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예능

TVN 10년 축제 유감’

등록 : 2016-10-21 10:40

크게 작게

케이블 채널 <티브이엔>(tvN)이 10돌 축제를 열었다. 2006년 개국 이후 10년을 정리하는 시상식이다. 개국 공신 <막돼먹은 영애씨>부터 6월 방영한 <또 오해영>까지 10년간 우리를 웃고 울렸던 주역들이 대거 참석했다. ‘응답하라’ 각 시리즈의 배우들은 물론, <삼시세끼>의 차승원(어촌 편)과 이서진(정선 편)이 한자리에 모이는 등 갖가지 화제를 낳았다. <시그널> 김혜수, 조진웅의 등장만으로 시상식은 영화제를 방불케 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지는 않는가. 김혜수에 차승원에 이서진이 상도 안 주는 데 왔을까? 정말 축제를 즐기자는 마음만으로 장장 5시간이 넘는 긴 시간을 꼼짝도 않고 앉아 있는 게 가능했을까. 물론,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어쨌든, 연말마다 방송사들은 시상식을 연다. 드라마는 특히 배우들을 참여시키는 게 일이다. 드라마가 끝난 지 수개월인데, 굳이 차려입고 방송국에 오는 수고스러움을 감내하려는 이들은 별로 없다. 이른바 ‘거물급’의 배우라면 더 그렇다. 방송사 시상식을 영화제처럼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 탓도 크다.

그래서 풍문으로 이런 얘기들이 오간다. 미리 귀띔해준다는 것이다. “큰 상 드리니 반드시 오셔야 합니다.” “대상 줄 테니 오세요.” 물론 거부하는 이들도 있다. 최우수상 수상 내정자가 상 받지 않겠다며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자, 현장에 온 다른 배우한테 주기도 했다. 상 받는 사람만 참석한다는 우스갯소리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연말 대상은 캐스팅을 위한 미끼로도 활용된다. “톱배우를 캐스팅할 때 대상을 주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특정 배우한테 “연말에 대상 줄 테니 <00> 드라마에 출연해 달라”는 미끼를 던진 방송국도 있었다.


그런 지상파에 티브이엔이 한 방을 날릴 것으로 기대했다. 1년이 아닌, 10년을 정리하는 시상식이기 때문이다. 샴페인을 마시고 춤을 추며 즐기는 분위기는 좋았다. 그러나 티브이엔도 별수 없는 방송사다. 10년이 아닌 1년을 정리했다. 시청률 높은 최근 드라마와 스타들에 상을 몰아줬다. 케이블이라고 톱스타들이 출연을 꺼릴 때, 티브이엔의 이름을 알려준 개국공신들은 들러리가 됐다. <막돼먹은 영애씨>, 2009년 <롤러코스터 남녀탐구생활> 등이 화제를 모으며 티브이엔을 알렸고, 지상파와 차별화된 콘텐츠의 재미를 알게 했다. 뱃살까지 드러내며 혼신의 힘을 다했던 ‘영애씨’ 김현숙은 개근상을 받았고, <롤러코스터>는 무관에 그쳤다.

<시그널>도, <또 오해영>도 좋다. 케이블로는 상상할 수 없는 시청률 19%를 안겨준 ‘응답하라’ 시리즈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10년을 정리하는, 다 같이 즐기자던 자리 아니었던가. 설마, 그들이 친히 참석해주셨으니 상을 몰아준 건 아닐 테지?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방송담당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