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볼만한 전시&공연

배우의 감정, 관객의 반응 따라 배역·결말 달라지는 완전 실험극

까마귀의 눈(11일~11월3일)

등록 : 2019-10-10 14:58

크게 작게

‘13인의아해(兒孩)가도로로질주하오/ 13인의아해가모두무섭다고그리오/ 그중에어느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1934년 7월24일부터 8월8일까지 <조선중앙일보>에 연재된 이상(1910~1937)의 ‘오감도’ 제1호 중 일부다. 길은 막다른 골목이든 뚫린 곳이든 좋다며, 13명의 아해(아이)가 도로를 질주하고 있으나 질주하지 않아도 좋단다. 이렇듯 초현실주의 작가 이상의 작품은 표면적으론 단순해 보이나 반전에 의한 부정과 신조어의 사용으로 언뜻 읽어선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제목은 원래 ‘조감도’(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형태의 지도)의 첫 글자인 새 ‘조(鳥)’ 자를 까마귀 ‘오(烏)’ 자로 바꾼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인간의 눈으로 바라보기 힘들 만큼 절망적인 시대상을 반영했다는 뜻에서 ‘까마귀’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난해한 문장과 파격적인 문법구조로 발표와 동시에 세상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은 문제작. 그의 과감한 시도는 이후 수많은 예술가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상은 지금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천재 작가로 손꼽힌다. 국립극단은 ‘연출의 판-연출가전’을 통해 <까마귀의 눈>(연출 김철승)을 10월11일~11월3일 무대에 올린다. 이는 기존에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다양한 형식을 시도한 연출가와 함께 실험극장 ‘소극장 판’에서 진행하는 사업의 일환이다. 이 작품은 명확하게 해석되지 않는 이상의 문장이 연출가의 작품 세계와 맞닿는다. 연출가는 모든 장면을 무대 위에서 ‘즉흥적으로 선택하여 정제되지 않은 말과 행동’으로 표현한다. 공연은 예측할 수 없는 긴장과 모호함으로 가득하지만, ‘무대 위에서 가장 살아 있는 순간을 찾기 위해’ 이런 즉흥극을 선택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작품은 이런 역할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매 공연 직전 배우의 역할을 결정하고 연출이 직접 무대에 올라 순간순간의 대사와 지문을 제시한다. 또한 연출의 감각, 배우의 감정, 관객의 반응에 따라 배역이 바뀌거나 결말이 달라지기도 한다. 관객의 동선을 포함해 극장 안의 모든 것이 바뀌기 때문에 소수의 관객만 입장할 수 있다.

장소: 용산구 서계동 소극장 판 시간: 목·금 저녁 7시30분, 토 오후 3시·7시30분, 일 오후 3시 관람료: 3만원 문의: 1644-2003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