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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전체가 축제의 도가니였던 2002년 월드컵 직후, 어느 여고생이 처참하게 살해된 채 공원에서 발견됐다. 끝내 범인이 발견되지 않은 이 사건은 14년 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져갔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이 소녀의 죽음을 잊어버리기 위해 애썼고, 그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갔다. 이렇게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죽음에 관한 상처를 다룬 연극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각색·연출 박해성)가 오는 12월3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른다. 이 공연은 권여선 작가의 소설을 무대화한 첫번째 작품이다. 작품의 원작인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는 2016년 <안녕 주정뱅이>로 문단의 화제를 몰고온 권 작가의 신작 중편소설로, ‘제17회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그동안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이 대부분 고전문학이나 베스트셀러 소설로 만들어졌다면, 이번 공연은 <창작과비평> 2016년 여름호에 수록됐을 뿐, 아직 단행본으로 출간도 안 된 작품으로 제작됐다. 원작에서는 독자가 인물들의 내면에 공명했다면, 연극에서는 관객이 인물들의 존재를 목격한다. 이처럼 인물에 이입되는 것과 인물을 목격하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 무엇보다 목격을 통해 관객은 재판관처럼 인물을 판단할 수도 있고, 발견할 수도 있다. 게다가 여고생의 죽음을 개인 차원에서 벗어나 보편적인 문제로 다루는 문학의 힘에다가 무대장치와 시공간을 재배치한 무대미학인 연극적 요소를 더했다. 연출을 맡은 박해성(상상만발극장 연출, 극작)씨는 “연극에서는 어떻게 죽었는지에 관한 소설의 줄거리보다 섬세한 상처를 어떻게 극장으로 옮겨올 수 있을지를 배우들과 고민했다”며, “소녀의 죽음에 분노하기보다는 애도와 성찰, 침묵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12월2일 공연을 마친 후에는 ‘죽음은 애도하면 치유될 수 있는 것인지, 고통은 용서 뒤에 경감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관객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대담도 마련됐다. 관람료: 일반 3만원, 학생 1만8000원 문의: 02-758-2104 www.nsartscenter.or.kr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