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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만 있어도 걷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길
돌탑전망대, 대모산 헬기장 등 4개의 전망 좋은 곳이 있는 산길
돌탑전망대, 대모산 헬기장 등 4개의 전망 좋은 곳이 있는 산길
구룡산 정상 아래 구불구불한 오솔길. 보기만 해도 걷고 싶을 만큼 정겹다.
보고 있으면 걷고 싶은 산길
왕이 산에 이름을 지어줬다. 조선 시대 사람들 사이에서 할미산으로 통하던 산에 태종 임금과 그의 비 원경왕후 민씨의 능인 헌릉을 만들면서 왕이 산 이름을 ‘대모산’(大母山)으로 지어줬다고 한다. 태종의 아들 세종 임금이 처음 묻힌 곳도 대모산 남쪽 기슭이었다(세종의 능은 훗날 여주로 옮겼다). 대모산 북쪽에는 세종의 다섯 번째 아들인 광평대군 묘역이 있다. 조선 23대 임금인 순조와 순원왕후 김씨의 능인 인릉은 헌릉 옆에 조성됐다. 원래 이름인 할미산, 임금이 지었다는 대모산, 두 이름 다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푸근해진다. 대모산을 걸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지하철 수서역 6번 출구로 나와 대모산 입구 오르막 계단으로 올라간다. 계단이 끝나면서 흙길이 시작된다. 겨울나무들이 촘촘하다. 그 사이로 난 구불거리는 오솔길이 햇빛에 반짝인다. 서울둘레길(능인선원)·대모산 정상 방향으로 걷는다.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걷는 재미를 더한다. 궁마을과 쟁골을 오가던 고갯길이 서울둘레길과 교차한다. 옛날부터 있었던 고갯길이다. 고갯길 이정표에 적힌 대모산 정상 방향으로 걷는다. 오솔길이 나무 사이로 굽이굽이 흐르는 것 같다. 보고 있으면 걷고 싶어지는 길이다. 그렇게 걷다 갈림길 앞에 도착했다. 대모산 정상으로 가는 길과 서울둘레길(능인선원)이 갈라지는 곳에서 서울둘레길(능인선원) 방향으로 간다. 대모산 북쪽 산 중턱을 걷는 것이다.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산비탈에 빼곡하다. 초록으로 빛났던 나뭇잎은 오솔길에 떨어져 말라 부스러진다. 응달 바람이 시리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빠르게 걷는다. 그들이 향한 곳은 쌍봉약수터다.
왕이 산에 이름을 지어줬다. 조선 시대 사람들 사이에서 할미산으로 통하던 산에 태종 임금과 그의 비 원경왕후 민씨의 능인 헌릉을 만들면서 왕이 산 이름을 ‘대모산’(大母山)으로 지어줬다고 한다. 태종의 아들 세종 임금이 처음 묻힌 곳도 대모산 남쪽 기슭이었다(세종의 능은 훗날 여주로 옮겼다). 대모산 북쪽에는 세종의 다섯 번째 아들인 광평대군 묘역이 있다. 조선 23대 임금인 순조와 순원왕후 김씨의 능인 인릉은 헌릉 옆에 조성됐다. 원래 이름인 할미산, 임금이 지었다는 대모산, 두 이름 다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푸근해진다. 대모산을 걸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지하철 수서역 6번 출구로 나와 대모산 입구 오르막 계단으로 올라간다. 계단이 끝나면서 흙길이 시작된다. 겨울나무들이 촘촘하다. 그 사이로 난 구불거리는 오솔길이 햇빛에 반짝인다. 서울둘레길(능인선원)·대모산 정상 방향으로 걷는다.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걷는 재미를 더한다. 궁마을과 쟁골을 오가던 고갯길이 서울둘레길과 교차한다. 옛날부터 있었던 고갯길이다. 고갯길 이정표에 적힌 대모산 정상 방향으로 걷는다. 오솔길이 나무 사이로 굽이굽이 흐르는 것 같다. 보고 있으면 걷고 싶어지는 길이다. 그렇게 걷다 갈림길 앞에 도착했다. 대모산 정상으로 가는 길과 서울둘레길(능인선원)이 갈라지는 곳에서 서울둘레길(능인선원) 방향으로 간다. 대모산 북쪽 산 중턱을 걷는 것이다.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산비탈에 빼곡하다. 초록으로 빛났던 나뭇잎은 오솔길에 떨어져 말라 부스러진다. 응달 바람이 시리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빠르게 걷는다. 그들이 향한 곳은 쌍봉약수터다.
돌탑전망대로 올라가는 길.
갑자기 나타난 돌탑
쌍봉약수터 돌 틈에 박은 관에서 물이 졸졸 흐른다. 물이 떨어지는 바닥 주변에 얼음이 얼었다. 앞서 걷던 사람들은 벌써 떠났는지 보이지 않는다. 잠깐 쉬었다 다시 걷는다.
비탈길에 나무를 박아 만든 계단이 아기자기하다. 오르내리고 굽이도는 산줄기를 따라 길이 이어진다. 골짜기를 건너는 다리에서 아파트가 보인다.
야윈 가지 엉킨 틈으로 숲 밖을 힐끗힐끗 보며 걷는데 정면에 커다란 돌탑 몇 개가 나타났다. 뜻밖의 장면은 사람을 긴장시킨다. 돌탑이 있는 숲 위 하늘에서 까마귀 몇 마리가 날아다닌다. 멀리 가지 않고 하늘을 뱅뱅 돈다. 가지에 앉았다 다시 날기도 하고, 더러는 숲에 내려앉아 쌓인 낙엽을 자꾸 부리로 찍어 들춘다. 그 풍경이 한 장면에 담겨 마음에 남는다. 사람이 알지 못하는 무슨 제의(제사 의식) 같았다.
돌탑 옆 오르막 계단을 다 올라서면 전망 좋은 곳이다. 안내판에 ‘돌탑전망대’라고 적혔다. 어떤 사람이 1995년부터 2014년까지 20년 동안 쌓은 돌탑들이다. 대모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잘 가꾸고 산을 찾는 사람들이 건강하기를 기원하며 쌓았다고 한다.
돌탑 앞에서 보는 풍경에 강남 송파 일대의 아파트와 빌딩들이 있다. 한강 건너 아차산과 수락산·불암산·도봉산까지 보인다. 땀을 식히며 마시는 물 한잔이 전망처럼 시원하다.
돌탑에 담긴 누군가의 기원이 마음에 닿은 것일까?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 같은 마음으로 실로암약수터에 도착했다. 한 말들이 물통에 물이 채워지는 동안 물통 주인은 맨손체조로 몸을 덥힌다. 이 길은 산 아래 마을 사람들의 산책길이기도 하다.
실로암약수터를 뒤로하고 조금 가다보면 이정표가 나온다. 대모산 정상 방향과 서울둘레길(능인선원) 방향으로 길이 갈라지는데, 대모산 정상 방향으로 간다(이정표에 대모산 정상까지 500m 남았다고 적혔다). 대모산 정상부터 헬기장, 구룡산 정상, 국수봉 등 전망 좋은 곳을 잇는 대모산·구룡산 능선길을 걷게 된다. 이 길이 강남그린웨이다.
구룡산 정상 아래 구불구불한 오솔길. 보기만 해도 걷고 싶을 만큼 정겹다.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을 한눈에 보다
산비탈에 나무들이 만든 겨울 숲을 거슬러 올라 정상으로 향한다. 대모산 정상은 나무에 가려 전망이 좋지 않다. 정상에서 조금만 가면 나오는 헬기장이 전망 좋은 곳이다.
북한산과 도봉산 능선이 나란히 이어진다. 두 산 사이 옴폭 파인 곳이 우이령이다. 도봉산 오른쪽으로 수락산·불암산·아차산이 보인다. 한강 남쪽 강남 송파 일대 아파트 단지를 한눈에 넣고 동쪽으로 눈길을 돌려 멀리 바라보면 경기도의 듬직한 산들이 이어진다.
헬기장을 지나 조금만 가면 구룡산 정상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를 따라 철책을 옆에 두고 걷는 동안 자연학습장, 개포 아파트 3·4단지, 구룡마을로 내려가는 길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구룡산 정상 전 오르막이 가파르다. 오르막길에서 잠시 쉬며 낙엽 쌓인 숲에 난 구불거리는 오솔길을 본다. 그 길 참 예쁘다.
구룡산 정상 전망 데크에서 바라보는 시야가 대모산 헬기장에서 보는 것보다 넓다. 남산 서쪽 도심부터 송파구 일대까지 한눈에 보인다. 서대문구 안산부터 남산·인왕산·백악산(북악산)·북한산·도봉산·수락산·불암산·아차산이 풍경의 끝에서 눈길을 잡는다. 잠실종합운동장이 굽이치는 한강에 뜬 커다란 배 같다.
이 길에서 가장 전망 좋은 곳은 구룡산 정상에서 조금 더 가면 나오는 국수봉이다. 국수봉에 서면 지나온 전망 좋은 곳에서 볼 수 없었던 관악산과 우면산까지 보인다. 관악산 정상에서 흘러내린 산줄기가 동작대교 옆 한강 기슭에 닿는다. 서울 동쪽 끝인 강동구 앞에서 서쪽 끝인 강서구 앞으로 흘러가는 한강 물줄기가 유장하다.
짧은 겨울 해가 점점 기우는데 국수봉 앞에 펼쳐진 풍경이 발길을 놓아주지 않는다. 아쉬움을 두고 돌아선다. 도착 지점인 능인선원으로 내려가는 계곡길이 가파르다. 산비탈에 선 나무들이 쓰러지지 않으려 빈 가지를 서로 엮어가며 겨울을 나고 있다.
글·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