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예능

명절 파일럿 프로 전쟁터

등록 : 2017-02-0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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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에도 어김없이 다양한 특집 프로그램이 방송됐다. 3사 합쳐 예능 프로그램만 10개가 넘는다. 그중 몇 개나 살아남을까.

요즘 명절은 새 프로그램들의 서바이벌 전쟁터다. 예전처럼 연휴에 그저 한번 웃겨보려고 만들지 않는다. 명절 특집 프로그램이라는 명분으로 내보내지만 실은 정규 편성 시 성공 여부를 간본다. ‘긴가민가하는’ 아이템이나, 방송사가 주력하는 아이템의 이른바 ‘샘플’을 만들어 시청자 반응을 살피는 것이다. 실패의 부담을 줄이려는 전략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문화방송), <듀엣가요제>(문화방송)와 지금은 종영한 <미래일기>(문화방송), <신의 목소리>(에스비에스), <판타스틱 듀오>(에스비에스) 등이 명절에 시험 삼아 내보낸 뒤 반응이 좋아 정규 편성됐다.

그래서 피디들은 과거와 달리 명절 특집 프로그램에 공을 들인다. 5개월 전부터 기획안을 내고, 한 피디가 서너 개도 내는 등 사활을 걸고 덤빈다. 그중 실제 제작되는 것은 4~5개. 아이템이 선정되면, 진행자 전쟁도 벌어진다. 신동엽, 김구라, 이휘재, 김성주 등 특집 프로그램 단골 진행자는 몇 되지 않는다. 정규 편성될 경우를 고려해야 하기에 연예인들도 비슷한 양식은 피하거나, 어떤 프로그램이 성공할지 간을 보는 등 머리를 쓴다.

평가는 명절이 끝나자마자 시작된다. 정규 편성의 첫 번째 기준은 시청률이다. <신의 목소리>는 특집으로는 이례적인 10.4%였고, <몰카배틀-왕좌의 게임>은 11%로, 지난해 설 특집 프로그램 전체 1위였다. 같은 몰래카메라 콘셉트로, 현재 <일밤-은밀하게 위대하게>(문화방송)로 방송되고 있다.


시청률만 잘 나온다고 단번에 편성되지는 않는다. 지속성과 공감대 여부도 중요하다. 연예인들이 노인 분장을 하고 미래를 경험했던 <미래일기>는 단발성으로 내보냈을 때는 화제가 됐지만, 정규 편성되자 같은 설정이 반복되면서 재미가 반감됐고 결국 폐지됐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도 특집 때는 재미로 넘겼던 ‘몰카’라는 설정이 인권침해 논란으로 번졌다. 시대를 반영한 화제성에 소재가 자주 바뀌어 지루하지 않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세상 모든 것은 결국 정치로 연결된다. 화제성과 지속성이 비슷하다면, 그때부턴 정치의 영역이다. 일반 회사의 팀장 또는 부장 격인 책임시피(CP)들은 직속 피디가 만든 프로그램을 밀려고 기사를 내는 등 갖가지 전략도 쓴다.

자, 올해는 어떤 프로그램이 전쟁에서 승리할까.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방송담당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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