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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을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 관객들의 공감을 얻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현대무용 안무가 김남진(50)이 늘 해왔던 말이다. 그는 이 말을 오는 22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개하는 창작무용 <에스>(S)의 개막을 앞두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클래식·모던·재즈 등 다양한 춤 스타일이 결합된 현대무용은 20세기 중반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유행했다. 잘 훈련된 무용가들이 펼치는 현대무용은 예측하기 어려운 리듬과 속도, 방향의 변화 등으로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예술로 인식됐다.
김 안무가는 현대무용에서는 낯선 역사적 소재를 다루면서 사회적 목소리를 냈다. 이를 위해 연극적 요소도 자주 도입했다. <에스>도 ‘억압받는 여성들의 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김 안무가는 “우리는 원치 않게 희롱당하고, 사죄받지도 못한 채 고통스러워하는 여성들을 방치했다”고 말한다.
1·2부로 구성된 작품에는 ‘과거’와 ‘현재’를 대표하는 두 부류의 여성이 등장한다. 1부에서는 일제 치하에서 성노리개가 돼 절규하던 위안부들이 나오고, 2부에서는 미투(#Me too) 운동을 주제로 다룬다. 이때 ‘송곳’이 주요한 연극적 소품으로 활용된다. 송곳은 때로는 남자의 성기를 상징하며, 때로는 여성을 강제로 농락하는 도구로 이용된다. 배경음악을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관혁악곡 ‘볼레로’를 쓴 것 또한 절묘하다. 1928년 초연 당시 ‘마치 포르노 같다’는 비아냥을 들었던 작품이다.
“민감하고 부끄럽고 어색한 이야기들을 감추고 싶은가요? 그러나 우리가 보호하지 못한 이 여성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아닌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김 안무가가 스토리 없는 것으로 이름난 현대무용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스토리다.
■ 김남진은 부산경상대에서 연기를 전공했으며, 1991년 뒤늦게 다시 부산 경성대 무용학과에 입학했다. 1998년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렌 국립현대무용단에 입단했고, 2002년부터는 벨기에 세드라베 현대무용단에서 활동했다. 2006년 서울에서 댄스씨어터창, 2015년 부산에서 김남진피지컬씨어터를 창단했다. 그는 사회의 굵직한 문제를 작품에 투영하는 안무가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소통실 미디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소통실 미디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