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머컬쳐로 느리게 살기

도시 텃밭과 병해충

등록 : 2016-05-04 18:19 수정 : 2016-05-2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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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해충이란 농산물에 피해를 입히는 병이나 해충을 말하는데, 수확한 농산물의 양과 질을 떨어뜨린다. 인간과 병해충 간 전쟁은 화학농약의 발전으로 끝나는 듯 보였으나,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전쟁이었다. 예를 들어 집파리 암컷은 한번에 알을 50~150개쯤 낳는데 이를 일생 동안 6~9회 정도 되풀이한다. 집파리 한 마리와 그 자손들이 낳은 알이 모두 성체가 된다면 여름 한 철 동안 도시 하나를 모두 덮을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생태계의 건강성은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도록 그냥 두지 않는다. 이에 퍼머컬처는 병해충을 박멸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을 안내한다.  

1. 식물 유지로 만든 천연비누를 녹이기 쉽게 칼로 자른다. 감자 깎는 칼로 하면 쉽다. 2. 물을 끓이면서 비눗조각을 녹인다. 3. 녹인 비눗물을 식혀서 보관한 뒤 10~15배 희석해 분무기로 뿌린다.
먼저 다양한 식물의 특성을 이용한다. 병해충, 특히 곤충은 강한 냄새를 싫어하기 때문에 텃밭 중간중간에 강한 향을 가지고 있는 메리골드나 페퍼민트 같은 허브를 심으면 좋다. 겨자채, 마늘, 당귀도 효과가 있다. 이런 식물을 ‘기피식물’이라고 한다.  

반대로 유인하는 방법도 있다. 병해충이 좋아하지만 우리는 먹지 않는 식물을 군데군데 심어, 그 식물에만 병해충이 달라붙게 하는 것이다. 오이밭이나 수박밭에 수세미를 같이 심어 놓으면 해충인 오이잎벌레는 수세미 쪽으로 간다. 마찬가지로 일반 상추를 기를 때는 배추와 양배추를 교잡해 만든 쌈추를 함께 심어, 벌레들이 좋아하는 쌈추에만 모이게 할 수 있다.  

어떤 식물이 기피식물인지 유인식물인지 모르겠다면 텃밭에 다양한 작물을 섞어 심으면 된다. 이를 혼작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기피식물, 유인식물이 없더라도 텃밭 전체가 특정 병해충으로 한번에 망가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천연 농약을 직접 만들 수도 있다. 제충국, 돼지감자, 대마유, 유황, 마요네즈 등 다양한 재료가 쓰이지만 바이러스, 곰팡이까지 효과적으로 막아 주는 것은 다름 아닌 마늘이다. 다진 마늘 50g에 물 1리터를 넣고 달여서 식힌 뒤, 50배로 희석해 사용하면 된다.  

가장 손쉽게 쓸 수 있는 것은 비눗물이다. 비눗물의 물이 기체가 되면 비누거품이 수축하는데, 이때 병해충의 세포막이 터진다. 식물유지를 사용해서 만든 천연 물비누 1~2숟갈에 물 1리터를 섞어 분무기로 뿌려 주면 된다. 물비누가 없으면 고체비누를 따뜻한 물에 녹여 희석해 쓸 수 있다. 진딧물, 응애 따위에 효과가 있다. 합성세제는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천연 비누를 써야 한다.

글·사진 임경수 느린삶학교 대표강사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 퍼머컬처(Permaculture)는 지속가능한 생산과 정주 체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호주의 빌 몰리슨이 창안한 방법으로 전 세계의 생태마을과 생태적 지역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들의 지침이 되고 있다. 한겨레는 퍼머컬처를 기반으로 ’느린삶학교 2기’를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궁금한 점은 전화(02-710-0743) 또는 이메일(tree@hani.co.kr)로 문의 바란다. www.hanih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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