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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관리 중요
‘원전 폐기 선언’한 독일도 원전 재가동
우리 원전, 암반 위에 철근 세우는 등 내진설계로 규모 6.5~7.0 지진 견뎌내 하지만 최근 태풍 때 ‘전력 이상’ 발생 장기 매립 필요한 사용후핵연료 ‘문제’ 5년 전에 시민참여단 숙의 거쳤지만 ‘과학 원자로’, 사회·정치 영역이 돼버려 “원전이 뭐야?” 열 살 난 딸이 물었다. 서울시립과학관의 ‘우리나라 원전이 지진에 안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코너 앞이었다. “원자력발전소의 줄임말이야.” “원자력이 뭐야?” 임만성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의 수업 시간에 배운 정의가 떠올랐다. “원자핵이 붕괴할 때, 그러니까 핵분열이 일어날 때 나오는 에너지야. 핵분열이 뭐냐면….” 우라늄235와 같이 무거운 원자핵은 중성자와 부딪히면 좀 더 가벼운 원자핵으로 분열(핵분열)된다. 이때 질량 결손이 일어나면서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 원리’(E=mc²)에 따라 엄청난 열에너지가 나온다. 이 열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증기에 담긴 에너지로 증기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하려는 순간, 질문이 이어졌다. “원자핵은 뭐야?” “원자는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입자이고, 그것의 핵이 원자핵이야.”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져 있고, 핵분열 때 중성자 2~3개를 내놓아 또다시 핵분열을 일으키게 된다는 걸 좀 더 설명하려는 순간, 딸이 화제를 전환했다. “말이 어려워서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그러면 이건 뭐야?” 딸이 ‘우리 원전의 극한 재해 대응 전략’이라 적힌 터치스크린을 여기저기 누르며 물었다. 부지 선정부터 비상대응에 이르는 여러 설명 중 한국의 원전은 암반 위에 철근을 세우는 등 내진설계를 통해 규모 6.5~7.0의 지진을 견딜 수 있다(내진설계값 0.2G 및 0.3G)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원자력발전소 근처에서 지진이나 해일이 일어나면 위험해질 수 있거든. 그래서 우리나라는 이렇게 대비하고 있다고 보여주는 거야.” “원자력발전소는 위험해?” 말문이 막혔다. 짧게 설명하기 어려운 이슈였다. ‘위험하다’고 답하면 “왜 위험한 걸 만들었냐”고 물을 것이다. 하지만 ‘위험하지않다’고 답할 자신은 없었다.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 때 전세계인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생중계로 보지 않았던가. 말을 고르느라 가만히 서 있었더니, 아이가 “괜찮아”하고는 쪼르르 다른 코너로 가버렸다. 아이에게 언젠가는 설명해주고 싶어 관련 정보를 검색해봤다. 원자력의 위험성을 알린 ‘3대 원전 사고’ 모두 노심용융 탓이었다. 노심이란 핵연료와 냉각재, 감속재 등 핵심 물질이 들어 있는 중심부다. 이게 녹아내리면, 즉 용융되면 그 열 때문에 발전소 건물이 파괴되고 핵연료로부터 방사능이 누출된다.
우리 원전, 암반 위에 철근 세우는 등 내진설계로 규모 6.5~7.0 지진 견뎌내 하지만 최근 태풍 때 ‘전력 이상’ 발생 장기 매립 필요한 사용후핵연료 ‘문제’ 5년 전에 시민참여단 숙의 거쳤지만 ‘과학 원자로’, 사회·정치 영역이 돼버려 “원전이 뭐야?” 열 살 난 딸이 물었다. 서울시립과학관의 ‘우리나라 원전이 지진에 안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코너 앞이었다. “원자력발전소의 줄임말이야.” “원자력이 뭐야?” 임만성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의 수업 시간에 배운 정의가 떠올랐다. “원자핵이 붕괴할 때, 그러니까 핵분열이 일어날 때 나오는 에너지야. 핵분열이 뭐냐면….” 우라늄235와 같이 무거운 원자핵은 중성자와 부딪히면 좀 더 가벼운 원자핵으로 분열(핵분열)된다. 이때 질량 결손이 일어나면서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 원리’(E=mc²)에 따라 엄청난 열에너지가 나온다. 이 열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증기에 담긴 에너지로 증기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하려는 순간, 질문이 이어졌다. “원자핵은 뭐야?” “원자는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입자이고, 그것의 핵이 원자핵이야.”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져 있고, 핵분열 때 중성자 2~3개를 내놓아 또다시 핵분열을 일으키게 된다는 걸 좀 더 설명하려는 순간, 딸이 화제를 전환했다. “말이 어려워서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그러면 이건 뭐야?” 딸이 ‘우리 원전의 극한 재해 대응 전략’이라 적힌 터치스크린을 여기저기 누르며 물었다. 부지 선정부터 비상대응에 이르는 여러 설명 중 한국의 원전은 암반 위에 철근을 세우는 등 내진설계를 통해 규모 6.5~7.0의 지진을 견딜 수 있다(내진설계값 0.2G 및 0.3G)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원자력발전소 근처에서 지진이나 해일이 일어나면 위험해질 수 있거든. 그래서 우리나라는 이렇게 대비하고 있다고 보여주는 거야.” “원자력발전소는 위험해?” 말문이 막혔다. 짧게 설명하기 어려운 이슈였다. ‘위험하다’고 답하면 “왜 위험한 걸 만들었냐”고 물을 것이다. 하지만 ‘위험하지않다’고 답할 자신은 없었다.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 때 전세계인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생중계로 보지 않았던가. 말을 고르느라 가만히 서 있었더니, 아이가 “괜찮아”하고는 쪼르르 다른 코너로 가버렸다. 아이에게 언젠가는 설명해주고 싶어 관련 정보를 검색해봤다. 원자력의 위험성을 알린 ‘3대 원전 사고’ 모두 노심용융 탓이었다. 노심이란 핵연료와 냉각재, 감속재 등 핵심 물질이 들어 있는 중심부다. 이게 녹아내리면, 즉 용융되면 그 열 때문에 발전소 건물이 파괴되고 핵연료로부터 방사능이 누출된다.
노심용융이 왜 일어났을까. 세 번 모두 원인은 ‘운영주체’에 있었다. 2011년 후쿠시마원전의 운영자인 도쿄전력은 해변인데도 변전시설을 지하에 설치했다. 그 탓에 해일이 방벽을 넘어왔을 때 침수로 전기 공급이 중단돼 노심용융이 시작됐다. 또 비싼 원자로가 망가질까 망설이다가 바닷물로 노심을 냉각시킬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땐 운전요원이 시험 중 규칙을 어기고 긴급정지신호를 무시했다. 19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스리마일 원전 사고 땐 운전요원이 실수로 냉각장치 작동을 중지시켰다.
이런 대형사고는 얼마나 자주 일어날까?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분류하는 국제원자력 사고 등급(INES) 중 5등급 이상의 중대사고는 3대 원전 사고를 포함해 총 7건이었다. 지었거나 짓고 있는 원전이 700곳이니, 전체 중 1%가 스리마일 원전 이상의 사고를 겪은 셈이다.
한국으로 좁혀 보면 어떨까. 원전안전운영시스템 사이트에 가서 확인해봤다. 운전 중인 24기, 정지 원전 2기 등 총 26기에서 1998년 이후 4등급 이상 사고가 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고장’이라고 표현되는 0~3등급 사건은 389건 일어났다. 이 중 92% 즉 359건은 안전에 문제없는 ‘0등급’이었다.
한국 원전은 후쿠시마 등 사고를 일으킨 원전들보다는 안전한 걸까? 일단 설계로 봤을 땐 그렇다.
한국 원전은 원자로 종류가 후쿠시마 원전과 다르다. 임만성 교수는 “한국은 핵분열 물질이 생성되는 원자로 계통과 증기를 발생하는 계통이 분리된 가압경수로”라며 “가압경수로는 사고 시에도 환경으로 누출 가능성이 매우 작다”고 설명했다. 가압경수로는 원자로에서 생성된 핵분열 생성물이 증기터빈으로 유입되지 않는다. 방사성 물질의 유출이 발생해도 격납건물 안에 갇혀있다.
방사능 유출이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은 비등경수로다. 임 교수는 “핵분열 물질이 생성되는 원자로와 증기를 발생하는 계통이 분리되어 있지 않은 비등경수로는 터빈을 돌리는 과정에서 핵분열 생성물이 직접 증기에 들어가기에 전체 계통이 오염된다”며 “상대적으로 비등경수로는 격납건물의 견고성이 가압경수로에 비해 취약하다”고 말했다.
격납건물은 원전 안전에 중요한 요소다. 한국원자력학회에서 펴낸 ‘원자력 묻고 답하기’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격납건물이 지나치게 작고 두께도 얇아 내부에서 발생한 수소 폭발을 감당하지 못하고 훼손됐다. 체르노빌 원전에는 아예 격납건물이 없었다. 한국은 연료 펠릿, 피복관, 원자로 용기, 원자로건물 내부 철판과 외벽(격납건물) 등 5중의 심층방어 체제를 갖추고 있다.
그러면 내 아이한테 국내 원전은 위험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2020년 태풍 마이삭, 하이선 때에 이어 올해 힌남노 때도 강풍으로 전력설비 이상이 생겼던 게 떠올랐다. 위험하지 않다고 말할 만한 확신이 들지 않았다.
원전은 위험하다고, 멈춰야 한다고 말할수 있을까? 지금 우리가 쓰는 전기 중 27.4%는 원자력에서 나왔다.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2011년 2.5%에서 지난해 7.5%로 10년 동안 5%포인트 느는 데 그쳤다.
그사이 에너지 가격이 위험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유와 가스 가격이 급등하자 원전 폐기를 선언했던 독일은 원전을 재가동하고 벨기에는 가동 기간을 늘렸다. 전기료 상한선을 80% 높인 영국은 전 총리가 원전 건설을 선언했다. 4월 이후 전기료 상승률이 매달 11~18.2%에 달했던 한국에서도 원자력 발전 비중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자력은 과학인데, 원전은 사회와 정치의 영역이 됐다. 5년 전, 시민참여단 471명이 3개월 동안 공부하고 토론하며 깊이 생각하는 숙의 과정을 거친 끝에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그리고 ‘탈원전 정책 추진’을 결론으로 내놓은 까닭을 설명해주면 아이는 이해할까. 수천 년 묻어놔야 할 사용후 핵연료는 또 어찌 설명해야 할까.
글·사진 이경숙 과학스토리텔러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