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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수강에 놀 시간·공간 확보 못해
21대 총선 때 어린이가 만든 공약 전달
국내·세계 58개국 아동 지원 진행중
“n번방 사건 예방할 디지털 교육 준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이 4월23일 중구 무교동에 위치한 재단 사무실에서 아동 친화적 환경을 만들기 위한 재단의 다양한 활동을 설명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어린이가 즐겁게 놀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지난 4월23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은 〈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1948년부터 아동 친화적으로 환경을 개선해나가는 등 아동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국내 아동 옹호 대표기관이다. 세계 11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국제아동기구 ‘어린이재단 연맹’(ChildFund Alliance) 회원단체로서 58개국 아동을 위해 지역개발사업, 교육사업, 구호사업 등도 함께 펴왔다.
올해 72주년을 맞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주력하는 지원사업은 뭘까. 이 회장은 “정책 변화를 도모하는, 보다 실질적인 아동권리 옹호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고 올해 재단 핵심 활동을 소개했다. 선거 때마다 투표권이 없어 공약 결정 과정에서 배제돼온 어린이를 위해 마련된 캠페인 ‘미래에서 온 투표’가 대표적이다.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린이 대상 지역별 토론회·설문조사를 해, 참여 어린이가 직접 만든 공약을 각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전달했던 게 그 시작이다. 지난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때도 어린이 목소리를 담은 정책공약제안서 ‘아동이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당시 어린이들이 꼽은 주요 정책 제안은 ‘놀 권리 보장’ ‘안전한 통학로 구축’ ‘아동폭력 예방시스템 강화’ ‘아동 주거복지 실현’ ‘학생 중심 학교 조성’ 등이었다. 이 회장은 “행복도가 세계 최하위 수준인 국내 어린이의 삶이 근본적으로 변하려면 어린이를 독립적인 정책의 대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관심 있게 지켜보는 어린이의 권리를 꼽아달라’고 묻자, 그는 자신 있게 ‘놀 권리’를 꼽는다. 2년 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국내 초·중·고교생 571명을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약 13분에 그쳤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은 “반면 스마트폰 등 각종 미디어 이용 시간은 84분에 달했다”며 “안타깝게도 요즘 어린이들은 저출생으로 형제가 없는 이가 많고, 과열된 학원 수업 등으로 충분히 놀 수 있는 시간·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채 외로운 처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은 “어린이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삶이 뭔지 어린이·어른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내용의 웹드라마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등 디지털 문화가 확대돼가는 시대상에 맞춰, 웹드라마 등의 방식을 빌려 어린이의 ‘놀 권리’를 알리는 다양한 캠페인을 준비하게 됐다고 한다. 이 웹드라마 기획 과정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 회장을 맡은 배우 최불암씨가 참여할 예정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달라진 취약계층 어린이의 일상에 대해서도 그는 관심이 높다.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장기화함에 따라 대부분의 학교 수업이 온라인 강의로 대체된 것을 두고 이 회장은 “사교육업체 등으로 학업 공백을 메우는 어린이가 있는 반면, 취약계층 어린이는 컴퓨터나 태블릿이 없어 기본적인 수업을 듣는 것조차 버거운 형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재단은 노트북과 태블릿을 이들에게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놀잇감을 지원함으로써 장기간 개교 연기에 따른 어린이들의 정서적 소외감이 해소될 수 있게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4월22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북아동옹호센터는 경북 지역 내 취약계층 150가정에 ‘선물 박스’를 지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학교, 지역아동센터도 문을 닫아 갈 곳 잃은 취약계층 어린이들의 ‘놀 권리’를 위해 구성된 다양한 놀이도구가 담긴 상자다. 레고, 그림책, 보드게임 등 놀잇감 10종과 마스크, 손 세정제 등 위생품도 함께 지급됐다. “어린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꿈을 잃지 않을 권리가 있다.” 인터뷰 말미에 이 회장은 아동의 꿈과 현실을 이어주는 인재 양성 사업 ‘초록우산 아이리더’를 소개했다. ‘초록우산 아이리더’는 경제적 어려움을 가진 아동의 꿈(재능)을 지원함으로써 재능계발 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아동이 자신의 재능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2010년부터 학업, 예술, 체육 분야에 잠재력이 있는 아동을 선발해 재능계발비를 지원해왔다. 현재까지 누적인원 556명, 누적지원금이 약 120억원에 이른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남자 펜싱 에페 부문 금메달을 받은 박상영 선수가 대표적인 ‘아이리더’ 출신이다. 같은 해 열린 어린이재단 감사음악회에서 “어린이재단 덕분에 금메달을 걸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표했다는 박 선수는 2018년에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친선대사로 위촉돼 아이리더 어린이를 위한 격려 활동과 재능기부 활동에 힘써왔다. 제대로 된 지원이 만들어낸 선순환인 셈이다. 이처럼 다채로운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이 회장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최근 엔(n)번방 아동 성폭력 사건에 충격을 받았다는 그는 “디지털 성범죄 예방 캠페인을 위한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기획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관심 있게 지켜보는 어린이의 권리를 꼽아달라’고 묻자, 그는 자신 있게 ‘놀 권리’를 꼽는다. 2년 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국내 초·중·고교생 571명을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약 13분에 그쳤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은 “반면 스마트폰 등 각종 미디어 이용 시간은 84분에 달했다”며 “안타깝게도 요즘 어린이들은 저출생으로 형제가 없는 이가 많고, 과열된 학원 수업 등으로 충분히 놀 수 있는 시간·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채 외로운 처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은 “어린이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삶이 뭔지 어린이·어른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내용의 웹드라마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등 디지털 문화가 확대돼가는 시대상에 맞춰, 웹드라마 등의 방식을 빌려 어린이의 ‘놀 권리’를 알리는 다양한 캠페인을 준비하게 됐다고 한다. 이 웹드라마 기획 과정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 회장을 맡은 배우 최불암씨가 참여할 예정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달라진 취약계층 어린이의 일상에 대해서도 그는 관심이 높다.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장기화함에 따라 대부분의 학교 수업이 온라인 강의로 대체된 것을 두고 이 회장은 “사교육업체 등으로 학업 공백을 메우는 어린이가 있는 반면, 취약계층 어린이는 컴퓨터나 태블릿이 없어 기본적인 수업을 듣는 것조차 버거운 형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재단은 노트북과 태블릿을 이들에게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놀잇감을 지원함으로써 장기간 개교 연기에 따른 어린이들의 정서적 소외감이 해소될 수 있게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4월22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북아동옹호센터는 경북 지역 내 취약계층 150가정에 ‘선물 박스’를 지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학교, 지역아동센터도 문을 닫아 갈 곳 잃은 취약계층 어린이들의 ‘놀 권리’를 위해 구성된 다양한 놀이도구가 담긴 상자다. 레고, 그림책, 보드게임 등 놀잇감 10종과 마스크, 손 세정제 등 위생품도 함께 지급됐다. “어린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꿈을 잃지 않을 권리가 있다.” 인터뷰 말미에 이 회장은 아동의 꿈과 현실을 이어주는 인재 양성 사업 ‘초록우산 아이리더’를 소개했다. ‘초록우산 아이리더’는 경제적 어려움을 가진 아동의 꿈(재능)을 지원함으로써 재능계발 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아동이 자신의 재능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2010년부터 학업, 예술, 체육 분야에 잠재력이 있는 아동을 선발해 재능계발비를 지원해왔다. 현재까지 누적인원 556명, 누적지원금이 약 120억원에 이른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남자 펜싱 에페 부문 금메달을 받은 박상영 선수가 대표적인 ‘아이리더’ 출신이다. 같은 해 열린 어린이재단 감사음악회에서 “어린이재단 덕분에 금메달을 걸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표했다는 박 선수는 2018년에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친선대사로 위촉돼 아이리더 어린이를 위한 격려 활동과 재능기부 활동에 힘써왔다. 제대로 된 지원이 만들어낸 선순환인 셈이다. 이처럼 다채로운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이 회장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최근 엔(n)번방 아동 성폭력 사건에 충격을 받았다는 그는 “디지털 성범죄 예방 캠페인을 위한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기획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