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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의 감각’을 지닌 여인의 눈에 비친 환멸적 인간 본성

처의 감각(~4월15일)

등록 : 2018-04-1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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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서 전해져온 감각으로, 당신에게 가는 길을 찾고 있어요.” “도망칠 거야. 끝까지!” 어린 시절 곰과 살았던 여자가 곰을 버리고 인간세계로 들어갔지만, 인간의 잔인한 본성에 환멸을 느끼고 곰의 세계로 되돌아간다.

<삼국유사>의 웅녀 신화를 모티브로 한 연극 <처의 감각>(작 고연옥, 연출 김정)이 오는 4월15일까지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된다. ‘인간의 반은 곰’이라는 무의식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내면의 곰이 사라진 인간이 약자를 짓밟는 현실을, 곰에 더 가까운 여자의 관점에서 그린다. 약자라는 것을 고통스럽게 증명해야 하는 순간 앞에 섰을 때 비로소 인간은 잃어버린 곰의 감각을 되찾게 된다.

<처의 감각>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탐구와 성찰을 끌어낸 극작가 고연옥과 극본을 집요하게 분석해 강렬한 연극성을 펼쳐내는 무대로 주목받는 젊은 연출가 김정이 완성했다. 이들은 전작 <손님들>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췄으며, 지난해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출상, 희곡상, 공연 베스트7, 올해의 연극 베스트3 등 주요 연극상을 휩쓸었다. 이번 공연은 2015년 벽산희곡상 수상작으로, 재작년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이었던 <곰의 아내>(각색·연출 고선웅) 각색본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번 공연은 자신의 감각을 지키려 몸부림치는 여자(곰 아내)와 자신의 감각으로부터 도망치려는 남자(남편)를 오버랩시킴으로써 인간세계를 겪고 곰의 세계로 돌아가는 여자가 지닌 강한 생명력과 근원의 회복에 관한 이야기다. 14일 공연을 마친 후 이어지는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작가, 연출가, 주요 배우 등과 함께 공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도 마련했다.

한편 4월 말에는 독일 하이델베르크 극장 ‘하이델베르크 희곡축제’에 공식 초청돼 독일어 낭독공연을 펼친다. 우리나라 창작희곡이 완성된 무대공연이 아닌 희곡 형태로 세계적 차원의 동시대적 교류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간: 금 오후 8시, 주말 오후 3시 관람료: 3만원 문의: 02-758-2150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소통실 미디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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