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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정상에서 단풍을 굽어본 뒤
길을 따라 그 단풍 속으로 풍덩
명불허전의 남산 가을 풍경
남산 N서울타워에서 출발해보자
N서울타워 옆 전망대에서 본 풍경.
‘봄 벚꽃, 가을 단풍’
남산의 빼어난 봄과 가을 풍경을 아우르는 말이다. 남산의 가을은 화르륵 피어나는 원색의 단풍, 가볍지 않게 물드는 진중한 단풍이 어울려 완성된다. 그 멋진 풍경이 남산 정상에서 기슭으로 펼쳐진다. 남산 정상에서 단풍을 굽어본 뒤, 길을 따라 그 단풍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숲에서 도심까지 단풍 없는 곳 없네 남산의 가을 풍경은 명불허전(명성이나 명예가 헛되이 퍼진 것이 아니다)이다. 보고 또 봐도 이름값을 하는 풍경이다. 그 풍경 속에 여러 갈래 길이 있다. 봄 벚꽃 필 때, 가을 단풍 들 때 걷고 또 걸어도 또 걷고 싶은 길들이다. 그 길 중에 남산 정상에서 남산공원 남쪽 순환도로를 지나 남산 야외식물원에 도착해서 식물원 곳곳을 돌아보는 약 4㎞ 길을 걸었다. 출발 지점은 남산 정상 N서울타워 옆 전망대다. 서울 남서쪽 일대 전망이 펼쳐진다. 남산의 숲을 굽어볼 수 있다. 지난봄 벚꽃 필 때 푸른 숲에 난 구불거리는 하얀 띠가 있던 자리에 붉은 띠가 생겼다. 벚나무 단풍길이다. 숲 가장자리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단풍이 숲과 도심의 경계를 따라 구불거리며 이어진다. 도심으로 눈길을 돌린다. 시원하게 뚫린 넓은 도로, 빌딩 숲을 격자로 나누는 좁은 도로, 실핏줄처럼 이어지는 주택가 골목길, 단풍 없는 곳이 없다. 남산 정상에서 시작된 단풍이 치마폭처럼 퍼져나가 저 낮은 도시의 골목 곳곳까지 물들이고 있었다. N서울타워 맞은편 전망대로 자리를 옮긴다. 안산, 인왕산, 백악산(북악산), 낙산이 품은 서울 도심이 보인다. 그 뒤로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이 서울 도심을 넓게 안고 있다. 종묘, 창경궁, 창덕궁, 경복궁, 옛 궁궐에도 단풍이 물들었다. 낙산공원에서 동남쪽으로 뻗은 한양도성 성곽 밖에 작은 돌산 두 개가 보인다. 일제강점기 때 채석장이었던 곳이다. 하나는 종로구 창신동 채석장이었고, 다른 하나는 숭인동 채석장이었다. 도심에 드러난 바위 절벽 돌산 두 개가 단풍 물든 풍경을 긴장시킨다. 옛 성곽 위에 물든 단풍 남산 순환버스 종점으로 내려가는 길, 한양도성 성곽 옆 커다란 나무에도 단풍이 물들었다. 단풍잎은 떨어져 더러는 성벽 위에 앉았다. 그 뒤로 남산 순환도로를 뒤덮은 붉은 단풍이 겹친다. 오래된 것들이 만들어내는, 반짝이는 신선한 풍경이다.
숲에서 도심까지 단풍 없는 곳 없네 남산의 가을 풍경은 명불허전(명성이나 명예가 헛되이 퍼진 것이 아니다)이다. 보고 또 봐도 이름값을 하는 풍경이다. 그 풍경 속에 여러 갈래 길이 있다. 봄 벚꽃 필 때, 가을 단풍 들 때 걷고 또 걸어도 또 걷고 싶은 길들이다. 그 길 중에 남산 정상에서 남산공원 남쪽 순환도로를 지나 남산 야외식물원에 도착해서 식물원 곳곳을 돌아보는 약 4㎞ 길을 걸었다. 출발 지점은 남산 정상 N서울타워 옆 전망대다. 서울 남서쪽 일대 전망이 펼쳐진다. 남산의 숲을 굽어볼 수 있다. 지난봄 벚꽃 필 때 푸른 숲에 난 구불거리는 하얀 띠가 있던 자리에 붉은 띠가 생겼다. 벚나무 단풍길이다. 숲 가장자리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단풍이 숲과 도심의 경계를 따라 구불거리며 이어진다. 도심으로 눈길을 돌린다. 시원하게 뚫린 넓은 도로, 빌딩 숲을 격자로 나누는 좁은 도로, 실핏줄처럼 이어지는 주택가 골목길, 단풍 없는 곳이 없다. 남산 정상에서 시작된 단풍이 치마폭처럼 퍼져나가 저 낮은 도시의 골목 곳곳까지 물들이고 있었다. N서울타워 맞은편 전망대로 자리를 옮긴다. 안산, 인왕산, 백악산(북악산), 낙산이 품은 서울 도심이 보인다. 그 뒤로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이 서울 도심을 넓게 안고 있다. 종묘, 창경궁, 창덕궁, 경복궁, 옛 궁궐에도 단풍이 물들었다. 낙산공원에서 동남쪽으로 뻗은 한양도성 성곽 밖에 작은 돌산 두 개가 보인다. 일제강점기 때 채석장이었던 곳이다. 하나는 종로구 창신동 채석장이었고, 다른 하나는 숭인동 채석장이었다. 도심에 드러난 바위 절벽 돌산 두 개가 단풍 물든 풍경을 긴장시킨다. 옛 성곽 위에 물든 단풍 남산 순환버스 종점으로 내려가는 길, 한양도성 성곽 옆 커다란 나무에도 단풍이 물들었다. 단풍잎은 떨어져 더러는 성벽 위에 앉았다. 그 뒤로 남산 순환도로를 뒤덮은 붉은 단풍이 겹친다. 오래된 것들이 만들어내는, 반짝이는 신선한 풍경이다.
N서울타워에서 남산순환버스 종점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본 풍경.
남산 순환버스를 타고 올라왔던 길로 걸어 내려간다. 버스가 지나간 뒤 빈 공간을 메우려는 공기의 움직임이 바람을 만들고, 바람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단풍잎을 흔든다. 힘 다한 잎은 그 바람에 떨어진다. 나부끼며 떨어지는 노랗고 붉은 잎마다 햇볕이 부서져 산란한다.
그렇게 걷다가 만난 남산 포토아일랜드 남측 지점 전망대에서 잠깐 쉰다. 오후의 햇볕을 받은 미세먼지에 먼 풍경이 옅은 안개에 싸인 것 같았다. 흐려지는 풍경은 아득하다. 그곳에서 시작된 아득한 생각 하나가 갈피를 잡는다.
물기 마른 잎이 떨어져 새봄에 피어날 새 생명의 양분이 되는 게 자연의 이치라면, 사람도 그렇게 쓸 곳 있을까? 반성의 배경이 가을 풍경이니 발걸음이 느려진다.
남산공원 남쪽 순환도로에서 남산 야외식물원으로 가는 이정표를 만났다. 야외식물원이라고 적혀 있는 이정표를 따라 도로를 벗어나 숲길로 접어들었다. 운동기구가 있는 작은 마당을 지난다. 구불거리며 자란 소나무들이 길을 내주었다. 길은 야외식물원 이곳저곳으로 갈라지는데, 남산공원 유아숲 체험장(이정표에는 ‘한남 유아숲 체험장’이라고 적혀 있음) 방향으로 간다. 본격적으로 야외식물원 곳곳을 돌아보는 ‘남산 야외식물원 산책길’이다.
남산 야외식물원 작은 연못에 단풍 물든 나무가 비친다.
단풍 산책길에서 만난 정이품송 장자목
단풍 물든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은행나무 노란 단풍과 붉은 단풍나무가 품은 작은 연못 주변에 사람들이 서성거린다. 울긋불긋 물든 단풍이 무슨 말을 하듯 웅성대는 것 같다. 오가는 사람들도 속삭이며 걷는다. 멈추어 서서 연못을 바라보기도 한다. 단풍과 사람이 연못물에 함께 비친다. 연못을 뒤로하고 은행나무 단풍길을 걸어 남산공원 유아숲 체험장 앞을 지난다.
팔도소나무단지는 강원도, 경기도, 제주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대전광역시, 광주광역시, 인천광역시, 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 서울특별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심은 소나무들이 있는 작은 소나무 숲이다. 지역마다 소나무 생김새가 조금씩 다르다. 그중 충청북도에서 심은 정이품송 장자목이 눈에 띈다. 충북 보은군 속리산 정이품송을 아버지 나무로 한 첫 자식 나무라고 한다.
팔도소나무단지 끝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걷는다. 노랗게 물든 단풍 숲 아래 산책로가 고즈넉하다. 간혹 무리 지어 웃고 떠들며 지나가는 봄 같은 10대들 말고는,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이 숲을 닮았다. 더러는 숲 그늘 쉼터에 앉아 차를 마신다. 얼마나 오래 머물렀을까? 찻잔과 과일이 담긴 그릇 주변에 떨어진 단풍잎이 자연스럽다.
해거름 단풍 숲은 색이 깊어진다. 그 길에 놓인 긴 의자는 그 자체로 휴식이다. 여러 갈래 길을 서성거리다 남산 야외식물원 서쪽 끝, 운동기구가 있는 곳을 지나 동쪽으로 걷는다. 야외식물원 입구를 뒤로하고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 남산 중턱 소월로 밖 하늘에 걸린 노을을 배경으로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가을의 문패처럼 서 있었다. 남산의 가을은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했다.
팔도소나무단지에 있는 정이품송 장자목.
팔도소나무단지를 지나 야생화공원으로 가는 단풍길.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