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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대중문화계에 번지면서 조민기, 조재현, 오달수 등 연예인들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여전히 수많은 이름이 세간에 오르내린다. 제작진은 “기자들이 취재 중인 사람을 귀띔해달라”고도 한다. 미리 파악해 캐스팅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가해자들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거나 침묵하다가, 추가 피해자가 나오면 마지못해 인정하는 패턴을 반복한다. 모두 소속사를 통해 입장이 나온다. 소속사는 정말 몰랐을까? 뭐가 됐든 그들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국 연예계 구조와 속성상 소속사는 연예인이 사실을 말할 때까지는 ‘한편’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냈다가 추가 폭로가 터지면서 함께 비난받았던 조민기의 소속사는 그의 말을 철저히 믿었다고 한다. 교수로 재직 중이던 청주대학교에서 성추행으로 징계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조민기가 억울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소속사 관계자는 “우리가 따로 조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소속 연예인의 말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말을 믿지 않는다고 해도,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방법은 없다.
소속사가 그들의 ‘편’이 될 수밖에 없는 데는 눈앞에 펼쳐놓은 일들 때문이기도 하다. 출연 중이거나 출연하고 있는 작품에 타격이 갈 경우 위약금 등 머리 아픈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오달수만 해도 주·조연으로 출연해 개봉을 준비하는 영화만 4편이고, 드라마 <나의 아저씨>도 촬영 중이었다. 드라마는 그렇다 쳐도, 거액의 제작비를 투입하는 영화는 손실이 막대하다. 그나마 분량이 적은 <신과 함께 2>는 오달수 촬영분을 편집하고 다른 배우를 투입해 재촬영을 결정했지만, 비중이 큰 다른 영화들은 머리가 아프다. 개봉이 불가능해지거나 흥행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위약금을 물리고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걸 수 있다. 배우도 망하지만, 그 배우가 돈을 벌어다 주는 소속사도 망한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사건이 터지면 우리는 매뉴얼대로 움직인다”고 했다. 매뉴얼에 따라, 의리에 따라 때론 그들의 침묵에, 발뺌에 동조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인생을 앗아갔을지도 모를 성폭력 문제이지 않은가? 함께 침묵하고 법적 검토부터 따질 게 아니라 당사자의 가장 곁에 있는 소속사가, 죄가 있다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게 앞장서서 도울 수는 없는 걸까? 오달수 소속사는 성추문이 불거진 뒤 본인은 물론, 회사도 매니저도 누구도 기자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대중문화팀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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