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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기념관도 6·25 사진 부실, 국가서 체계적 관리할 때

청암사진연구소 1940년대~전쟁 당시 기록 4만5천 점…60~70년 전 사진 풍화 심각

등록 : 2019-01-17 16:32 수정 : 2019-01-20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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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기념관 3만3천여 점보다 많아

사진 자료 미국, 일본 등 기증 위주

사진대 대장 임인식씨는 언급 없어

“한국 사진 통사 한 권 없는 현실” 개탄

1949년 4월19일부터 30일까지 평양 모란봉극장에서 열린 남북연석회의. 맨 오른쪽 두 번째부터 김구, 김두봉, 김일성, 홍명희. 청암사진연구소 제공

공들여 인화한 사진은 평균 50년 정도 수명을 갖는다. 좋은 재료를 쓰면 100년까지 간다지만, 인화지 대부분은 상이 사라진다. 필름도 마찬가지다. 온습도에 예민해 화학반응이 생겨 녹아버리거나 풍화하기 일쑤다.

이번에 청암사진연구소에서 발굴한 ‘해방 공간 평양’ 사진은 65~70년차에 접어든 것으로 추측된다. 문제는 청암사진연구소가 보유한 ‘해방 공간 서울’과 6·25전쟁 사진 기록물도 같은 범주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해방 공간과 6·25전쟁 자료가 부실한 오늘날, 그동안 소홀했던 민간 아카이브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암사진연구소는 1940년대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한 임인식 사진가의 6·25전쟁 사진과 필름 등 사진 기록물만 약 4만5천여 점을 보관하고 있다. 1948년 신탁통치 반대 운동이 한창인 서울 거리 모습부터 분단 후 전쟁포로 교환까지 연대순으로 볼 수 있으나, 민간이 하는 관리의 한계로 애를 먹고 있다.


이는 용산 전쟁기념관이 보유한 총 유물 수인 3만3638점을 가뿐히 넘는 규모다. 용산 전쟁기념관을 지난해부터 세 차례 돌아봤다. 전쟁기념관이 내놓은 ‘숫자로 보는 전쟁기념관’ 통계 자료에 따르면 보유 유물 가운데 탄약류(8231점)가 가장 많다. ‘필름 및 사진류’는 장비류, 출판류, 복식류, 무기류에 이어 비중이 적다. 이 때문인지 사진 기록물은 미국과 일본, 필리핀 등 외국에서 기증한 자료 위주로 전시했다.

가령 6·25전쟁 당시 한반도에서 2년 동안 미 육군 사진병으로 복무했던 폴 굴드 슐레징거(1930~2009)의 삶과 사진 기록물은 별도 자리를 마련해 소개하고 있지만, 같은 시기 육군 사진대 대장으로 종군한 임인식 사진가와 한국 사진가들에 대한 것은 미비하다.

이에 청암사진연구소 쪽은 “10여 년 전 정부나 기관,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단발성 사진 사용에 관한 문의만 왔다. 사진가와 사진 출처에 대한 명확한 표기 인식이 부족하고, 한국 사진 기록물 관리에 대해 잘 아는 이가 없어 고생했다. 반면 주한 미국대사관이나 일본 대학 연구자들은 ‘값을 잘 쳐줄 테니 자신들 국가에 팔라’고 연락이 오곤 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남북연석회의 기간에 백범 김구 선생과 그 일행을 안내하는 김일성. 뒤쪽은 김구의 비서였던 선우진, 조소앙 순으로 추정된다. 청암사진연구소 제공

사진 기록물은 다른 유물과 비교하면 재료 특성상 유실이 쉽다. 민간이 관리하기에는 온습도 관리 등 비용부터 한계가 있다. 국가 차원 자료 관리와 활용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6·25전쟁 때 한반도 미군 사진 부대 활동을 주로 연구한 학술서 <한국전쟁 사진의 역사사회학>(정근식·강성현 지음)은 ‘한국전쟁 사진 연구에서 가장 부진한 주제는 그 사진을 찍은 주체와 과정에 관한 것’이라며, 당대 활동한 임인식 사진가를 비롯해 국군 사진 부대, 나아가 민간 사진가들이 생산한 사진 연구가 필요한 시점임을 지적한다. 더구나 해방 공간과 전쟁 사진은 촬영 주체에 따라 시각이 바뀌기 때문에, 남북 교류가 필요한 부분임을 시사한다.

사진계에선 “제대로 된 ‘한국 사진 통사’ 한 권이 없다는 것이 한국 사진사의 쟁점”이라며 “한국 사진사 경우, 사진계 인물들만의 노력으로는 역사 복원이 불가능하다. 사진학·역사학 등 학계를 비롯해 언론·기관 등 분과를 넘나드는 커뮤니티가 많아야 하고 통합적 관리를 위한 담론을 꾸준히 만들어야 ‘팩트에 근거한 한국 사진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현주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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