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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동권리 현주소는? “참여권은 잘 몰라요”

프랑스와 한국의 아동권리 인식 비교, 6개 영역 중 참여와 시민권 영역에서 큰 차이

등록 : 2017-02-1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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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인증 아동친화도시 1호 성북구는 어린이청소년의회, 청소년 구정참여단, 아동청소년 주민자치위원회 등의 활동을 지원하며 아이들의 참여권리 증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2016년 9월 성북구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16 성북구 어린이의회 본회의 모습. 성북구청 제공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은 아동의 권리를 얼마나 누리고 있을까.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생존, 발달, 보호, 참여에 관한 권리를 정하고 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지난달 한국과 프랑스의 아동권리 실태조사 결과를 비교·분석해보니, 한국의 18살 미만 아동들은 프랑스 아동에 견줘 참여와 시민권 영역에서 권리 보장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는 아동친화도시를 추진하고 있는 전국 14곳 지방정부에 사는 아동 1만7446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프랑스 설문조사에는 지방정부 69곳의 아동 2만1930명이 참여했다. 설문조사 문항은 놀이와 여가, 참여와 시민권, 안전과 보호, 건강과 위생, 교육, 생활환경 등 6개 영역으로 이뤄졌다.

동네변화에 참여해 본 아동 6%

참여와 시민권 영역에서 두 나라 아동권리의 수준 차이가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의 권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에 한국 아동의 18%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는데, 프랑스 아동은 80%가 그렇다고 답했다. ‘동네를 좀 더 좋게 하기 위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항목에 한국 아동은 6%만, 프랑스 아동은 60%가 그렇다고 했다. ‘우리 지역 의원이나 구청장(시장)은 내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에 한국 아동의 4%가 긍정 답변을 한 데 견줘 프랑스 아동은 46%가 그렇다고 답했다.

생활환경 영역에서는 오히려 한국 아동이 프랑스 아동보다 긍정의 대답을 더 많이 했다. ‘마약이나 약물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 ‘우리 동네에는 나를 위협하는 폭력집단이 없다’ 등의 항목에서 한국 아동의 90% 가까이가 그렇다고 답했다. 프랑스 아동의 긍정 답변은 각각 19%, 56%였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성종은 아동권리팀장은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들은 꾸준히 있어왔지만, 아동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아동을 보호 대상이자 권리 주체로 보는, 인식 전환을 끌어내려면 참여권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참여권과 생존권, 발달권, 보호권은 서로 연관되어 상호작용해 통합적으로 충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에서 아동이 정책 결정이나 실행 과정에서 의견 내기란 쉽지 않다. 중앙정부가 아동 참여권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시도해왔지만, 여전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많은 정책이 어른들의 시각에서 기획되고 있다. 실제 한국아동청소년인권 실태연구조사(2012년)에 따르면, 어린이와 청소년의 60.3%는 사회가 아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무시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69.5%는 어른들이 ‘아동은 미성숙하고 올바른 판단을 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어 처음부터 참여 기회를 차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동친화도시는 아동친화국가 마중물

아동 참여권 보장의 사회적 실천이 이뤄지려면 아이들에게도 발달 수준에 맞는 역할과 활동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생활 속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2014년 아동친화도시 추진에 관심 있는 지방정부들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협의회를 만들었다. 현재 전국의 38개 시·군·구가 협의회에 가입했고 서울에서는 10곳이 참여했다. 아동친화도시 인증 심의를 받는 강동구의 이해식 구청장은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출발점으로 해 아동이 목소리를 마음껏 낼 수 있도록 북돋워주고 참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려 한다”고 말했다.

전국 최초로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은 성북구의 김영배 구청장은 “아동친화도시가 아동친화국가로 나아가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다”고 말한다. 실제 성북구의 아동영향평가제도는 지난해 3월 아동복지법상 아동정책영향평가의 근거조항 신설을 끌어냈다. 아동영향평가는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소외당하고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의사와 이해관계를 정책 과정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다.

서울시도 자치구들의 아동친화도시 조성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아동친화도시 추진 자치구들의 홍보와 교육 사업에 1억원의 예산을 지원했고 올해도 이어간다. 예산이 들지 않는 비예산사업도 한다. 지난해 9월 자치구 아동친화도시 관련 팀장들을 모아 아동친화도시 추진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자치구 팀장들은 전담조직 신설을 위한 시의 협조, 교육지원청과 경찰 등과의 협조 지원, 시의 특화사업비 예산 확대 등을 요청했다.

올해 서울시는 아동에 관한 실태조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본계획을 만든다. 시는 지난해 5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아동친화도시를 추진해왔다. 지난 연말 시의회를 통과한 ‘서울시 아동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도 연초에 공포했다. 김상춘 서울시 가족담당관은 “서울시의 아동친화도시 조성은 자치구와 같이 가야 시너지 효과가 크다”며 “25개 자치구 모두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더 쏟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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