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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29일 광진구가 진행한 ‘아차산 역사문화 투어’에 참가한 중·고등학생들이 발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삶과 죽음은 결정돼 있으니 이제 편하게 가십시오. 평강 공주의 말에 꿈쩍도 하지 않던 온달의 관이 움직였다.’ (<삼국사기> 온달열전 가운데)
‘바보’라는 별칭을 가졌던 온달은 평강 공주를 만나 고구려의 용맹한 장군이 되었다. 온달은 신라 정벌에 나섰다가 화살을 맞아 아차산성에서 전사했다. 온달의 관은 땅에 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다가 평강 공주의 말과 손길에 움직였다고 한다.
광진구의 마스코트이기도 한 평강 공주와 온달 장군, 그들의 역사가 아차산에 담겨 있다. 광진구는 (재)한국고고환경연구소·(재)한강문화재연구원과 함께 2015년부터 아차산성 일대를 발굴 조사하고 있다.
모두 4차에 걸쳐 조사해 고구려의 연꽃무늬 기와 장식인 연화문화당과 6세기 후반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집수(물을 모음) 시설, 삼국시대 목간 등 각종 유물을 수습했다. 지난 7월에는 다양한 목기와 씨앗 등을 확인해 삼국시대의 생활상을 복원하는 자료를 확보했다. 또 망대지 하단부 건물 터에서는 의도적으로 깨뜨려버린 동경(구리거울) 조각과 모형 철제마, 차관(수레바퀴 축) 등 철기류도 발견했다.
삼국 시대 한강 유역 격전지로 지금도 발굴 작업을 하고 있는 아차산성은 도심 가까이에서 과거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필자는 지난 9월29일 광진구에서 진행하는 아차산 역사문화 투어에 참여했다. 아차산 등산로 어귀에 들어서자 주말을 맞아 아차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줄을 이었다. 상쾌한 공기와 풀 냄새를 맡으니 몸과 마음마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이날은 예약하고 참여한 서울 시내 중·고등학교 학생 20여 명과 함께 투어를 시작했다. 전문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아차산성으로 향했다. 투어에 나선 아이들은 생각보다 힘든 등산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지만, 아차산성 발굴 현장에 다다르자 이내 탄성을 터뜨렸다. 박물관에서 유리벽 너머 바라만 봤던 유물들을 바로 앞에서 마주했다.
역사문화 투어는 2003년부터 시작됐으며 전문강사와 함께 아차산역사문화홍보관과 홍련봉 1·2보루를 둘러보며 설명을 듣는 방식이다. 연평균 4600여 명이 역사문화 투어를 통해 아차산을 찾는다. 연령층과 인원 등을 고려해 상시 맞춤형 예약제로 진행하며, 원하는 사람은 광진구청 문화체육과(02-450-7593)로 문의하면 된다.
아차산성 정상에 올라서면 탁 트인 전망에 동쪽으로는 천마산, 서쪽으로 관악산, 남쪽으로 남한산, 북쪽으로 북한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 평소 일반인에게 개방하지 않는 아차산성 발굴 현장도 그대로 볼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깊어가는 가을,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역사를 숨으로 느낄 수 있는 아차산 역사문화 탐방길에 올라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 안정원 광진구 언론팀 주무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글·사진 안정원 광진구 언론팀 주무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