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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중반, 용산 전자상가가 들어서기 전까지 ‘미사일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의 위상은 독보적이었다. 이곳은 김수근이 설계한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 아파트로, 백남준도 자신의 작품 설치 작업을 이곳 기술자에게 전적으로 맡길 만큼 기술을 지닌 이들이 모여 있던 곳이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쇠퇴의 길을 걷던 이곳이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하나로 지난달 19일 다시 문을 열었다. 최근에는 ‘메이커 시티’라고 이를 정도로 세운상가는 제조업의 부흥을 이끌고 있다. 27일부터 29일까지 세운상가 5층에서 진행되는 ‘메이커스, 생각하는 손’은 서울이 직면한 도시와 사회문제를 메이커(장인)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행사다. 이번 전시는 서울문화재단의 ‘서울 상상력발전소 프로젝트’의 결과다.
‘상상력발전소’는 지난해부터 기존의 창작자-관객의 구분을 벗어나 청년 메이커, 예술가와 시민들이 함께 개방형 예술을 하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해왔다. 이를 통해 그동안 기술자로 평가절하돼왔던 장인과 손으로 제작하는 노동의 의미를 되새기게 될 것이다.
우선, 단순한 강연에서 벗어나 직접 참여해볼 수 있는 11개의 워크숍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사라져가는 야생동물을 복원해보는 ‘아두이노로 만드는 동물 로봇’, 나 혼자서도 미세먼지를 측정할 수 있는 ‘미세먼지 DIY측정기’, 자전거의 불편함을 공유함으로써 해소하고자 하는 ‘싸이클핵 서울’ 등이 있다. 온라인에서 미리 신청해야 하며, 일부는 유료로 운영된다. 27일 오후 6시부터는 방송인 김태훈의 사회로 ‘인간은 누구나 메이커다’라는 주제로 토크 콘서트가 열린다. 철학자 강신주가 ‘2017년, 우리는 왜 손에 주목해야 하는가?’라는 강연으로 문을 여는 개막식에서는 기술과 예술을 결합해 무한 상상력을 발휘한 장인·청년·예술가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공개한다. 오래전의 만화·음악·영상을 즐길 수 있는 ‘상상다락방’에서는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체험을 할 수 있다. 02-807-7417 seoulpowerstation.org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