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볼만한 전시&공연

조선 최고 이야기꾼의 은밀하고 화끈한 뮤지컬

판(~7월22일)

등록 : 2018-06-1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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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조선, 서민들 사이에 흉흉한 세상을 풍자하는 패관소설(거리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묶은 소설)이 퍼지자 세책가(책을 빌려주는 가게)를 중심으로 소설들을 모두 불태워버리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과거시험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부잣집 도련님 달수는 세책가 앞에서 우연히 본 이덕에게 반해 한 매설방(이야기를 파는 방) 앞에 다다른다. 그곳에서 이야기를 읽어주는 전기수인 호태를 만나 금지된 이야기의 맛에 빠져들고, 급기야 낭독의 기술을 전수받는다. 이처럼 조선 최고의 이야기꾼이 펼치는 은밀하고 화끈한 뮤지컬 <판>(극본 정은영, 연출 변정주)이 12일부터 7월22일까지 정동극장 무대에 오른다. 정동극장(극장장 손상원)의 올해 두 번째 기획공연인 이 작품은 양반가 자제가 당대 최고의 전기수를 만나 이야기꾼이 되는 과정을 그렸다. 조선 후기에 이야기를 읽어주는 낭독가였던 전기수라는 우리 고유의 소재에 현재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 특징이다. 극의 양식은 전통 연희를 따랐으며, 음악은 서양의 뮤지컬에 기본을 두었다. 무엇보다 꼭두각시놀음, 인형극 등 재담꾼들이 펼치는 이야기판에서 풍자와 해학이 넘쳐난다. 일반적인 기승전결 방식이 아닌 에피소드 형식을 가진 뮤지컬 <판>은 배우와 캐릭터, 배우와 관객의 경계를 넘나들며, 모두가 한데 어우러지는 신명 나는 한바탕 놀이판을 이루게 된다. 정은영(31) 작가는 공연을 앞두고 “세상의 불합리한 제도와 편견까지 뒤집을 수 있는 이야기의 힘이 무엇인지 말하고 싶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해도 이야기 속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지 않는가”라며 “어두운 시대적 상황에서도 결국 끝까지 살아남은 건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밖에 시대를 앞선 주체적인 여성 춘섬과 이덕은 그동안 보여줬던 수동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가진 여성관으로 그려진다. 장소: 중구 정동극장 시간: 화~토 저녁 8시, 일 오후 3시 관람료: R석 5만원, S석 3만원 문의: 02-751-1500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소통실 미디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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