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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6일 마을회관에서 천왕마을손길사회적협동조합의 발기인과 설립 동의자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천왕마을 제공

김성우(50) 천왕마을손길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2011년 천왕마을로 이사 왔다. 그전까지 그의 가족은 거의 해마다 집을 옮겨 다녔다. 세 딸 덕분에 다둥이 가구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 장기전세주택(시프트)에 입주할 수 있었다. 주거가 안정되면서 이웃들과 교류하고 취미생활도 함께했다. 마을 카페도 운영하고 합창단, 연극, 풍물 등 취미활동도 하면서 재밌고 즐거웠다. ‘사는 재미가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10일 <서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마을공동체가 제 인생에서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줬다”며 “지난 10년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입주 초기엔 임대와 분양이 섞인 혼합단지(소셜믹스)의 특성으로 갈등이 꽤 있었다. 마을공동체 활동을 같이 하고 서로를 알아가면서 조금씩 안정됐다. 임차인이 입주자대표회에 들어가지 못하는 제도적인 문제도 법 개정으로 풀렸다. 한때 마을복지관 ‘에델마을’이 들어서는 문제로 주민들 의견이 나뉘기도 했다. 에델마을은 지역의 오래된 보육원으로 임시 이전 뒤 새 건물로 다시 들어오게 돼 있었다. 마을연합회가 나서 주민 멘토와 보육원 아이들을 일대일 매칭하는 협약을 맺었다. 그는 “공동대표로 가장 보람을 느낀 일이었다”고 했다.

천왕마을이 10년의 공동체 활동을 이어올 수 있는 데는 끈끈하게 맺어진 관계의 힘이 컸다. 그는 “힘들거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기꺼이 나서 서로 도와주는 게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고 했다. 아이가 늦은 시간까지 집에 오지 않았다는 온라인 공지가 뜨면 이웃 주민들이 내 일처럼 나선다. “자연스럽게 마을공동체가 만들어지고 함께 경험하면서 마을공동체의 좋은 점을 맛보며 이어져왔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마을공동체 활동은 위축됐지만, 나름의 역할을 했다. 지역 초등학교에서 맞벌이 가구의 저학년 아동 등 온라인으로 혼자 학습하기 어려운 아이들의 지원을 마을연합회에 요청했다. 지역의 작은도서관, 마을회관 등에서 각 10명 정도 신청을 받아 운영했다. 코로나19로 커진 교육격차 문제를 풀어가는 데도 함께한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지원 교육 후견인 사업으로 멘토 5명에 멘티 10명을 맺어 진행하고 있다.

마을공동체 활동의 무게중심도 초기 문화생활 중심에서 삶의 문제 해결로 옮겨가고 있다. 마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온라인 상거래가 급격히 늘고, 차로 15분 거리에 대형 유통매장이 속속 들어선다. 그나마 살아남는 동네 가게들이 무인화로 바뀌기도 한다. 돌봄, 반찬 만들기 등 재능을 살려 적정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일자리를 마을에서 만드는 게 필요했다. “지역 상권도 살고, 마을 일자리도 늘어나는 방향을 고민하면서 마을 협동조합을 꾸리게 됐다”고 했다. 그는 내년부터 협동조합으로 직장을 옮긴다. “이제 마을이 직장이 됐다”며 “더 재밌게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현장실사 채준배 한국사회주택협회 조직국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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