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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뒤 가족 같은 상봉 보는 것이 보람”

사람& 명절 반려견 돌봄쉼터 운영 노원구 동물보호팀 이영충 주무관

등록 : 2024-09-12 16:15 수정 : 2024-09-1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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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동안 한 건의 사건사고 없어
보람과 자부심 느껴
반려견에 큰 책임 따르기에
수백 번 고민 거쳐 입양하길 바라"

노원구 동물보호팀 이영충 주무관이 반려견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노원구 제공

서울 시민 약 20%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다. 그중 반려견은 평소 사람과의 깊은 정서적 교감 덕분에 가족과도 같은 대우를 받지만 집을 비워야 할 때면 견주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문제가 되고 만다.

케이비(KB)금융지주가 발간한 ‘2023년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 이내 반려견 때문에 여행을 포기한 경우가 있는지 묻는 문항에 반려가구의 절반 가까운 47.8%가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명절 기간 반려견 돌봄에 대한 견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노원구에 이어 서초구, 서대문구 등 점차 많은 자치구가 나서고 있다. 명절 동안 귀향이나 여행을 떠나는 견주 대신 자치구가 반려견들을 돌봐주는 서비스다.

서울&은 자치구 중 가장 오랜 7년째 명절 돌봄을 제공하는 노원구 동물보호팀의 이영충 주무관을 찾아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명절 기간이 끝나 반려견과 견주가 다시 상봉하는 광경을 보는 것이 가장 큰 보람 중 하나”라며 “반려견을 키우는 일은 큰 책임이 따르는 일이기에 수십 번, 수백 번 고민을 거쳐 입양 결정을 하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 동물보호팀에서 본인 업무는 어떤 일인가.
“평소 주 업무는 동물보호법 관련 단속이다. 단속은 다른 직원과 함께 움직인다. 주로 반려견줄 사용, 배변 처리 그리고 견주 없이 방치되는 반려견 문제가 단속 대상이다.구청이 운영 중인 반려견 놀이터 시설 점검, 주요 산책로에 비치된 배변 봉투함 보충 등 업무도 있다.”

- 반려견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된 계기가 특별히 있나.
“내가 일하던 분야의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게 되자 새로운 일을 찾던 중 반려견을 좋아하던 경험을 살려 2020년 4월 입사했다. 어릴 때부터 반려견뿐만 아니라 앵무새, 고양이 등도 다양하게 키웠다. 반려견은 믹스견도 키워봤고 러프 콜리도 키워봤다. 러프 콜리는 영화 ‘래시 컴 홈’에 나온 견종인데 지인에게서 분양받아 새끼 때부터 키워 정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얼마 전 원인모를 병으로 먼 길을 떠나고 말았다.”

- 누구에게나 닥칠 일이지만 막상 그런 순간이 오면 많이 힘들 수밖에 없겠다. 업무 관련 얘기를 해보자. 노원구가 명절 반려견 돌봄쉼터를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먼저 시작했다고 들었다.
“오래되기도 했지만 강당이라는 넓은 공간에서 돌보는 점이 특징이다. 공간이 넓은만큼 반려견들은 스트레스를 훨씬 덜 받는다. 반려견을 재우는 ‘호텔장’은 초기부터 멀리 내다보고 구에서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했다. 3명으로 이뤄진 펫시터가 2개 조로 교대하며 관리한다. 견주들의 만족도는 아주 높다. 다시 이용할 의사를 물어보면 모두 그렇다고 대답할 정도다. 실제 반복해 맡기는 경우도 많다. 다른 자치구에서도 돌봄 서비스를 위해 벤치마킹하러 오기도 한다.”

- 명절 돌봄쉼터 업무에서 느끼는 보람이있다면.
“견주와 반려견이 다시 만나는 순간을 보면 헤어졌던 가족이 상봉하는 느낌이 든다. 우리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견주만 못하기 때문에 서로 엄청 반가워한다. 7년 동안 돌봄쉼터를 운영하며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은 것에서 보람과 함께 자부심도 느낀다.”

- 최근 자치구들은 명절 돌봄쉼터도 늘리는 등 반려견 관련한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다. 현장에서 느끼기는 어떤가?
“모든 지자체 담당자들은 상황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중이란 점을 주민들이 아시면 좋겠다. 또 견주의 개인적인 책임이 먼저이고 지자체 서비스는 보조란 점도 고려해주시면 좋겠다. 시설은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민들의 눈높이는 높아지고 요구는 점점 커지기 때문에 부족하다고 느끼기 쉽다.”

- 노원구는 이번 추석 연휴에 30마리 예약을 받던데 매번 모두 채우나.
“이번 명절에도 정원 30마리에다 예비 명단까지 예약이 모두 찬 상태다. 하지만 당일 노쇼가 생겨 골치 아픈 경우가 있다. 서로 신뢰가 쌓이면 좋겠다.”

- 그 밖 에 견주들에게 하고 싶 은 말씀이있나.
“입양하기 전 수십 번, 수백 번 생각해볼것을 권유드린다. 반려견을 키우는 일은 굉장한 책임이 따르는 결정임을 고려해달라는 말씀이다. 반려견의 평생을 책임지는 일에는 어마어마한 책임감이 필요하다.”

글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사진 노원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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