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필동 멸치국수 식당이었다. 사장이 자신의 요리법을 고집하며 백종원의 솔루션을 듣지 않으려는 태도를 집중해 내보냈다. 시청자들은 그럴 거면 왜 나왔냐며 분노했다. 비판이 거셀수록 포털 사이트 노출이 느는 등 프로그램 인기는 높아졌다.
그래서일까. 갈수록 더한 식당들이 출연했다. ‘해방촌 신흥시장’ 편에서는 요리도 못하면서 “멋”만 외치는 20대 사장들을 등장시켰다. 노력도 안 하고 “뭘 해도 ‘간지나는’ 걸 하고 싶다”는 그들에게 시청자들은 분노했다. 최근 ‘뚝섬 골목 살리기’ 편에서는 출연 식당이 모두 기본기가 없는 등 총체적 문제를 드러냈다.
맛보다 멋을 찾고, 맛없는 요리를 비싸게 파는 건 사장 마음이다. 문제는 이런 식당들을 출연시키는 제작진이다. 제작진은 기본이 안 된 식당이 방송을 타면 논란이 일 것을 모르지 않는다. 알면서도 출연시킨다. 왜? 논란은 프로그램에 재미를 더하고 홍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사전에 식당을 찾아 장사하는 모습을 살핀 뒤 출연할 곳을 정한다. 성실한 곳도 필요하지만, 캐릭터가 있는 식당이 방송용으로는 더 좋다. 태도가 삐딱하다거나, 고집이 세다는 등 문제가 있는 사장들은 백종원과 갈등을 일으키다가 프로그램을 통해 변화하고, 마지막에는 감동까지 자아낼 수 있다. 우리가 잊고 있는 한 가지. <골목식당>은 재미가 중요한 예능이다.
제작진은 “몰랐다”고 토로한다. 사전 인터뷰를 하지만 그들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몰랐다는 말로 책임을 면할 수 있을까. 이미 방송을 내보내고 있으면서도 “이러면 방송 못 나가”라는 백종원의 화난 장면을 예고 영상으로 내보내며 논란을 홍보에 활용하면서 말이다.
프로그램 출연은 식당 매출로 이어진다. 방송사는 ‘<골목식당> 출연 식당들의 매출이 두 배 이상 뛰었다’는 보도자료까지 냈다. 기본도 안 된 식당들이 방송 한번 타고나면 ‘대박’ 나는 모습은 지금도 땀 흘리는 요식업계 종사자들에게 박탈감을 준다. 골목 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가 거짓이 아니라면, 그 취지에 맞는 식당 선정부터가 먼저다. 논란으로 화제 몰이하는 것은 요식업계 관계자뿐 아니라, 시청자를 우롱하는 일이다. <끝>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대중문화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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