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볼만한 전시&공연

판소리로 풀어낸 조선 시대 성소수자 사방지의 인생

내 이름은 사방지(16~17일)

등록 : 2019-02-1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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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지가 여복을 하며 종적이 괴이하다고 하였으므로 본부에서 잡아다가 이를 보았더니, 과연 여복을 하였는데, 음경과 음낭은 곧 남자였습니다. 그가 남자로서 여장을 한 것은 반드시 그 까닭이 있을 것이니, 청컨대 가두어 고신하게 하소서.” <세조실록> 28권에 기록된, 남녀 양성을 모두 가졌던 양성구유(兩性具有)라 업신여겨지던 인간, 사내인 동시에 계집이었던 조선 시대 실존인물 ‘사방지’의 파란만장하고 처절한 비극적 인생을 실험적으로 풀어낸 판소리극 <내 이름은 사방지>(사성구 작, 주호종 연출)가 16~17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중 최고의 문제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혐오라는 이름으로 점철된 조선 시대 성소수자의 가혹한 일생을 판소리에 담았다. 무엇보다 기존 판소리에 자리잡은 음악적 패턴을 과감하게 깨부수는 작창과 악기 편성을 선보인다. 무대 위에서는 거울 이미지로 사방지의 일그러진 자아를 구현하는 초현실적 연출이 돋보이며, 한복의 틀을 찢은 과감하고 도발적인 의상과 관객의 상상력을 투사하는 첨단 영상기법이 어우러져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파격을 시도한다. 가래침과 욕설로 뒤범벅된 사방지의 비극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사성구 작가는 “차이가 차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 안의 ‘권력’이 차별을 만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며, 이를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만가(輓歌·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노래)로 녹여냈다. 무엇보다 높은 관심을 모으는 것은 국악계 최고의 슈퍼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이다. 구름 같은 팬을 몰고 다니는 김준수(사방지 역), 이제는 소리 신동을 벗어나 국민 소리꾼으로 우뚝 선 유태평양(화쟁 선비 역), 국악계 프리마돈나라 하는 박애리(홍백가 역), 천상의 목소리를 가졌다고 평가받는 전영랑(매란 역)이 4인 4색을 자랑한다. ‘권력과 차별, 젠더’라는 화두를 내세운 이 작품은 파격적인 실험 정신이 기존 판소리 창의 식상한 지형도를 바꿀 수 있을지 기대된다.

장소: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예술극장 시간: 오후 4시 관람료: R석 5만원, S석 3만원 문의: 010-9476-7790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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