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주인 되기

아내에게 의견도 말하고 고집도 부려 보세요

내 삶의 주인 되기 사사건건 짜증 내는 아내에 주눅 든 남편 “어찌하면 아내 맘 돌릴 수 있나요?”

등록 : 2016-05-12 16:32 수정 : 2016-05-1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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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Q. 저는 올해 딸아이를 시집보냈습니다. 문제는 결혼 전부터 사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아내가 엄청난 짜증을 내는데, 집안이 살얼음판이고 모든 식구가 괴로움에 빠져 있습니다. 아내는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편이고, 친정이나 시댁 식구들과의 관계는 이미 끊어진 지 오래여서 친정과 시댁 제사는 물론 집안 대소사에 거의 참여하지 않습니다.

딸아이는 공공연히 “엄마로부터 탈출”을 외쳤고, 급히 결혼하느라 아내의 꿈인 임용시험도 접었습니다. 저는 아내에게 무한 책임을 지는 남편의 자세를 요구받고 있으며, 무엇을 하든 간에 잔소리와 짜증, 욱하는 성격, 눈물 등 모든 것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아내는 작은 것에 짜증을 내며, 자기 기대치에 부합하는 답이 아니면 화부터 냅니다. “남자가 먼저 알아서 해 주어야 하지 않느냐?” 하지만 그것이 어렵습니다. 가령 딸에게 전화를 했냐고 해서 했다고 하면 “왜 했느냐?”에서 시작해 “무슨 말을 했느냐?”며 점검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 속을 몰라준다고 구박합니다. 전화를 안 했으면 또 “왜 전화도 안 했느냐?”며 짜증을 내는데, 도대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딸에게 보낸 문자도 들여다보는데, 무슨 독재 시절에 서신 검열을 당하는 기분입니다. 어떤 일을 해도 자신이 없고 마음이 위축되어 그냥 회피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러니 아내가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 말고는 일상적 대화는 끊어졌고, 작은딸은 아내와 사소한 충돌이 있은 뒤로는 직장일을 핑계 대며 며칠에 한 번 늦게 집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저는 술 담배도 안 하며, 친구와 교류도 특별한 취미도 없고, 다만 직장에 오래 있다가 집에서는 잠만 자고 일찍 출근하고 있습니다.

이런 아내에게 저는 무엇을 어떻게 해 주어야 하나요? 아내의 힘든 마음을 어떻게 하면 돌릴 수 있을까요? 제가 모르는 제 성격의 부족함이 있으리라 봅니다. 김상준

A. 힘들어하시면서도 어떻게든 아내를 이해하려고 고민하시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습니다. 글을 읽어 보니 아내분은 가족관계에서 분노를 표현하는 공격적인 태도를 갖고 있네요. 김상준님은 그런 아내의 공격에 대해 참는 것으로, 그리고 아내의 요구를 최대한 들어주는 방식으로 부부관계를 유지하셨던 것 같습니다. 참는 것은 사실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지요.  

그런데 저는 김상준님이 아내를 이해하기에 앞서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아내의 그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참으셨나요? 집에서 잠만 자는 생활은 또 얼마나 삭막했을까요? 아내의 눈치를 보느라 얼마나 긴장하셨을까요? 그동안 얼마나 외로우셨을까요? 친구도 취미도 없고, 술도 마시지 않는다 하셨는데 어떻게 괴로움을 달래셨나요?  


저는 또 묻고 싶습니다. 왜 그토록 자신을 고통 속에 방치하셨나요? 왜 아내의 무한 책임 요구에 일찌감치 선을 긋지 않으셨나요? 당신은 왜, 그녀가 그토록 마음대로 분노와 짜증을 표현하도록 놔두셨나요? 딸과 아버지 사이의 문자 내용을 아내가 함부로 보도록 허락하신 이유는요? 아내의 요구를 왜 무조건 들어주셨나요? 어떤 이유 때문이었습니까?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는 자신을 돌아보시라는 것입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일에 감동하고 또 무엇에 분노하는지,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나는 무엇이 약점이고 무엇인 강점인지,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이며 왜 그렇게 됐는지 등등 자신에 대해 최대한 많은 생각을 해 보세요.  

취미활동을 찾아 해 보시고, 재미있게 읽거나 들을 만한 책과 강의, 또는 텔레비전 드라마, 교양프로그램도 자주 보세요. 끌리는 것들을 보고 거기서 자신이 어떤 생각과 감정을 느끼는지 경험해 보세요. 이렇게 자신의 존재감을 다양한 방식으로 느끼고 경험해 보시라는 말씀입니다.  

그래야 아내와 건강하게 관계 맺을 수 있습니다. 무조건 상대에게 맞춰 주려고 하면 상대는 참으로 희한하게도 점점 더 당신의 영토를 빼앗으려 할 겁니다. 내 영역, 내 영토,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으면 관계는 성립되지 않아요. 내가 없는 관계란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또 다른 한 가지는 부부관계에서 왜 그토록 참고 피하셨는지도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가족의 평화를 지키고 싶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참는다고 해서 평화가 유지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지난 세월 동안 아프게 느끼셨을 겁니다. 혹시 우울증이 있었거나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죄책감 같은 걸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나요? 그런 죄책감 때문에 상대의 행동을 무조건 허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려움이 원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남성들이 침묵하거나 참는 것은 문제를 회피하고 책임지지 않으려는 마음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고 심리학자들은 이야기합니다. 가장이라는 무거운 책임감에서 도망치고 싶어 하는 남성들의 심리도 여기에 한몫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김상준님의 경우는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도록, 어른이 되기를 요구받고 있네요. 어떻게든 가족의 어른으로서 절반의 책임을 지셔야 할 때입니다. 따님들이 엄마 때문에 고통받는 것 같은데, 사실 거기에는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한 아빠의 책임도 있습니다. 딸들이 지금은 엄마를 미워하고 있겠지만 더 깊은 마음의 층에는 무력한 아빠에 대한 원망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힘드시겠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세요. 당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아내에게 얘기하세요. 괴롭고 힘들었다고 고백하십시오. 아내가, 그러는 당신은 뭐가 잘났는데라고 하거나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양반이라고 따지면, 그 이유를 들어 보고 미안했다고 앞으로는 노력하겠다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당신의 의견을 말하고 고집도 부려 보세요. 아내가 강요해도 하기 싫은 일은 하지 마세요. 그보다는 다른 방법이 좋지 않겠느냐고 대안을 제시하세요. 고집을 부리던 일이 실패로 돌아가면 사과하고 고치면 됩니다. 힘든 일이 있으면 도와 달라 하고 고마워하세요. 아내가 님을 비난하고 괴롭히면 방어하고 화를 내셔도 됩니다. 그 대신 아내가 배려하는 태도를 보이면 듬뿍 칭찬해 주세요.  

이것이 바로 진정한 교류이고, 건강한 상호작용입니다. 실수와 갈등, 불화를 감내하면서 시도하고 배우고 이해하는 과정이 말이지요. 어쩌면 당신의 아내는 이런 살아 있는 관계를 원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박미라 심리상담가·<천만번 괜찮아> <치유하는 글쓰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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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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