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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주 기자, 서울 이스탄불문화원에서 터키식 커피 문화 체험
밀가루처럼 곱게 빻아 주전자에 넣어 끓여 맛이 진하고 거품 여운 강해
3월16일 토요일 오후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이스탄불문화원에서 ‘터키쉬 커피 클래스’ 체험형 강연이 열렸다. 참석자들이 터키식 커피 도구인 ‘제즈베’로 끓인 신선한 커피를 화려한 ‘핀잔’에 나눠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터키 속담 가운데 ‘커피 한 잔을 마시면 40년을 기억한다’는 말이 있죠. 터키에서는 커피와 인연을 그토록 의미 있게 여깁니다. 오늘은 두 잔씩 마셔보세요. 평생의 인연이 되기 위해!”
3월16일 토요일 오후,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이스탄불문화원 강의실에서 진한 커피 향기가 피어올랐다. 10대부터 60대에 이르는 서른여 명의 한국인이 머리를 맞댄 채 터키식 커피를 끓이고 있었다. 앞서 한 시간쯤 터키 커피 문화를 강연한 문화원 홍보담당 우사메는 “터키 사람들은 마음이 통하는 문이 목구멍에 있다고 믿어왔다”며 두 번째 커피를 권했다.
진한 커피 한 잔에 마음과 우정을
터키 커피는 독특하다.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밀가루처럼 곱게 간 커피 가루를 주전자에 넣어 끓인다. 풍미를 정점까지 끌어올려 맛이 진하고, 특유의 커피 거품이 긴 여운을 남긴다. 터키 커피 문화를 아우른 ‘터키식 커피 문화와 전통'이 2013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올랐을 정도다. 맛과 더불어 ‘고유의 사회적 기능’을 지녔다는 이유에서다.
이스탄불문화원 강좌 가운데 ‘터키쉬 커피 클래스’가 가장 북적이는 이유다. 매달 4회, 하루 2시간 열리는 수업마다 알음알음 사람들이 찾아와 소박한 강의실을 꽉 채운다. 화려한 커피 기구 생김새도 인기에 한몫한다. 제즈베(Cezve·커피 끓이는 기구), 핀잔(fincan·커피잔)처럼 은과 구리 등으로 만들어온 터키의 커피 기구들은 16세기 오스만튀르크 제국 황실에서 발굴해온 듯 고고하고 이국적인 자태를 뽐냈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에서 소년의 마음을 훔친 과자로 등장했던 터키식 다과 ‘터키시 딜라이트’, 이른바 ‘로쿰’도 내내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커피 제조는 전통 방식을 따라 여러 번 시연했다. 먼저 커피 가루와 찬물을 제즈베에 넣어 잘 섞고 끓인다. 거품이 오르면 거품 먼저 각 잔에 나눈다. 불꽃과 거리를 조절하며 거품이 몇 번 더 오르락내리락하면 커피잔에 커피를 부을 차례다. “평소 터키식 커피에 관심이 많은데, 주변에 배울 곳이 없었어요. 여기 이스탄불문화원에서 가르친다기에 아침 일찍부터 대전에서 버스 타고 왔어요.” 참가자 원상희(52·바리스타)씨가 말했다. 한잔 두잔, 직접 만들어보니 터키 커피를 잘 마시는 일이 곧 터키 역사를 이해하는 일이었다. 먼 옛날 홍해를 건너온 커피 열매가 오스만제국을 적시고, 아침마다 커피 향과 함께 눈을 떴다는 이스탄불 사람들 이야기가 커피 한 잔에 녹아들었다. “영혼이 찾는 것은 커피도 커피하우스도 아닌 돈독한 우정이다”는 터키의 옛말처럼, 터키 커피는 곧 관계의 정서와 맞닿는다. “터키에선 상견례나 약혼식, 명절, 사교 모임 때마다 커피를 나눕니다.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는 죽으면서까지 ‘더 이상 커피잔을 못 들겠군’이라고 말할 정도로 터키식 커피를 좋아했습니다. 프랑스 루브르 궁에는 터키풍으로 꾸민 방에서 터키어를 사용하며 터키 커피를 마시는 공간까지 있었습니다.” 우사메의 설명이다. “이스탄불문화원, 요리 강좌 등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 많아” 100가지 터키 요리 배우는 코스 인기 전통 예술인 에브루 강좌 4개월 코스
이스탄불문화원 강좌 가운데 ‘터키쉬 커피 클래스’가 가장 북적이는 이유다. 매달 4회, 하루 2시간 열리는 수업마다 알음알음 사람들이 찾아와 소박한 강의실을 꽉 채운다. 화려한 커피 기구 생김새도 인기에 한몫한다. 제즈베(Cezve·커피 끓이는 기구), 핀잔(fincan·커피잔)처럼 은과 구리 등으로 만들어온 터키의 커피 기구들은 16세기 오스만튀르크 제국 황실에서 발굴해온 듯 고고하고 이국적인 자태를 뽐냈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에서 소년의 마음을 훔친 과자로 등장했던 터키식 다과 ‘터키시 딜라이트’, 이른바 ‘로쿰’도 내내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커피 제조는 전통 방식을 따라 여러 번 시연했다. 먼저 커피 가루와 찬물을 제즈베에 넣어 잘 섞고 끓인다. 거품이 오르면 거품 먼저 각 잔에 나눈다. 불꽃과 거리를 조절하며 거품이 몇 번 더 오르락내리락하면 커피잔에 커피를 부을 차례다. “평소 터키식 커피에 관심이 많은데, 주변에 배울 곳이 없었어요. 여기 이스탄불문화원에서 가르친다기에 아침 일찍부터 대전에서 버스 타고 왔어요.” 참가자 원상희(52·바리스타)씨가 말했다. 한잔 두잔, 직접 만들어보니 터키 커피를 잘 마시는 일이 곧 터키 역사를 이해하는 일이었다. 먼 옛날 홍해를 건너온 커피 열매가 오스만제국을 적시고, 아침마다 커피 향과 함께 눈을 떴다는 이스탄불 사람들 이야기가 커피 한 잔에 녹아들었다. “영혼이 찾는 것은 커피도 커피하우스도 아닌 돈독한 우정이다”는 터키의 옛말처럼, 터키 커피는 곧 관계의 정서와 맞닿는다. “터키에선 상견례나 약혼식, 명절, 사교 모임 때마다 커피를 나눕니다.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는 죽으면서까지 ‘더 이상 커피잔을 못 들겠군’이라고 말할 정도로 터키식 커피를 좋아했습니다. 프랑스 루브르 궁에는 터키풍으로 꾸민 방에서 터키어를 사용하며 터키 커피를 마시는 공간까지 있었습니다.” 우사메의 설명이다. “이스탄불문화원, 요리 강좌 등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 많아” 100가지 터키 요리 배우는 코스 인기 전통 예술인 에브루 강좌 4개월 코스
3월16일 주한 이스탄불문화원에서 터키식 커피를 배우는 사람들. 전현주 객원기자
대항해시대와 함께한 커피의 역사 덕일까. 누군가는 여행의 여운을 떠올리며 새 시작을 다짐하기도 했다. 꼼꼼한 노트 기록에 동영상 촬영까지 하던 김봄(28)씨는 얼마 전 열흘 동안의 터키 여행에서 돌아왔다고 말했다. “전공인 ‘베이킹’을 살리고 싶어서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참이에요. 터키 친구가 많은데다 먼저 이스탄불 문화원을 다녀갔던 가족 추천으로 오게 됐는데, 뜻깊은 시간을 보냈어요.”
요리, 공예, 에브루 강좌 등 매달 열려
이스탄불문화원은 한국과 터키 양국의 다리 구실을 하는 민간 문화원으로, 1998년 서울에 설립됐다. 탄탄하고 실용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외국 문화원 가운데 한 곳이다.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 블루 모스크(술탄아흐메트 모스크)와 탁심 광장이 있는 이스탄불의 밤을 당장 누리긴 어렵지만, 버스나 지하철로 단박에 닿는 서울 속 이스탄불문화원에선 호기심을 달래볼 수 있다. 정치와 언론 분야를 넘나드는 학술 교류 활동, 문화 역사 강좌, 전시회와 축제, 한국과 터키 답사, 에세이 공모전, 기념일 축하 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터키 관련 책과 관광 자료도 볼 수 있다.
현재 ‘터키쉬 커피 클래스’ 외에도 터키어 강좌, 바클라바를 비롯한 32가지 메뉴에 100여 가지 터키 요리법을 배우는 ‘터키 요리 강좌’ ‘터키 리본 공예’ ‘모자이크 램프 만들기’ ‘터키쉬 캘리그라피 강좌’ ‘터키쉬 자수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터키 전통 예술인 ‘에브루’ 강좌도 문을 열었는데, 4개월 동안 16회 과정의 수련을 거친다. 에브루는 그릇에 물과 기름을 담고 그 위에 여러 색상의 물감을 흩뿌려 붓질을 하고 무늬를 만들어 종이에 찍어내는 터키의 전통 예술이다. 마블링의 원조라 한다. 201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오히려 에브루의 본국인 터키에서는 장인들 가르침 아래 도제 과정이 일반적이라 정규 과정을 찾기 힘들다 한다. 이스탄불문화원 누리집(tulip.or.kr)에서 매달 자세한 일정과 비용을 안내한다. 신청과 문의는 전화(02-3452-8182)로 받는다.
글·사진 전현주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