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이를 응원하던 ‘가츠동’

오사카 여행에서 만난 일본식 덮밥, 까칠한 아이 입맛 잡아준 든든한 한 끼

등록 : 2016-10-0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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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겨울, 아이를 데리고 모처럼 친구들과 떠난 오사카 여행. 감기 기운이 있던 7살 딸아이는 첫날 오후부터 힘겨워했다. 친구들은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늦은 저녁임에도 오사카 밤거리를 즐긴다며 우르르 나가버렸다. 우리 모녀만 비좁은 호텔방에 묶여 다음 날 일정을 위해 쉬며 마음을 다독이는 수밖에 없었다.

기침감기와 힘든 여행 일정으로 체력이 달렸던 딸아이는 가뜩이나 입도 짧은데 입맛까지 잃어버렸다. 기껏 발품 팔아 찾아낸 오사카 유명 맛집에 들어가서도 겨우 우동 정도나 깨작일 뿐이라, 밥 먹이는 데 여간 마음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추억의 음식

결국 식사 때면 일행과 떨어져 아이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아 방황하게 됐고, 그러다 만난 것이 오사카 거리에 흔한 일본식 덮밥집이었다. 쇠고기를 얹은 규동, 돈가스를 얹은 ‘가츠동’, 새우튀김을 얹은 텐동 등 따뜻한 밥 위에 다시마와 일본 ‘쯔유’(간장국물)에 양파와 버섯 등을 넣고 졸여낸 국물을 붓고, 쇠고기나 돼지고기, 장어, 새우 등을 얹어 먹는 덮밥 종류는 다행히 입맛 잃은 아이에게 잘 맞았다. 어디를 가도 쉽게 찾아 들어갈 수 있는 음식점인데다 맛도 거의 비슷해서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어디 그뿐인가. 영양도 든든, 가격도 착하다. 덕분에 일본식 덮밥으로 남은 여행 일정을 해결하고, 본의 아니게 식비를 아끼는 효과까지 보았다.

오사카 여행 이후 아이는 일본 음식을 즐긴다. 그중에서도 일본식 덮밥은 굳이 일본 우동 전문점을 찾지 않아도 손쉽게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어 좋다. 아무리 빼어난 여행지를 다녀왔어도 아이들은 종종 자기가 제일 맛나게 먹은 음식만 기억하곤 한다. 감기 걸려 힘들었던 오사카 여행에서 아이의 입맛을 찾아준 일본식 덮밥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맛이 되었고, 이후 집에서도 종종 해먹는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 속 방학 내내 아이는 무더위와 더불어 엄마와도 전쟁을 벌였다. 무슨 일을 해도 일단 불평이고, 어디를 가자 해도 귀찮은 아이는 집 안에서 에어컨을 사수하며, 더위와 방학, 엄마와 씨름했다. 개학을 앞둔 일주일은 급기야 배앓이까지 하며 과제물을 해내느라 짜증지수가 폭염만큼이나 새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리고 9월, 개학을 맞은 아이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학교에 갔다. 사실 한낮의 날씨는 여전히 찌는 듯한데 ‘학교’ ‘개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거움은 끈질긴 폭염만큼이나 아이를 까칠하게 만든다. 축 늘어진 어깨, 잔뜩 찌푸린 얼굴로 학교를 가는 아이를 위해 모처럼 기운을 북돋울 추억의 일품요리를 만들었다. 냉동실에 쟁여둔 등심돈가스를 냉장실로 옮기고, 다시마맛 간장과 맛술, 양파, 달걀, 버섯이면 휘리릭 완성되는 일본식 돈가스덮밥 ‘가츠동’은 조리법도 간편하다.

까칠한 딸아이는 오사카 여행에서 만났던 추억의 입맛을 기억해내곤 맛있게 먹는다. 아이의 입맛을 잡아준 든든한 한 끼 음식 일본식 돈가스덮밥. 오사카 여행 속 가녀린 7살 여자애를 추억하며, 오랜만에 모녀 사이도 돈독해지길 기대해본다.

돈가스덮밥 조리법

재료: 냉동 돈가스, 달걀, 양파, 파, 쯔유, 물, 밥

만들기: ➊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돈가스를 튀긴다.

➋ 양파는 적당히 썰고, 달걀은 살짝만 푼다.

➌ 쯔유(50ml)와 물(200ml)을 1:4정도의 비율로 넣고 양파를 끓이다, 튀긴 돈가스를 넣는다.

➍ 풀어놓은 달걀물을 전체에 끼얹는다. ➎뚜껑을 덮고 익히며 80%쯤 익었을 때 불을 끈다.

➏ 그릇에 밥을 담고 위에 돈가스를 얹는다

글 이상미 아이쿱생협 협동으로 랄랄라 블로그 운영진

사진 이지나 아이쿱생협 협동으로 랄랄라 블로그 운영진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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