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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의 재발견

등록 : 2017-02-1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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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 어떨 것 같애?” “너무 올드해. 오피스 드라마가 언제적 유행이야. 게다가 남궁민이라니. 주인공이 너무 약하잖아.”

드라마 첫 방송을 앞두고 의견을 묻는 관계자한테 기자 몇몇이 사적인 생각을 신랄하게 전했다. 지금? 볼이 빨갛다. <김과장>은 연기, 연출, 대본까지 무엇 하나 흠잡을 데 없는 만듦새로 1회 시청률 7%로 시작해 5회 만에 15%를 찍었다. 20%도 눈앞이다.

무엇보다 남궁민의 ‘원맨쇼’에 가까운 연기력이 드라마 인기의 일등공신이다. <한국방송>(KBS) 관계자들은 그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느냐를 강조한다. 대본 분석은 기본, 눈빛, 손동작 하나까지, 심지어 얼굴 근육의 움직임까지 계산하며 배역에 몰입했다는 것이다. 애초 남궁민은 섭외 1순위가 아니었다. 여러 배우들한테 제안이 간 다음 남궁민이 최종적으로 ‘김성룡’이 됐다. 신의 한 수였다. 그의 노력이, 열정이 ‘김과장 신드롬’을 만들었다.

이렇듯 드라마는 어떤 배우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기도 한다. <김과장>처럼 예상을 깨고 주인이 나타나면 그 드라마의 성공은 따놓은 당상이다. <또 오해영>의 서현진도 그랬다. ‘오해영’은 애초 김아중과 최강희가 후보였다. 영화 출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거절하며 서현진한테까지 기회가 돌아갔다. 서현진은 이 드라마로 2001년 데뷔 이후 15년 무명 생활을 털고 스타가 됐다. 발음부터 표정 연기 등 기본부터 다시 연습했다고 한다. <태양의 후예>는 원빈, 조인성, 김우빈이 고사하면서 송중기한테 기회가 갔다.


스스로 기회를 만든 배우들도 있다. <도깨비>로 화제를 모은 이동욱은 애초 후보도 아니었다. 그는 <도깨비>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김은숙 작가를 찾아가 열심히 해보겠다며 자신을 알렸다. 다른 배우를 염두에 뒀던 김은숙은 거절했지만, 재차 열정을 다해 의지를 보여주는 이동욱에 감동해 마음이 움직였다. 이동욱은 저승사자 패션까지 유행시키며 도깨비 공유와 함께 여심을 흔들었다. 캐릭터를 끊임없이 연구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열정과 노력에 김은숙은 대본까지 수정하며 이동욱을 신뢰하게 됐다. 지금은 연기 잘하는 대표 배우가 된 김민희도 스스로 기회를 만들었다. 배우로서 인정받지 못하던 시절 그는 <굿바이 솔로>로 연기자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극 중 배역의 분위기를 내고 직접 노희경 작가를 찾아갔고, 여섯 번째 만에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배우와 배역은 운명이라고 한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든, 스스로 기회를 만들었든 공통점은 노력이다. 2017년 노력으로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들어보시길.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방송담당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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