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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 연말 시상식

등록 : 2016-12-2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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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의 계절이 돌아왔다. 지상파 3사가 연말 일제히 연예·연기·가요대상을 개최한다. ‘대종상 영화제’만큼 권위가 떨어진 지 오래지만, ‘한 해가 저무는구나’ 하는 인증서 몫은 톡톡히 한다. 누가 대상을 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아도, 배우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사장의 일장연설로 새해를 맞는 <에스비에스 연기대상>의 촌극은 세월이 흘러도 또렷하다.

올해도 지상파 시상식은 연말 인증 놀이에 그칠 듯하다. <에스비에스>가 드라마 시상 부문을 ‘판타지, 로맨틱, 장르, 장편’으로 나누는 등 상 나눠주기가 더 심각해졌다. 제작진한테도 시상식은 골칫거리다. 대개 지금 방송 중인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피디가 추가로 시상식 프로그램 연출을 맡는다. 내 프로그램을 하면서 별개 프로그램을 병행하니, 피디는 입이 한 발 나온다. 그나마 최근에는 한류 열풍으로 한국 방송사 시상식에 관심이 쏠리면서 전담 피디를 두기도 한다. 팀이 꾸려지면, 남들 다 즐거운 연말에도 섭외하느라 머리가 빠진다. “1년 내내 스타들과 씨름했는데, 마지막까지도 내 팔자는 섭외구나” 하고 하소연도 한다. 시상식의 성공 여부는 톱스타들의 참석 여부니 별수 없다. 드라마가 인기가 없었으면 안 오려고 한다. 상을 안 줘도 안 온다. 그래서 기획사 대표한테 사정도 하고, 찾아가서 만나는 등 스타들의 발길을 돌리려 전략을 짠다.

타사는 어떻게 진행하는지, 누가 오는지 염탐도 해야 한다. 초대가수는 누구이고, 어떤 특별 무대를 꾸미는지 정보싸움도 시작된다. <한국방송>(KBS)은 송혜교, 송중기, 박보검 등 한 해를 빛낸 스타들이 총출동한다고 입이 귀에 걸렸다. 베스트 커플상 등 이들을 최대한 무대에 많이 올릴 수 있는 방법을 고심 중일 것이다. 두 방송사 드라마에 모두 출연한 배우라면, 어디를 먼저 가야 하는지에 대한 자존심 싸움도 벌어진다.

제작진은 독특한 연출 등을 고심해 영상미도 신경 쓴다. 그러나 땀 흘린 실무진의 노력은 늘 윗선에서 갉아먹는다. 납득하기 어려운 수상자가 난무하기 때문이다. 안 받고 가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상을 나눠주기에 내년에도 잘 부탁한다는 암묵적 수상에, 대상을 두고 ‘딜’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연말 시상식을 연출한 적 있는 한 예능 피디는 “아무리 구성, 연출에 신경 써도, 수상자가 누구냐를 두고 욕먹으면 힘이 빠진다”고 했다.


올해는 연말을 다 바친 제작진의 노고에 찬물 끼얹는 일이 없길 바란다면, 과한 희망일까. 방송사, 스타를 빛내느라 한 해를 달린 드라마·예능·시사교양 제작진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길 바란다면 헛된 기대일까.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방송담당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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