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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 하러 간다고? 난 ‘이색 문화 체험’ 교실 다닌다

새로운 체험의 보고 외국 문화원 백배 이용하기

등록 : 2019-04-11 15:34 수정 : 2019-04-1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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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 코스와 유학 상담에서 벗어나

알차고 다양한 문화 체험 교실 운영

인도의 카탁 댄스 배우기 눈길

프랑스·독일·일본 문화원 행사 주목

지난 2일 주한 인도문화원에서 인도 전통춤 ‘카탁댄스’를 선보이는 무용수들.

외국 문화원을 찾는 이유가 다양해졌다. 대사관의 부속기관으로, 어학 코스 운영과 비자·유학 상담 등을 주로 맡았던 문화원이 알찬 내용을 갖춘 프로그램을 잇달아 공개해 대중의 발길까지 붙잡는다.

세계 문화와 역사에 대한 호기심이 꼭 아이들만의 영역은 아닐 테다. <지리의 힘>을 쓴 팀 마샬은 “우리의 삶은 언제나 땅에 의해 형성돼왔다”며, 세계 유구한 산맥과 하천망 지도로 오늘날 정치·문화 생태계를 연결 짓기도 했다. 마침 산 넘고 물 건너온 서울 속 외국 문화원들이 세계지도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오는 주말, 이스탄불문화원 외에도 여행의 여운을 간직하고 새로운 취미를 만들기 좋은 외국 문화원을 찾아보면 어떨까.


인도 전통 춤사위부터 간디의 철학까지

용산구 한남동 인도대사관에 있는 ‘스와미 비베카난다 인도문화원’(용산구 독서당로 102)에서는 카탁 무용수이자 ‘구루’라고 불리는 아밋 킨치의 ‘카탁 댄스’ 수업이 한창이다. 발목에 찬 방울이 “차르르” 울리는 이 격렬한 춤은 서양식 ‘스텝 댄스’의 기원으로도 알려졌다. 구루가 부르는 인도 노래에 맞춰 무용수들 발에서 힘이 뿜어져나온다.

“카탁의 어원은 이야기라는 뜻의 힌디어 ‘카타'에서 유래했습니다. 힌두 사원에서 ‘신화를 이야기하기 위한 동작’으로 이야기꾼들이 췄던 춤이지요. 시간의 순환을 이해하며 리듬을 타는 춤은 신을 경배하는 마음을 담습니다. 종교와 문화 상관없이 누구든 쉽게 배울 수 있어요.”

아밋 킨치가 설명했다. 6년차 수강생인 한은정씨는 “춤에 담긴 이야기와 우아한 동작이 좋아 한번 빠지니 헤어나기 어렵더라”며 인도 영화 한 장면 같은 자세를 해보였다. 현재 초급, 중급, 고급반을 마련해 평일부터 주말까지 운영한다.

카탁 댄스 외에도 발리우드 댄스 같은 인도 춤, 요가와 명상, 인도 전통 타악기인 타블라(서로 음높이가 다른 한 쌍의 작은북) 연주, 현지인 요리사가 하는 인도 요리 수업, 힌디어 수업 등 다양한 정규 과정을 운영한다. 그 밖에 올해 간디 탄생 150주년을 맞아 지난 3월부터 월례 행사로 시작한 ‘간디 특강 시리즈’ ‘인도 바로 알기 강연 시리즈’, 또한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인도 영화 상영회’ 같은 특별 과정도 마련했다. 인도문화원 누리집 (www.indembassyseoul.gov.in)과 사회관계망서비스(@ICCSeoul)를 통해 날짜를 공지한다. 문의 02-792-4257

서울에서 만나는 마야·아즈텍·잉카 문명

자동차를 타고 서울 도심을 벗어나 고양시 방향으로 30여 분 달려본다. 지구 반대편에서나 볼 법한 낯선 건축물들이 별안간 나타난다. 재단법인 중남미문화원과 병설 박물관이다. 30년 동안 중남미 국가에서 공관장을 지낸 이복형 원장 부부가 1992년부터 설립해 중남미 테마문화 공간으로 꾸며왔다.

매표소를 지나 문화원으로 들어서면 넓은 터에 박물관, 미술관, 연구소, 조각공원, 마야 벽화, 종교 전시관, 휴식 공간이 있다. 공간마다 중남미 대표 문화인 마야, 아즈텍, 잉카 유물 3천여 점과 중남미 대표 작가들 그림과 조각을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빼곡히 채워넣었다.

공원 끝자락에 있는 종교전시관(교회당)도 유의 깊게 볼만한 곳이다. 정면에 주제단(길이 4.5m, 높이 6.5m)은 라틴아메리카 최고의 바로크 종교미술가 파라의 대표작인데, “직접 공수하느라 무던히 애를 썼다”는 이 원장의 아내 홍갑표 이사장 소개만큼 고요한 울림을 준다. 17~19세기 페루에서 발굴된 유화, 멕시코 목각상 등도 전시하고 있다.

중남미문화원에서 먹는 멕시코 요리 ‘타코’

중남미문화원 조각공원 내 ‘따꼬하우스’(운영 11:00 ~17::00)에서는 멕시코 음식인 타코와 마실거리 등을 판다. 여행을 기억할 기념품은 미술관 속 기념품점에서 판다. 모두 중남미 현지에서 가져왔다.

주소: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양로285번길 33-15 | 입장료: 성인 6500원·청소년 5500원·어린이4500원 | 동절기(11~3월) 10~17시, 하절기(4~10월) 10~18시, 매주 월요일· 설·추석 휴관 | 문의: 031-962-7171, 9291 | 주차 가능

서유럽권 문화원의 인문·예술 행사소식

주한 프랑스문화원(중구 칠패로 42 우리빌딩 13층)은 과학, 문학, 예술과 학술 등 분과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강좌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4월에는 프랑스 젊은 음악인들이 서울을 찾았다. 프랑스 듀오 샤를로트 피버가 27일까지 매주 금~토 팝음악을 선보이고(서교동·이태원), 26일까지 이태원 클럽에선 프랑스 뮤지션들이 전자음악을 연주한다. 매주 화요일 저녁 서초구립반포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프랑스 도서클럽’은 영화, 문학, 정치, 미디어 등 다양한 현안을 두고 프랑스어로 토론한다. 누리집(www.institutfrancais-seoul.com/ko)에 전자우편 주소를 등록하면 문화원 행사 소식을 보내준다. 문의 02-317-8500

주한 프랑스문화원에선 프랑스 작가 출판기념행사를 자주 연다. 3월20일 서초구 방배동 프랑스 서점 ‘개러지 레옹스’에서 일러스트레이터 페넬로프 바지외와 독자들이 만났다.

남산 자락에 있는 주한 독일문화원(용산구 소월로 132)은 나들이 가기도 좋다. 봄을 맞아 새로운 행사들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오는 16~18일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연극’을 주제로 급속한 기술 발전 속 연극의 길을 모색하는 포럼을 연다. 디지털 콘서트홀에서는 월 1회 베를린 필하모닉 공연을 무료로 상영하며, 18일에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요한 수난곡’을 상영한다. 도서관에선 책과 미디어 자료를 무료로 2~4주 동안 대출할 수 있다. 도서 대출증도 즉석에서 바로 발급해준다. 문의 02-2021-2800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주한 이탈리아문화원(용산구 한남대로 98)에선 이탈리아 음악과 건축·디자인 관련 행사, 나아가 영화·연극·패션 행사로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일까지 종로구 수송동 도무스 코리아 전시장에서 이탈리아 건축가 비코 마지스트레티의 작업을 소개하는 < L’Archivio in viaggio >전을 연다. 무료입장. 문의 02-796-0634

주한 이탈리아문화원에선 3월20일 ‘2019 이탈리아 디자인의 날’을 선포했다. 올 한 해 건축과 디자인을 이야기하는 예술 강좌를 마련할 예정이다.

일본문화원의 ‘맛있는 영화’ 상영회

주한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종로구 율곡로 64 트윈트리타워 A동 8층)은 매달 ‘일본영화 상영회’를 연다. 4월에는 ‘맛있는 영화’를 주제로 음식이 나오는 휴머니즘 가득한 영화를 선별했다. 문화원 3층 뉴센추리홀에서 오후 2시30분부터 <논짱도시락>(12일), <가모메식당>(16일), <카페 서울>(18일), <무사의 레시피>(25일), <해피해피 와이너리>(29일)을 무료 상영한다. 또한 4월부터 일본 무용 교실, 샤미센 교실, 일본의 대표적 전통 현악기인 고토 교실, 일본 가곡 교실을 개설한다. 자세한 일정은 누리집 (https://www.kr.emb-japan.go.jp)에서 안내할 예정이다.

글·사진 전현주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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