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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로 만든 물건은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거지. 금이 가거나 부서지면 못쓰게 되니까. 버려야 하니까. 우린 부서지면서 우리가 영혼을 갖고 있었단 걸 보여준 거지.”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의 한 부분이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맞서 싸운 이들과 그 후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받는 내면을 그려내고 있다. <휴먼 푸가>는 역사적 사건이 남긴 고통이 여러 사람의 삶을 통해 변주되는 <소년이 온다>의 구조를 그대로 옮겨 만든 연극이다. 음악에서 ‘푸가’(Fuga)는 다성음악을 연주할 때 하나의 선율을 한 성부가 연주한 뒤 이를 다른 성부가 다른 음역에서 모방해 연주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데, 일종의 돌림노래라고 할 수 있다. 남산예술센터에서는 17일까지 <휴먼 푸가>를 올 시즌 마지막 작품으로 무대에 올린다. 남산예술센터는 “이미 소설로 충분한 이 작품을 다시 연극으로 만든 것은 사회적 고통을 기억하는 과정”이라며 “국가가 휘두른 폭력에서 살아남은 자의 증언을 단순히 재현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공연은 배우들이 연기, 춤, 노래를 하지 않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휴먼 푸가>는 보편적 연극이 가진 서사의 맥락은 끊어지고, 관객은 인물의 증언을 단편적으로 따라가야 한다. 다시 말하면 슬픔, 분노, 연민을 말로 내뱉지 않고 고통의 본질에 다가가는 시도를 꾀하는 것처럼 보인다. 무대 위에서 열연하는 배우들은 자신의 감각을 확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신체와 오브제(대상)를 변주하려고 노력했다. 무엇보다 배우들은 폭력의 모습을 마주하기 위해 직접 광주를 방문해 자료를 조사하기도 했다. 한편 <소년이 온다>는 (사진)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6월 중순 폴란드 스타리 국립극장에서 시범 공연을 네 번 올린 바 있다. 내년에는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당시의 항쟁 정신을 기리기 위해 양국에서 제작한 공연을 교류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9일 공연을 마친 뒤에는 마르친 비에슈호프스키(폴란드), 배요섭 연출가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도 이어진다.
장소: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시간: 화~금 오후 7시30분, 주말 오후 3시 관람료: 3만원 문의: 02-758-2150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