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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개선 뒤 첫 ‘올해의 작가상’ 전시, 인간을 말하는 4개의 다른 시선

올해의 작가상 2023(~3월31일)

등록 : 2024-01-1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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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인간, 혹은 다른 것들과의 관계를 고찰하는 포스트 휴머니즘을 주제로 ‘올해의 작가상 2023’이 지난해 10월부터 열리고 있다. 수상 후보 작가의 작업 세계는 물론이고 한국 미술계, 나아가 동시대에 활동하는 미술가의 지형을 고스란히 그려내는 전시이기도 하다.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오른 네 작가는 로봇의 전시와 공연(권병준), 문화유산과 유물의 본래 의미 소환(갈라 포라스-김), 소수의 역사가 미술사와 교차하는 지점(이강승), 비선형 시공간 창조 혹은 물리적 경계의 전환 실험(전소정) 등을 통해 각기 다른 시선으로 ‘인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문명의 역사, 인간과 자연의 관계, 제도의 뿌리와 작동방식, 공동체의 정체성과 가능성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 이들의 작업세계는 동시대 미술이 끊임없이 직면하고 있는 철학적, 실천적인 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소정 작가와 갈라 포라스-김 작가의 작품을 동시에 볼 수 있는 2전시실 안쪽 공간(사진)은 묘한 대비를 보여준다. 경계를 넘나드는 ‘속도’를 다양한 감각으로 이야기하는 전소정 작가의 대안적인 소통 시도가 동시대를 넓은 화각으로 조망한다면, 갈라 포라스-김 작가는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시간’을 동시에 곱씹어볼 수 있는 작품을 보여준다.

전소정 작가의 영상 속에 등장하는 상징 ‘싱코피’(Syncope)는 검은 천에 미술관의 습기를 전달받아 그림을 그리는 갈라 포라스-김 작가의 ‘신호 예보’와 대비된다.

‘올해의 작가상 2023’은 제도를 대폭 개선해 선보이는 첫 전시다. 후보에 오른 작가의 신작과 기존 주요 작업을 함께 전시해 작가의 오랜 주제 의식과 예술 세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최종 심사 방식도 바꿨다. 2월 열리는 공개 워크숍에서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심사위원들과 작가들이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최종 올해의 작가상 수상자를 선정한다. 사전에 일반 관람객의 질문을 받아 작가들이 답변하는 시간도 있다. 이 모든 게 ‘올해의 작가상’이 단순한 수상 제도가 아닌, 한국 동시대 미술과 세계 미술계가 만날 수 있는 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전시를 둘러본 뒤 명확히 구분되면서도 평화롭게 공존하는 네 가지 시선 중에서 과연 ‘올해의 작가상’을 누가 받을지 가늠해보는 것도 좋겠다.

장소: 종로구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3·4전시실 시간: 오전 10시~저녁 6시(수·토 저녁 9시까지) 관람료: 2천원 문의: 02-3701-9500


글·사진 이준걸 서울문화재단 홍보마케팅팀 대리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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