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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방송사 궁합이 중요한 까닭은?

등록 : 2016-03-31 14:34 수정 : 2016-05-2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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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도 부부처럼 궁합이 중요하다. 먼저 방송사다. 어떤 드라마를 어떤 방송사에서 만드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지 차이가 될 수 있다. 지난주 절찬리에 끝난 <티브이엔>의 <시그널>도 마찬가지다.

<시그널>은 연쇄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장르드라마다. 장르드라마의 지지 세대는 주로 20~30대로 젊은층이다. 소재가 다양하고 독특한 미국드라마에 익숙한 젊은층이 장르드라마에 환호한다. 그래서 젊은층을 타깃으로 하는 <티브이엔>은 <시그널>을 ‘철저히’ 장르물로 만들 수 있었다. 애초 대본은 좀 더 느슨하고, 일상적인 이야기가 많았는데, <티브이엔>으로 넘어오면서 더 치밀해지고, 촘촘한 장르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지상파는 다양한 세대를 아울러야 하기에 폭넓은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에 집중한다.

그래서 <시그널>이 지상파에서 방영됐다면, 멜로가 강조됐거나, 등장인물의 사연이 많은 비중을 차지해 지금처럼 긴박함은 덜했을지 모른다. 한마디로 <시그널>과 <티브이엔>의 궁합이 잘 맞았다는 이야기다.  

<시그널> 말고도 애초 ‘썸’을 탔던 방송사가 아닌 다른 방송사에 편성되어 성공한 드라마는 많다. 방영 중인 지상파 3사의 수목드라마가 모두 그렇다는 사실이 특히 재미있다. <시크릿 가든>을 쓴 김은숙 작가의 <태양의 후예>는 1년 가까이 <에스비에스>에서 편성을 논의하다가 결국 <한국방송2>에서 지난달 24일 시작했다. 3월16일 시작한 <굿바이 미스터 블랙>도 <에스비에스>와 편성을 논의하다가 <문화방송>으로 넘어갔고, <에스비에스>에서 방송 중인 <돌아와요 아저씨>는 <문화방송> <한국방송2>에서 차례로 편성이 무산됐다.  

‘하늘이 맺어줬다’고 할 정도로 의외의 결과를 낳은 ‘대타 궁합’은 오래전부터 많았다. 2004년 <파리의 연인>(에스비에스)으로 여성들의 이상형으로 떠올랐던 박신양은 애초 배용준과 이정재가 거절하면서 3순위로 캐스팅됐다가 ‘대박’이 났다. <냄새를 보는 소녀>(에스비에스)는 신세경이 아닌 수지가 1순위였고, <육룡이 나르샤>(에스비에스)의 신세경도 백진희가 유력했다고 한다. <부탁해요 엄마>(한국방송2)의 고두심도 김영애의 대타였다. <그녀는 예뻤다>(문화방송)의 박서준 역은 소지섭한테 먼저 제안이 갔다는 얘기도 있다. 2014년 열풍을 몰고 온 <미생>의 ‘장그래’ 임시완은 이제훈한테 제안이 갔다. 이제훈이 했다면, 소지섭이 했다면 성공했을까? 방송 관계자들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역마다 그에 맞는 운명의 배우는 다 정해져 있기 때문이란다. 세상 모든 건 다 ‘합’의 인생이다.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방송담당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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