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도심제조업 미래 꿈꾸는 작은도서관

중구 세운테크북 라운지

등록 : 2019-07-18 15:40 수정 : 2019-07-1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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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가 움직인다. 근대와 현대를 오가는 묘한 분위기 사이로 청년들의 발길이 바쁘게 오간다. 청년들 모습은 마치 시간이 켜켜이 쌓인 을지로에서 광맥을 찾아다니며 금을 캐내는 광부들 같다. 청년들이 을지로에서 각자가 발굴해낸 독특함과 ‘보석 같은 공간’의 정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뜨거운 주제가 되고 있다.

이런 을지로에는 장장 50여 년의 세월을 품은 터줏대감들이 있다. 세운상가~청계상가~대림상가~인현상가~진양상가에 이르는 거대한 근현대 건축물들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이자 전기·전자산업의 메카로 화려한 전성기와 쇠퇴의 어두운 시절을 모두 견뎌낸 곳이다. 그래서 이곳에는 ‘최초’와 ‘유일’이라는 수식어로 찬란했던 삶의 흔적이 가득하다.

최근에는 도심 제조업의 미래를 꿈꾸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하고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세운상가군에 하나둘씩 마련되고 있다. 청계상가 3층 보행데크 서쪽의 ‘세운테크북 라운지’도 그중 하나다. ‘중구 청계천로 160 세운메이커스큐브 청계-서 304’에 자리잡은 이곳은 뚝딱뚝딱 만들기를 좋아하는 꿈 많은 청년들을 위한 작은 기술도서관이다.

‘세계로 나아가는 기차’라는 콘셉트로 만든 세운테크북 라운지의 문을 열면, 동그란 초록색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는 그리운 풍경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세운테크북 라운지는 책과 함께 잠시 머물며 쉬어갈 수 있는 도심 속 상상터로, 이곳을 찾는 모든 이에게 무료로 열린 공간이다.

현재 세운테크북 라운지에서는 북 큐레이션 전시 ‘이달의 주제’가 열리고 있다. 세운테크북 라운지 매니저 전지혜씨는 “세운상가군에서는 상가의 상인, 예술가, 기술자, 청년들이 모여 협업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협업의 기술’을 주제로 23권의 책을 소개하는 북 큐레이션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어요.

5월에 시작된 이 전시는 이달 말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책에 담긴 소중한 메시지를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하나하나 포스트잇에 손으로 적어서 각각 책 옆에 붙여두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세운상가군 일대의 창작자들과 주민들의 책으로 구성된 ‘이웃의 책장’도 만나볼 수 있어요. 소통의 첫 단추를 이웃의 책을 빌려보는 경험에서 찾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밖에도 세운테크북 라운지에서는 생활에 밀접한 기술을 인문·예술적 관점으로 풀어낸 ‘생활기술 프로그램’과 ‘기술문화 토크’ 등 세운상가군 일대의 산업과 문화를 기반으로 한 정기적인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참여를 원할 경우, 다시세운 누리집에서 일정을 확인하고 세운테크북 라운지로 문의하면 된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만날 수 있는 아늑한 상상터, 세운테크북 라운지는 매주 월요일에서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운영되고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세운테크북 라운지의 모습은 다시세운 프로젝트의 공식 누리집에서 가상현실(VR)로 미리 확인할 수 있다. (//sewoon.org/sewoon-space/2768) 문의: 02-2273-5505

양금란 서울시 역사도심재생과 다시세운관리팀 주무관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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