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태권체조·봉사 함께 해 가족애 키워요”

중랑구 해도두리 가족봉사단 참여 네 모녀 ‘태권사랑 가족’

등록 : 2024-04-04 14:42 수정 : 2024-04-0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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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구 해도누리 가족봉사단으로 참여하는 ‘태권사랑 가족’이 3월16일 지역 요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태권도 도합 11단의 10대 세 자매가

엄마와 함께 매달 지역 봉사활동 해

코로나 땐 태권 체조 영상 만들기도

“가족봉사 이어가고, 막내 4품 목표”

“막내 혜린이가 태권도 품새 동작을 선보였더니 어르신들 얼굴에 생기가 생겼어요.”

지난 3월23일 중랑구청에서 올해 상반기 중랑구 해도두리 가족봉사단(29기) 가운데 ‘태권사랑 가족’을 만났다. 한 주 전 엄마 신희정(50)씨는 10대 세 자녀(우혜빈(19)·혜인(16)·혜린(13))와 함께 요양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네 모녀는 소독 티슈와 칫솔로 침대 사이사이를 청소하고 어르신들 말벗을 했다. 아이들은 엄마가 처음 보는 할머니들과 정겹게 이야기 나누는 것을 신기해했단다. 둘째 혜인양은 “할머니들과 금세 가까워져 말도 걸고 얘기도 들어주는 엄마가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수줍게 말했다.

해도두리(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한다는 뜻) 가족봉사단은 2010년부터 시작했다. 중랑구는 해마다 상·하반기 두 차례로 나눠 20가구씩 꾸려 운영한다. 초등생 이상 자녀와 부모가 대상이다. 그동안 약 350가족, 1200명 정도가 참여했다. 참여 가족은 4개월 동안 매달 둘째 주 토요일에 3시간씩 활동한다. 신씨는 “봉사 거리를 찾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동네에서 아이들과 손쉽게 참여할 수 있어 구청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태권사랑 세 자매는 모두 유단자(유품자)이다. 첫째 혜빈양은 4단, 둘째 혜인양은 4품, 막내 혜린양은 3품으로 합치면 모두 11단(품)이다. 신씨는 전통무예인 태권도에 끌려 아이들이 예닐곱 살이 되면 태권도장부터 보냈다. 그는 “특별히 소질이 있기보다는 아이들이 체력과 인성도 키우고 자신감을 느끼는 데 도움이 돼 계속하게 했다”며 “막내 혜린이도 여리지만, 도복을 입고 대련에 들어가면 눈빛이 이글거리며 씩씩해져 대견해 보인다”고 했다.

혜빈양과 혜인양은 10년 남짓 태권도를 배웠다. 큰언니 혜빈양은 “처음엔 대련이 너무 무서웠다”며 “그만두고 싶다고 하면 엄마가 계속하라고 해 속상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혜빈양은 “요즘은 4단이라고 하면 주위에서 부러워해줘 끝까지 한 건 잘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코로나19 땐 세 자매가 같이 태권체조 영상을 만들어 이웃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적도 있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중랑구가 주민들의 심리 방역을 위해 ‘방구석 장기자랑’ 영상 공모전을 열었다. 5분 정도의 장기자랑과 함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희망 메시지를 담아 전달하는 랜선 대회였다. 세 자매는 도복을 입고 ‘힘내라 대한민국’ 노래에 맞춰 태권체조를 하며, ‘마스크, 손 씻기’를 구호로 외쳤다. 신씨는 “아이들이 밖에도 나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어 답답해 구청 소식지를 보여주며 제안했는데 재밌게 만들어 장려상도 받았다”고 자랑스러워했다.

3월23일 중랑구청에서 엄마 신희정씨가 도복을 입은 세 자매(왼쪽부터 우혜린·혜빈·혜인)와 함께 태권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태권사랑 가족의 봉사 참여는 이번이 세 번째다. 프로그램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지난해 상반기(27기) 때는 신씨와 막내 혜린양만 참여했다. 하반기(28기)에는 당시 고3인 혜빈양도 중3인 혜인양도 짬을 내서 함께했다. 신씨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같이하는 시간이 점점 줄었는데 해도두리 활동으로 함께할 수 있어 뜻깊다”며 “마음을 내준 아이들이 고맙다”고 했다.

가족봉사단 참여는 신씨가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이어오면서 아이들과 같이 봉사해보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됐다. 그는 세 살 터울의 세 아이를 키우면서 녹색어머니 교통안전 봉사부터 동 주민센터 북카페·마을문고 봉사에 이어 복지관 배식 등 200여 시간을 꾸준히 활동해왔다. 그는 “봉사는 중독성이 있는지 하다 보니 즐겁고 재밌어 계속하게 됐다”고 했다.

아이들 뒷바라지에 봉사활동까지 하느라 신씨는 때론 몸져눕기도 했다. 엄마가 힘들어했던 모습을 떠올리며 혜빈양은 “‘무슨 봉사를 그렇게 많이 하냐’고 볼멘소리를 한 적도 있었다”며 “그래도 봉사를 열심히 하는 엄마가 대단해 보였다”고 했다. 혜빈양은 “혼자 하는 봉사와 달리 가족봉사는 남을 돕는 일도 하면서 가족끼리 추억도 쌓을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봉사하는 엄마의 모습을 봐와서였는지 혜빈양과 혜인양도 밴드 활동을 하며 청소년 재능나눔 축제 공연봉사를 했다. 요양원 어르신 말벗과 배식, 소외계층에 나눠줄 쿠키 만들기, 망우역사문화공원 쓰레기 줍기와 역사 배우기 등의 활동엔 가족봉사로 참여했다.

아이들은 가족봉사 활동이 좀 더 다양해지길 기대했다. 혜인양은 “유기동물 돌보기, 어린이집 봉사 등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엄마 신씨는 봉사단에 참여하는 다른 가족들과의 교류를 바랐다. 그는 “가족 단위 활동이다보니 다른 가족들과 가까워질 기회가 없어 아쉬웠다”고 했다.

올해 세 자매는 모두 1학년이다. 혜빈양은 대학교, 혜인양은 고등학교, 혜린양은 중학교에 들어갔다. 혜빈양은 “과제와 알바로 바쁘지만, 월 1회 가족봉사는 같이할 생각이다”라고 했다. 혜인양은 “입시가 고민스럽지만, 최대한 참여하려 한다”고, 혜린양은 “언니들이 할 때까지 같이 하고 싶다”고 했다. 한때 태권도 사범이 꿈이었던 혜린양은 “언니들처럼 4품을 따서, 합쳐 12단 가족이 됐으면 좋겠다”고 수줍어하며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중랑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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