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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책 매개 마을활동 인정받아 뿌듯”

‘2020 서울마을공동체상’ 받은 성북작은도서관네트워크 김은하·장동희 공동대표

등록 : 2020-10-2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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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작은도서관 15곳·개인 5명 함께

책 동아리·멘토링·축제 활동 펼쳐와

운영 지원·활동가 양성, 돌봄 참여도

“주민·아이 성장 도울 수 있어서 보람”

14일 오전 성북구 정릉동 꿈터도서관에서 성북작은도서관네트워크의 김은하(오른쪽)·장동희 공동대표가 ‘2020 서울마을공동체상’ 상패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휴관 기간이 길어져 힘들어하는 작은도서관들에 힘이 되어 더 기뻐요.”

14일 오전 성북구 정릉동 꿈터도서관에서 만난 성북작은도서관네트워크(작도넷) 장동희 공동대표가 말했다. 김은하 공동대표가 옆에서 “무려 3수 만에 받은 상”이라고 거들었다. 작도넷은 지난 9월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가 주관하는 ‘2020 서울마을공동체상’을 받았다. 마을 자치 활동을 통해 주민 삶이 더 나아지는 데 기여한 바를 인정받은 셈이다.

작도넷은 2017년부터 서울마을공동체상을 신청해왔다. 묵묵히 해온 공동체 활동에 대해 평가받고 작은도서관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상복이 없나 보다 싶어 올해는 신청서를 내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여러 활동을 함께해온 성북마을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추천도 해줬다. “후원하고 함께 활동하는 주민들도 축하해주고 칭찬해줬다”며 두 대표는 웃으며 말했다.


작도넷은 사립 작은도서관 15곳과 개인 5명이 회원으로 참여한 비영리 민간단체다. 2011년 만들어져 성북구에서 10년째 회원들이 협력하고 교류하고 있다. 책을 매개로 지역 문화 운동을 펼쳐왔다. 해마다 두 번 책 축제를 열고, 여러 동아리 활동으로 사립 작은도서관의 공공성과 현장성 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독서동아리, 책 멘토링을 통한 부모 커뮤니티 사업, 마을 만들기 사업, 돌봄 사업에도 참여했다. 1천여 명의 주민과 아이들이 함께했고, 500명가량의 책문화 활동가를 키워냈다. 지난해엔 티에프 활동과 공론장 개최로 성북구 작은도서관 지원 조례 제정도 끌어냈다.

작은도서관 활동의 가장 큰 성과로 김 대표는 “주민과 아이들의 성장을 도운 것”을 꼽는다. 정릉동에서 16년째 작은도서관을 운영해온 그는 “책 동아리 회원으로 참여한 주민이 책문화 활동가가 되고, 책 멘토링을 받은 아이가 자라 도서관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공동체 활동을 이어주며 주민과 아이들의 성장터 역할을 해온 것이다.

작도넷이 1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요인으로 장 대표는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온 점”을 들었다. 올해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작도넷은 비대면 사회에서 작은도서관의 역할에 대해 다시 고민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자’고 다짐했다. ‘힘내라! 작은도서관’ 프로젝트로 동영상을 찍어 네이버 밴드에 올리고 서로의 근황을 알리며 소통했다.

작도넷 임원들이 작은도서관을 찾아 마스크와 5만원 지역사랑 상품권도 전했다. 작도넷은 사무실도 전담인력도 없다. 자료 관리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서울시 동북권 엔피오지원센터의 아카이빙 사업에 제안서를 내 채택되었다. 10년 활동을 정리하기 위해 이전 활동가들에게도 연락해 자료를 받고 인터뷰도 열심히 했다. 얼마 전 A4 용지 60쪽 분량의 작은 책자 <성북 작은도서관의 10년 발걸음>을 세상에 내놓았다. 김 대표는 “10년을 되돌아보는 회고담 형식으로 정리했는데, 앞으로 작도넷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작은도서관은 참여 주민이나 지인들 후원만으로 운영비를 메우기 부족해 운영자들이 사비를 부담하는 경우도 적잖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꿈터도서관도 회원 300여 명 가운데 50여 명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후원하는데 최소 운영비를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김 대표는 “월 운영비로 최소 100여만원이 든다”며 “운영자들의 최소임금 보장은 꿈도 꾸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사립 작은도서관에 대한 공공지원금은 극히 제한적이다. 서울시의 작은도서관 육성지원금(최대 연 400만원)은 전년도 실적을 평가해 일부 상위 그룹에만 지원한다. 올해 작도넷 회원 도서관 가운데 5곳만 받았다. 장 대표는 “작은도서관 육성지원금을 주는 평가 기준이 작은도서관의 특성을 반영해 바뀌고 있지만 좀 더 온전하게 이뤄졌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현재 자치구 문화재단의 도서관지원과가 있지만, 구립도서관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어 사립 작은도서관까지 지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역의 사립 작은도서관을 지원할 수 있는 센터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두 대표는 “자치구마다 지역 안에 지원센터가 있어 지역에 맞는 작은도서관 활동이 이뤄질 수 있게 지원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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