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용산의 ‘과거·현재·미래’ 한곳에서 본다!

용산구 용산역사박물관

등록 : 2022-04-28 15:22

크게 작게

사람이 사라진 자리에 건물이 남았다. 흘러간 시간 위로 역사가 쌓였다. 코로나19로 유난히 힘들었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왔지만 우리 마음에는 여전히 아픔의 기억이 있듯, 모든 현상은 흔적을 남기는 덕분에 ‘역사문화도시 용산’의 방점을 찍을 박물관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1928년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철도병원이 1984년 중앙대 부속병원으로, 2022년 현재 지역사 전문 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다. 과거의 흔적이 역사의 이름으로 남아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올해 3월 개관한 용산역사박물관은 무려 1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이뤄낸 결과물이다. 올해로 94살이 된 오래된 건물이지만 철도 건설에 동원된 노동자를 치료했던 철도병원 운영 당시 모습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보수해 근대건축물의 가치를 살려 재구성했다.

박물관은 지상 2층 규모의 전시실과 옥상정원을 갖추고 기증받거나 직접 사들인 유물 4천여 점 중 일부를 전시해 격동적인 용산의 근현대사를 담았다. 1층 입구로 들어서면 옛 철도병원 현관의 스테인드글라스가 건립 당시 화려한 모습 그대로 맞이하고 있어 포토존으로 제격이다. 건물의 상징과도 같은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기둥을 따라가면 ‘용산에 모이다, 용산에서 흩어지다, 용산으로 이어지다, 용산에서 하나되다’의 흐름으로 전쟁과 함께한 용산의 아픔이 서린 전시가 펼쳐진다.

용산은 한양의 길목에 위치해 물길 따라 물류 이동이 많아 조선 시대에도 다양한 사람이 모여들었던 곳이다. 1904년 러일전쟁 이후 일본이 각종 철도시설을 지어 교통의 중심지로 활용했던 모습, 1950년 한국전쟁 전후로 미군과 생업을 찾아 모인 내국인이 거주하며 문화적 다양성을 갖춘 현재의 용산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2D, 3D, VR 영상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용산구는 외국인 특별구라는 별명을 가질 만큼 다양한 외국인이 거주하는 곳이다. 이태원에 미군이 주둔하면서부터 옷가게, 재즈바 등 상권이 발달했고 올림픽을 거쳐 외국인이 계속 유입되며 현재의 클럽 문화로까지 이어졌다. 이방인의 공간 이태원, 실향민의 애환이 담긴 마을 해방촌을 현재 모습과 비교하며 관람해봐도 좋다.


발길 닿는 곳마다 다양한 조명효과와 음향, 영상이 어우러져 지루할 틈은 없다. 곳곳에 터치 모니터, 미로 테이블, 용산 명소 배경의 셀프 사진촬영 등 참여형 공간도 마련돼 있다. 기차 내부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은 런던행 열차로 꾸며져 용산에서 출발해 중국, 러시아를 거쳐 영국까지 이어지는 유라시아 열차의 시작점으로서 용산역의 모습을 기대하게 한다.

박물관 건물은 2008년 국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건축물은 원형에 가깝게 유지됐고 과거 철도 의료기관의 특징이 잘 드러나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박물관 바로 옆에는 용산공고에서 용산철도고로 2021년 이름을 바꾼 학교가 있어 철도시설의 본거지였던 장소의 상징성을 더한다.

‘용산의 역사와 미래를 심다.’ 용산역사박물관 개관 기념식수비에 새겨진 문구다. 지난 100년의 기록 위에 만들어나갈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며 격변의 시기를 거친 용산의 어제와 오늘을 박물관에서 즐겨보시기 바란다.

임민경 용산구 홍보담당관 언론팀 주무관

사진 용산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