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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혼술로 대변되는 ‘1인가구’는 1990년대 말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초기엔 인간관계에 문제점이 있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자발적인 1인가구가 늘어난 것이 예전과 다른 점이다. 2017년 통계청 조사 결과, 1인가구 규모는 앞으로 2천만에 육박할 것이라 예측한다. 우리가 겪고 있는 1인가구를 몇 해 앞서 경험한 일본을 배경으로 보여주는 연극 <난폭과 대기>(제작 프로젝트아일랜드)가 4월5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계속된다. 이 연극은 일본의 버블경제 시대를 겪은 제로세대 청년 이야기이다. 이는 사회·경제적인 압박으로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아가는 한국의 엔(N)포세대와 상당히 닮아 보인다. 어느 것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청년들이 느끼는 허무함과 개인주의가 결국엔 서투른 커뮤니케이션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시대적 흐름은 최근에 막을 내린 남산예술센터의 일본희곡낭독공연 출연작들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일본 작품은 시대적 특징을 드러낸 소재가 많다는 것을 대번에 알게 된다. 연극은 남매도 애인도 아닌 히데노리와 나나세가 함께 사는 집에서 시작된다. 6년 동안 한 번도 웃은 적이 없는 히데노리를 위해 나나세는 무언가를 열심히 준비한다. 어느 날, 히데노리의 후배인 반조가 집을 찾아와 처음 보는 나나세의 모습에 흥미를 느낀다. 반조는 나나세와 가까워지기 위해 여자친구를 소개해 둘의 관계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연극은 독특한 등장인물들의 기묘하고 엉뚱한 사랑 이야기를 벗어나 개인주의적 성향에서 기인한 이기주의와 단절된 소통을 그리고 있다. 사회·경제적 척박함 속에서 청년들이 홀로 감당해야 하는 책임감은 점점 더 커지게 된다. 이내 차라리 포기하는 것을 선택한 그들의 불신은 인간관계의 단절을 초래하고 1인가구 증가와 원가족 해체라는 결론을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장소: 종로구 명륜1가 선돌극장 시간: 화~금 오후 8시, 토 오후 3시·7시, 일 오후 3시 관람료: 1만원 문의: 010-5120-5533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아이티(IT)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