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이번 청룡영화제는 ‘논란’이 된 두 사람한테 상을 주면서 한 가지를 증명했다. 배우는 오직 연기력으로 평가받는다는 것이다. <내부자들>이 성공 못 했으면, 이병헌에 대한 대중의 ‘관대함’도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홍상수와의 불륜에 대중이 가장 안타까워했던 것도 김민희의 ‘물오른 연기력’이다. 그간 연예인의 실력과 사생활의 상관관계는 답 없는 물음이었다. 도덕적 잣대를 어디까지 들이대야 하느냐를 두고 의견은 늘 갈렸다. ‘청룡영화제’가 답이 됐을까.
대중매체 관계자들은 “연예인은 실력과 인성을 모두 겸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사생활이 깨끗하다는 기준은 모호하다. 대중에 `걸리지’ 않았을 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연예인도 많다. 착한 남편 이미지의 유부남 감독은 바람둥이에 여자 스태프들한테 집적거리기 대마왕이고, 시청률 안 나오면 일하기 싫어 아프다는 핑계로 촬영장에 매번 늦는 여배우는 방송에서 약속 잘 지키는 사람처럼 포장되고 있다. 사람 좋은 이미지의 중견 배우는 술만 마시면 ‘개’가 된다. 털털한 이미지로 먹고살지만, 세상이 ‘내 위주’로 흘러야 직성이 풀리는 ‘이기적 인간’들도 많다. “시청자들은 단순해서 방송에서 잘 웃고 잘 먹고 잘 망가지면 털털하다며 사람 좋은 줄 알더라”고 비웃는 연예인도 있다.
그렇다고, 실력으로만 평가해야 하느냐고 물으면 그 또한 선뜻 대답하기 힘들다. 실력 하나만 믿고 성추행, 뺑소니 사고를 일삼는 연예인을 용서해야 할까. “배우로선 좋아하지만, 인간으로선 싫다”며 실력과 인성을 별개로 판단할 수 있을까. 그들을 동경할 10대 청소년을 생각하면, ‘로맨틱한 밤’을 연기로 묻어둬야 하느냐는 또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아무리 사생활이 깨끗해도 연기 못하는 배우는, 노래 못 부르는 가수는 인정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외모나 예능적인 끼로 대체 평가받으며 주연을 꿰차고 톱가수 대접을 받는 그들은 왜 두고 보는가!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방송담당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