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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 샤로수길 골목상권.
중구는 사단법인 설립해 지속 지원 방안 모색 ‘눈길’
전문가, “골목상권 규모 키워
창조산업단지로 발전”
“골목상권 자원 덜 풍부해도
‘직주락’ 할 수 있어야
자치구마다 국제적
골목상권 보유 가능” 결실의 계절을 맞아 서울 각 자치구가 다양한 축제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주말인 12일 구로구는 오류버들시장을 경유하는 ‘버들나들이'란 행사를 개최했다. 해설사가 동행해 방문자들과 함께 주변 상권과 역사 자원을 둘러보는 등 여러 곳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창조산업단지로 발전”
“골목상권 자원 덜 풍부해도
‘직주락’ 할 수 있어야
자치구마다 국제적
골목상권 보유 가능” 결실의 계절을 맞아 서울 각 자치구가 다양한 축제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주말인 12일 구로구는 오류버들시장을 경유하는 ‘버들나들이'란 행사를 개최했다. 해설사가 동행해 방문자들과 함께 주변 상권과 역사 자원을 둘러보는 등 여러 곳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중구 장충단길에서 지난해 10월 열린 골목상권 행사.
오는 25일에는 중구가 남소영광장과 장충단길 상권 일대에서 ‘불멍캠핑'이라는 이색행사를 도로 위에서 벌인다. 빈백, 캠핑의자에 앉아 영화를 볼 수 있는 ‘장충시네마', 상권을 돌아다니며 미니게임에 참여하면 상품권을 증정하는 ‘가을오락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참석자들이 도심에서도 캠핑 감성을 느끼도록 할 예정이다.
영등포구 선유로운 상권에서 9월에 열린 선유로운 축제 ‘가을의 놀’.
이어 26~27일에는 영등포구가 선유도역 2,6번 출구 일대 선유로운 상권에서 ‘2024 시월의 선유' 행사를 연다. 이 행사는 벼룩시장(플리마켓)과 선유푸드존을 운영해 선유로운 상권만의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선유도역 근처 골목형 상점가에서는 25~26일 저녁 ‘노포 페스티벌'도 함께 개최할 예정이다.
용산구 2024년 10월3일 용문시장에서 열린 용금맥축제 개막식.
오는 11월8~12일 용산구는 용마루길 상권에서 ‘미리크리스마스'란 콘셉트로 축제를 개최한다. 크리스마스 테마 거리와 포토존이 설치되는데, 주행사 기간(11월 8·9·15·16일)에는 음악 공연, 벼룩시장이 함께 열려 연말 분위기를 북돋울 예정이다.
노원구 2024년 5월 경춘선 공릉숲길 커피축제.
12월7일에는 노원구가 겨울 축제 ‘경춘선 공릉숲길 윈터파티'를 연다. 경춘선 빛 특화거리 조성 점등식과 함께 축제가 열리는데, 경춘선 공릉숲길 산책로, 공릉동 도깨비시장, 웰컴센터 등 다양한 공간과 연계해 벼룩시장, 무대 공연 등 볼거리와 먹거리 등 즐길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 행사에 앞서 이달 5일부터 서초구는 양재천길 일대에서 창의적이고 개성 넘치는 소상공인들이 선보이는 다채로운 수공예품과 로컬푸드를 만날 수 있는 벼룩시장을 진행하고 있다. 행사는 오는 27일까지 계속되는데 캔들라이트 콘서트, 수변영화제 등 가을 낭만으로 추억에 남을 만한 부대행사도 함께 열리고 있다.
지자체가 주관한다는 점 외에도 이들 행사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교통이 편리하고 대자본이 투입돼 사람이 쉽게 몰리기 마련인 대규모 상권이 아니라, 자본이 취약한 소상공인들이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곳에서 운영 중인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한 행사란 점이다.
마포구 골목상권 지원 대상지인 하늘길 모습.
서울시는 지난 2022년 각 자치구를 대상으로 공모를 거쳐 ‘골목상권 로컬 브랜드' 사업1기 대상 지역 5곳을 선정했다. 이어 2023년 2기와 2024년 3기 대상 지역 각 2곳을 공모로 추가해 현재 모두 9곳에 이른다. △중구 장충단길 △마포구 하늘길 △영등포구 선유로운 △구로구 오류버들 △서초구 양재천길 △노원구 경춘선숲길 △용산구 용마루길 △관악구 샤로수길 △서초구 서초강남역 등이다.
골목상권 로컬 브랜드 사업은 ‘로컬 콘텐츠와 연계해 머물고 싶은 골목상권 부활'을 모토로 삼고 잠재성은 있으나 활성화가 미흡한 골목상권 5곳을 집중 육성하려는 정책이다. 이들 상권에 대해 서울시와 자치구는 3년간 기반 구축, 자생력 확보, 자생력 강화등 3단계에 걸쳐 상권별 최대 30억원을 투입한다. 예산은 서울시가 80% 이상, 자치구가 나머지를 충당하며 서울신용보증재단은 창업자금 융자에 대한 특별보증 방식으로 부담을 나눠 갖고 있다.
사업 집행은 기반 구축 단계만 서울시가 맡았다가 자생력 확보와 강화 단계로 넘어가면 자치구(또는 상권육성기구)가 맡아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골목상권에 대한 지원 뼈대는 하드웨어(거리 정비 등 방문 환경 개선)에 그치지 않고 소프트웨어(로컬 콘텐츠를 활용한 이벤트 개최, 브랜드 기반 콘텐츠 개발, 마케팅, 온라인 입점 활성화, 홍보채널 운영)와 휴먼웨어(상인 조직 구축과 운영, 상인 조직 자생력 강화 등) 등 세 분야에 걸쳐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이런 사업의 뼈대에 대해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며 골목상권과 로컬 브랜드에 대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모종린 교수(연세대 국제학대학원)는 “골목상권은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 판매에 그치지 않고 지역 콘텐츠와 경험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절한 방향을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국 3500개 읍면동 중 약 200개가 상권브랜딩에 성공해 독립적이고 지역 특색을 반영한 콘텐츠로 방문자들의 발길을 붙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3년에 걸친 지자체의 노력에 힘입어 매출액, 유동인구에서 점진적 성과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1기 5개 상권의 2023년 한 해 월평균 매출액은 한 점포당 1385만원으로, 지원사업 개시 전인 2021년 월평균 매출액 대비 27.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전체 매출액 증가율 21.77%보다 5.55%포인트 높은 증가세다. 이 기간 1기 5개 상권 중 같은 기간 가장 큰 성장을 보인 곳은 중구 장충단길로 증가율은 64.9%에 달했다.
이런 성과는 자치구에서 분석한 유동인구에서도 나타났다. 노원구가 분석한 1분기 기준 경춘선 공릉숲길 상권의 유동인구는 2024년 207만 명으로 2023년 1분기 대비 7.68%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노원구 전체 유동인구는 1.02% 증가하는 데 그쳐 경춘선 공릉숲길 상권의 유동인구는 상대적으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행사를 계기로 일시적으로 유동인구가 크게 몰리고 소셜미디어에서 언급량이 늘어나는 것도 의미가 크다. 서초구의 경우 올해 3~5월 약 두 달 동안 양재아트살롱에서 수공예 및 일상소품 판매 등 행사를 치렀는데 방문자가 16만 명에 달했다. 영등포구의 경우 5월31일부터 사흘 동안 선유로운에서 열린 벼룩시장 등 ‘봄날의 놀' 행사에 1만 명의 방문자 실적을 기록했다. 노원구 경춘선 공릉숲길에서 5월12일 열린 커피축제에는 하루 행사인데도 4만 명이 몰렸다.
나아가 행사 기간 소셜미디어로 노출되는 횟수도 적지 않은 성과를 보였는데 올해 5월 23~24일 이틀 동안 진행된 장충단길 플레이그라운드 행사는 인스타그램에서 노출횟수 2만7천여 회로 파악됐다.
이런 성과에 대해 1기 지원 대상 상권인 구로구 오류버들시장 상인회 강윤노 회장은 “골목상권 로컬 브랜드 지원사업 덕분에 인스타그램, 당근마켓과 포털을 통해 우리 시장을 알릴 수 있게 됐고 온누리상품권 사용도 가능해졌으며 아트테리어 지원으로 개별 점포의 시설이 개선된 점 등 체감되는 도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개별 점포에 대한 지원이 제한적인 점과 함께 장기적 지원여부가 불투명해 아쉽다”고 말했다.
중구의 상권육성기구인 장충단길 로컬브랜드사업단 정경원 단장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덜 알려진 상권이 홍보 기회를 얻어 방문자와 매출이 늘고 특히 시설 개선이 이뤄져 상인 입장에서는 만족스러워한다” 면서도 “시설 개선 예산 비중이 낮고 정해진 사업 기간 이후 지원이 계속될지 불투명한 점에 대해서는 상인들이 아쉬워한다”고 말했다. 이런 평가에 따라 중구의 경우 발빠르게 국내 첫 민관 협력 상권 활성화 기구인 ‘중구전통시장상권발전소'를 사단법인으로 지난 5월 출범시키고 골목상권 지원 이후 유관사업을 계속 진행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1기 지원 대상 상권의 경우 올해로 3년 지원 종료를 앞둔 데 대해 모종린 교수는 “로컬브랜드의 성공 비결로 ‘직주락’(직장·주거·즐거움의 합성어), 독창적인 콘텐츠 그리고 스토리가 있는 건축물과 거리를 꼽을 수 있다”고 설명한 뒤 “지금까지 지원 사업은 기존 상인을 대상으로 상권을 브랜드화하는데 집중했지만 앞으로는 상권 정체성에 걸맞은 신규 사업자를 유치하고 그 상권만이 창출할 수 있는 로컬 브랜드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성수동이 소셜벤처의 중심지가 되고 홍대가 디자인기업의 허브가 됐듯 골목상권도 규모를 키워 창조산업단지로 발전해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와 함께 골목상권에서 소외된 외곽 자치구를 중심으로 더 큰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골목상권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자치구 지역에서도 청년들이 집 근처에서 ‘직주락’ 할 수 있어야 자치구마다 국제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골목상권 하나쯤은 보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사진 각 지자체 제공
서울앤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